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르나, 미국 IPO 공모가 확정 임박…핀테크 상장 열기 가늠할 ‘리트머스’

스웨덴계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BNPL)’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두고 공모가 산정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기업공개(IPO)가 침체됐던 글로벌 핀테크·테크 기업들의 증시 복귀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2025년 9월 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클라르나는 이날 늦게 1주당 35~37달러 범위에서 최종 공모가를 결정할 예정이며, 최대 12억7,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조달하게 된다. 만약 가격이 희망밴드 상단(37달러)으로 확정될 경우 기업가치는 약 140억 달러(약 18조5,000억 원)에 달한다.

클라르나와 기존 투자자들은 이번 IPO에서 총 3,430만 주를 매각한다. 구체적인 지분 매각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주문 장부가 공모 물량 대비 15배 이상 초과 청약됐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가 뜨겁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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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PL 분야의 절대 강자에 투자하려는 기관들의 열망이 주문 규모로 확인됐다”

고 피치북(PitchBook) 선임 애널리스트 루디 양(Rudy Yang)은 설명했다.


BNPL이란 무엇인가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는 소비자가 상품을 우선 구매하고, 대금을 4~6회 정도의 무이자 분할로 갚을 수 있게 하는 결제 방식이다. 신용카드사 승인 절차보다 간단하고, 이자 부담이 없다는 점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급격히 확산된 배경이다. 다만, 이용자가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체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지적된다.

클라르나는 2005년 스톡홀름에서 창업해 유럽 BNPL 시장을 주도해 왔다. 2019년 미국에 진출하며 ‘아마존 시대’의 온라인 소비 급증을 타고 몸집을 키웠으나, 공격적 확장과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2022년에는 기업가치가 45억 달러로 급락했다. 당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핀테크 밸류에이션 자체가 전반적으로 재조정됐기 때문이다.

실적 측면에서 올해 2분기(6월 30일 기준) 클라르나는 매출 8억2,300만 달러, 순손실 5,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매출 6억8,200만 달러·순손실 700만 달러)에 비해 매출은 20% 가까이 증가했지만, 손실 규모는 여섯 배 이상 확대됐다. 루디 양 애널리스트는 “핀테크 IPO 시장은 다시 열렸지만, 투자자들은 성장과 수익성 간 균형을 훨씬 가혹한 잣대로 평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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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시장 상황

클라르나는 디지털 퍼스트(모바일 우선) 네오뱅크 모델을 병행하고 있으며, 미국 현지 경쟁사 차임(Chime)은 지난 6월 나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59% 급등하는 등 시장의 기대를 방증했다. 다만 공모가 대비 가격은 최근 다소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IPO 리서치 업체 IPOX의 카트 류(Kat Liu) 부사장은

“BNPL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변화가 빠른 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비즈니스 모델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점에서 클라르나는 확실한 우위를 지니고 있다.”

고 평가했다.

소비 경기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고용시장 둔화와 임금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 지출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소액 무이자 할부”라는 BNPL 수요는 크게 위축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6월까지 12개월 동안 클라르나 매출의 75%는 가맹점 수수료 등 거래·서비스 기반 수익에서, 25%는 이자 수익에서 발생했다.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수료 비중’이지만, 동시에 이자 수익 비중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리스크 요인

BNPL 모델은 거래 규모와 상환율에 직접적으로 영향받는다. 소비가 위축되면 가맹점 수수료 수취가 감소하고, 연체율이 오르면 대손충당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IPOX의 류 부사장은 “지출 감소는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지고, 이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 운용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관사·상장 일정

이번 IPO의 공동 주관사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세 곳이다. 종목 코드는 ‘KLAR’로, 10일 NYSE 첫 거래가 이뤄질 예정이다. 상장 후 초기 주가 흐름은 글로벌 핀테크 기업의 추가 상장 여부와 밸류에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자 견해 및 전망

현재 클라르나 IPO는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코로나 버블’ 후유증으로 얼어붙었던 기술주 공모 시장이 완전 정상화 단계로 진입했는지를 판별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적 안착 시, 암호화폐·AI·로봇테크 등 고성장 섹터 기업도 상장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상장 후 단기간에 공모가를 하회한다면 “수익성 없는 성장”이라는 근본적 의구심이 재부각될 우려도 상존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①거시 환경(금리·인플레이션) 변화와 ②소비 심리지수, 그리고 ③경쟁사들의 수익성 추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클라르나 경영진 역시 실적 발표마다 트랜잭션 성장률 대비 대손 충당률과 같은 핵심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시장 신뢰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IPO가 보여줄 “수요 열기와 상장 이후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향후 BNPL 산업 생태계뿐 아니라, 글로벌 핀테크 벤처투자 흐름을 규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