“GPU가 전력망보다 귀해지는 시대” — AI 인프라 초과수요가 미국 경제·주식시장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중석 칼럼 — 미국 증시는 올해도 ‘AI’라는 세 글자에 열광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네덜란드 클라우드업체 네비우스(Nebius)와 체결한 194억 달러 GPU 인프라 계약, AI 특화 클라우드 1세대라 불리는 코어위브(CoreWeave)의 벤처펀드 출범, 오라클(Oracle)의 사상 최대 RPO(잔여 수행 의무) 발표가 연이어 터지면서 IT 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필자는 이 흐름을 단순한 기술주 랠리가 아닌 ‘인프라 자본주의 2.0’의 서막으로 규정한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5~10년간 미국 경제ㆍ주식시장ㆍ정책 지형에 파급될 구조적 변화를 분석한다.


1. 사건·데이터 총정리: 불붙는 ‘컴퓨트 골드러시’

  • Microsoft—Nebius: 5년 간 194억 달러, 2031년까지 확정매출 174억 달러
  • Oracle: 1분기 RPO 4,550억 달러(+359% y/y),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 +55%
  • OpenAI: ‘상시 컴퓨트 부족’을 공언, 2029년까지 누적 CapEx 1,150억 달러
  • CoreWeave: IPO 직후 시총 700억 달러 육박, 자체 VC 펀드로 AI 스타트업 밸류에이션 선점

위 수치는 2025년 9월 9일~10일 CNBC·The Information·기업 실적 컨퍼런스를 통해 확인된 공식 자료다. 단일 계약 규모와 CapEx 규모 모두 클라우드 1세대(AWS·Azure·GCP)가 2010년대 중반에 발표했던 설비투자 수준을 1~2년 만에 추월하는 기세다.

2. 왜 ‘GPU 병목’이 모든 것을 뒤흔드는가?

AI 대형언어모델(LLM)은 훈련(Train) 단계에서 수천~수만 개의 고성능 GPU가 동시투입된다. 학습이 끝난 뒤 추론(Inference) 단계에서도 연산 수요가 계속 발생한다. 문제는 ① NVIDIA·AMD로 사실상 양분된 고성능 AI GPU 공급망, ② 전력–냉각–반도체 파운드리까지 이어지는 복합 병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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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모델 혁신 속도 < GPU 조달 속도” — OpenAI CFO 사라 프라이어

이 말은 곧 컴퓨트가 자본이 되는 시대를 뜻한다. 과거 제조업이 기계 설비를, 인터넷 기업이 트래픽ㆍ사용자를 자본으로 삼았다면, 생성형 AI 경제는 GPU 클러스터와 저지연 네트워크, 그리고 이를 가동할 전력을 핵심 자본으로 규정한다.

3. 거시경제적 파장

3-1) 설비투자 주도 성장으로의 전환

미 상무부가 집계한 2025년 1~7월 비국방 핵심 자본재 주문(Non-defense capital goods ex-aircraft)은 전년 대비 14.2% 증가했는데, 이 중 73%가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GPU 서버·광 연결 장비로 확인됐다. 투자 구성이 ‘주택·소비’에서 ‘ICT 인프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다.

3-2) 전력·부동산·장비 사이클 재편

기존 사이클 AI 인프라 사이클
주택 착공→목재·가구→소비재 전력망 CapEx→GPU·파운드리→데이터센터 부동산

뉴욕 ISO, ERCOT(텍사스), 캘리포니아 ISO 모두 2029년까지 예상 피크부하치를 10~18% 상향 조정했다. 이는 LNG 발전ㆍ재생 에너지 투자를 촉발하고, 결과적으로 원자재 슈퍼사이클 2막 가능성을 내포한다.

4. 금융시장: ‘마이크로 입력 – 매크로 출력’ 효과

(1) S&P500 EPS 기여도
팩트셋(FactSet) 기준 2026E S&P500 EPS는 315달러로 제시된다. 이 중 반도체·클라우드 인프라·전력 시설 투자로 연동되는 기업군의 기여분은 2023년 17% → 2026년 32%로 두 배 확대가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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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정당화?
현재 AI-퍼스트 종목 25개로 구성한 Bespoke AI Infrastructure BasketFWD PER는 47배에 달한다. 이는 닷컴 버블 당시 소프트웨어 섹터 10개 그룹의 평균 56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그러나 당시 PER는 시장 기대로만 부풀었고, 현재 PER는 실제 현금흐름(RPO, ARR) 증가로 뒷받침되기 시작했다는 차이가 있다.

5. 산업별 기회·위험 매트릭스

  • GPU 설계·제조: NVIDIA, AMD, 인텔 파운드리 — 공급우위. 단, TSMC 지진·정전 리스크가 ‘싱글포인트 실패’로 부각.
  • 데이터센터 REIT: 전력 계약(PPA) 확보 여부가 생존 갈림길. 냉각 기술 특허 보유 업체 M&A 촉진.
  • 전력 유틸리티: 규제 자산증가( Rate Base ) 확대가 수익. 다만 전기요금 인상 저항·정책 리스크 상존.
  • 통신 장비/광모듈: 고대역폭 인공지능 동기화 필요로 CPO(Co-packaged Optics) 수혜; SaaS 불황 → CapEx 전환으로 상대적 낙수 효과 기대.
  • ESG·재생에너지: AI 팜 전력수요 폭증 → PPA 단가 상승. 풍력·태양광 장기계약 가격결정력 강화.

6. 정책 변수

6-1) ‘국가 AI 컴퓨트 전략’ 법제화

미 의회는 현재 ‘AICO Act(AI Compute Oversight Act)’ 초안을 논의 중이다. 핵심은 ①10PFLOPS 이상 GPU 클러스터는 CFIUS 승인 필요, ②해외 반출 시 상무부 사전허가, ③에너지 사용·탄소 배출 실시간 보고 의무다.

6-2) 통화정책과의 맞물림

설비투자 주도 성장→ 총수요 팽창→ 구조적 고금리 체제 지속. 이는 1980년대 초 “IT CapEx Boom→ 장기 금리 상방 압력” 패턴과 유사하다.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시그널은 여기에 근거한다.

7. 장기 포트폴리오 구축 전략

① Top-Down: GPU ➡ 전력 ➡ 부동산
② Barbell: AI Enabler(고성장) + Utilities(방어주) 동시 편입
③ Duration Hedge: 5-year TIPS + 전력 인프라 MLP
④ 실물대체: 구리·니켈 장기선물 혹은 광산 ETF

특히 MLP 구조 유틸리티는 배당(연 6%+)과 인플레 헤지 양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GPU 업스트림 종목은 밸류에이션 급등으로 변동성이 크므로 현금흐름 실체가 확인된 기업 위주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

8. 결론 — ‘컴퓨트 국부펀드’ 시대가 온다

석유가 20세기 산업화의 엔진이었다면, 21세기 후반부 미국 경제의 ‘뉴 오일’은 연산 자원, 즉 GPU·전력·데이터센터가 될 공산이 크다. 국가는 전략물자 보호 차원에서 ‘AI 컴퓨트 SWF’ 설립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으며, 개인 투자자는 하드웨어-전력-부동산-소프트웨어로 이어지는 수직 가치사슬을 바탕으로 장기 자산배분을 재구성해야 한다.

요약: AI 인프라 초과수요는 ①설비투자 주도 성장, ②장기 금리 상단 고정, ③전력·원자재 슈퍼사이클, ④IT 밸류체인 지각 변동을 야기한다. 이는 향후 10년 미국 주식·채권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필자는 “GPU = 자본, 전력 = 통화”라는 식으로 사고의 전환을 제안한다.


※ 본 칼럼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필자는 언급 종목에 대해 직접적·간접적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