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채권시장의 느리게 움직이는 악순환”
2025년 여름 이후 미국 10·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 선을 오르내리며 팬데믹 직후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국채가격 하락 → 재정 부담 확대 → 위험프리미엄 재상승이라는 악순환이 수익률을 ’느리지만 단호하게’ 밀어 올리고 있다. 이중석 칼럼니스트는 장기물 금리의 구조적 상향이 향후 최소 1년 이상 미국 자산시장 전반에 어떠한 장기 충격파(long shockwave)를 투사할지 다섯 축으로 해부한다.
1. 주택담보대출: 8% 고정금리 시대의 소비 패턴 대전환
미국인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8%를 터치했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2026년 중반 3%대로 하락하더라도 ‘기간 프리미엄’이 200bp 이상 붙는다면 6%대 중후반이 주택시장 뉴노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도 |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 주택 착공(만 호) | 주택가격 YoY |
---|---|---|---|
2021 | 3.21% | 159 | +18% |
2023 | 6.54% | 138 | +2% |
2025E | 7.95% | 112 | −3% |
자료: MBA, Fed, 이중석 추정
장기 파급
- ① 수요 지렛대 붕괴 ― 생애 첫 주택구매자(first-time buyer) 비중이 27%(2020) → 19%(2025E)로 추락.
- ② 리파이낸싱 절벽 ― 2020~2021년 발행된 3% 이하 모기지 6.7조 달러가 사실상 동결, 소비 여력을 더 이상 공급하지 못함.
- ③ 임대시장 초과열 ― ‘집 살 수 없는’ 밀레니얼·Z세대가 임대수요로 몰려 CPI 주거비 하방 경직.
2. 주식 밸류에이션: 무위험수익률 상승과 S&P 500 PER 재정의
2020~2021년 제로금리는 S&P 500 선행 PER 25배를 정당화했다. 30년물 5% 시대에는 어떻게 달라질까? Fed 모델(주익이익률−10년물 수익률)은 이미 −80bp로, 1999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 수준과 유사하다.
• 시나리오 분석
무위험수익률 | 주식위험프리미엄 목표 | 적정 EPS | 합리적 PER | S&P 500 목표 |
---|---|---|---|---|
5.0% | 3.5% | $255 | 14배 | 3,570pt |
4.0% | 3.0% | $255 | 16배 | 4,080pt |
3.0% | 2.5% | $255 | 18배 | 4,590pt |
현 지수(4,900pt 내외)는 무위험 4% 이하 가정이 내재된 셈이다. 금리 고착이 확인되면 밸류에이션 컴프레션 압력은 장기화될 것이다.
3. 연준(Fed): 전통적 ‘장단기 스프레드’보다 재정 지속가능성이 통화정책 제약
연준은 2025년 9월 FOMC 의사록에서 ‘장단기 수익률 왜곡이 통화정책 전달 경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처음 명시했다. 그러나 장기물 급등은 재정규율 상실과 구조적 물가 리스크를 반영하기 때문에, 명목금리를 서둘러 내리면 달러 약세·장기물 추가 급등이라는 역풍이 불 수 있다.
• 장기 수익률 결정 3요소
- 실질 성장 기대
- 인플레이션 기대
- 재정·공급 리스크 프리미엄
지금은 ③이 핵심. 재정 프리미엄이 높은 한 정책금리 인하→장기금리 하락 기계적 관계는 붕괴될 수 있다.
4. 연방 재정: 이자비용이 국방예산을 추월하는 ‘순이자 전환점’
미 재무부 중기예산전망(2026~2031)에 따르면, 연간 순이자비용은 2024년 9,080억 달러 → 2026년 1조1,800억 달러로, GDP 대비 4%에 근접한다. 한편 국방예산은 2026년 9,700억 달러로 순이자>국방 역전이 현실화된다.
정치적 파장
• 예산 자동삭감(sequester) 부활 가능성
• 사회보장·메디케어 개혁 논의 재점화
• 증세 카드 vs 긴축 카드 양자택일 압박
시장은 “재정안정 로드맵 없는 금리 인하”는 물가와 달러에 이중 약세를 부르며 장기금리 상승을 재촉할 것이라고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5. 달러·글로벌 유동성: 장기금리 발작이 ‘美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잠식
달러지수(DXY)는 2025년 7월 110 → 9월 98 선으로 급락했다가 재차 반등 중이다. 구조적 금리 상승이 달러를 반드시 강세로 이끄는가? 조건부(Conditional) 안전자산 논리가 부상한다.
- 국채 = 달러예금 모델이 흔들리면, 글로벌 준비자산 다변화 욕구가 커진다.
- 중국·인도·중동 중앙은행은 이미 금·위안·유로 자산 비중을 확대.
- 스테이블코인·디지털금 등 블록체인 기반 담보자산도 대안 프락시로 급부상.
결론적으로 장기금리 고착 → 달러 안전자산 프리미엄 축소 → 미국 자산에 대한 구조적 할증 감소라는 2차·3차 효과가 누적될 가능성이 높다.
■ 투자전략 로드맵 ― “5대 파급효과 대응 체크리스트”
① 듀레이션 관리 : 7년 이상 장기채 비중 축소‧TIPS 대체
② 주택 관련주 : 모기지 REIT → 임대주택 REIT 로테이션
③ 밸류 리밸런싱 : PER 25배↑ AI 메가캡 일부 차익, 현금흐름 실물자산 비중 확대
④ 달러 헷지 : 엔화·금·단기 유로채 ETF 혼합
⑤ 인컴 대안 : 투자등급 회사채 중 에너지·헬스케어 섹터, 싱가포르 AAA 30년물 분할 편입
■ 맺음말
장기 국채 수익률의 구조적 상향은 단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거비→인플레이션→연준 딜레마→재정 악화라는 2차·3차 파급 고리가 형성돼 최소한 향후 12~18개월 미국 자산시장 가격결정 구조를 변형할 것이다. “장기금리는 모든 가격의 ‘할인율’이다”라는 월가 격언은 지금처럼 묵직하게 다가온 적이 없다. 투자자는 밸류 변동, 재정 리스크, 달러 패러다임 변화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듀레이션·가치·통화의 삼각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 이중석 /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