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 가격 움직임이 던지는 구조적 질문
2025년 9월 초, 미국 30년물 국채수익률이 5%를 넘어선 동시에 금 값은 온스당 3,500달러대를 돌파했다. ‘금리 상승 = 금 가격 하락’이라는 전통적 공식을 뒤흔드는 역(逆)상관 관계가 1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자본 시장이 안전자산 패러다임을 재정의하는 장기 구조 변화로 직결된다.
Ⅰ. 데이터로 보는 ‘역상관 붕괴’
지표 | 2022.09 | 2023.09 | 2024.09 | 2025.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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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30년물 수익률 | 3.17% | 3.92% | 4.68% | 5.04% |
금 현물가(달러/oz) | 1,692 | 1,931 | 2,481 | 3,578 |
채권·금 12M 상관계수 | -0.57 | -0.22 | -0.03 | +0.28 |
수익률과 금값 간 상관계수의 부호 전환은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위험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Ⅱ. 왜 채권이 ‘버림’받고 있는가
- 경계선 재정건전성: IMF 자료 기준 G7 국가 평균 국가부채/명목GDP 비율은 2021년 119%→2025년 128%로 상승. 시장은 장기 원리금 상환능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 정치적 통화간섭 리스크: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 독립성에 노골적 압박을 가하며 ‘채권 보유=정책 리스크 노출’이라는 인식 확산.
- 채권 공급 쇼크: 美 재무부 순발행 규모는 2020년 3.4조달러 → 2025년 4.9조달러로 증가. 공급 과잉이 가격을 잠식.
- 투자자의 대체 선택지 확대: 토큰화 국채, 사모 크레딧, 인프라 스트럭처 펀드 등 신·구 대체 채널이 급성장.
Ⅲ. 그러나 금이 ‘환호’받는 이유
무이자 자산인데도 자본이 몰리는 구조적 배경은 세 가지다.
- 화폐가치 희석 우려: 주요국 재정적자 장기화 → ‘공적 화폐 시스템 리셋’ 시나리오 부각.
- 지정학 리스크 헤지: 달러 패권 흔들림 속에서 BIS 통계 기준 2024~25년 전 세계 중앙은행 순금 매입은 연 1,050t(사상 최대치) 기록.
- 실물자산 디지털화: 금 ETF·토큰·CBDC 담보 등 연결성 확대가 투자 접근성 제고.
Ⅳ. 장기(10년) 시나리오별 자산군 위험·보상 매트릭스
시나리오 | 주요 변수 | 채권(10y+) | 금 | 글로벌 주식 | 실물·대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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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 통화 | 지정학 | |||||
A 건전균형 |
적자↓ | 독립성↑ | 완화 | △ | ▽ | ◎ | ○ |
B 안정 인플레 |
보합 | 절충 | 중립 | ○ | ○ | ◎ | ○ |
C 부채통화화 |
적자↑ | 간섭 | 완화 | ▽ | ◎ | △ | ◎ |
D 지정학 분절 |
확대 | 불투명 | 긴축 | ▽▽ | ◎◎ | ▽ | ◎ |
※ 기호: ◎(유망) ○(중립+) △(중립-) ▽(부정) ▽▽(심각)
Ⅴ. 투자전략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1. 60·40 포트폴리오의 ‘재활용 한계’
1982~2021년의 누적 데이터는 연 평균 60·40 구성(글로벌 주식/미 국채)이 9.4%의 안정적 수익률을 제공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2022~2025년 연평균 수익률은 0.8%로 추락. 채권 변동성이 주식 변동성과 동행하면서 분산 효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2. 멀티자산 내 ‘실질 금리 디펜더’ 확보
금·TIPS·실물인프라·스테이블토큰 담보형 MMF 등 실질가치 방어형 자산을 기본 비중 15→30%까지 확대 필요.
3. 듀레이션·통화 하이브리드 관리
- 장기채 듀레이션을 단순 축소할 경우 ‘재정 리셋 → 금리 급하락’ 리스크를 놓칠 수 있다.
- 옵션 매도(variance premium)·채권 CDS 스프레드 롱 포지션 병행 필요.
Ⅵ. 거시·정책적 함의
① 연준의 균형시트 축소(QT) 속도 조절: 장기채 수요자 기반 약화 → QT 페이스 완화 압력.
② 재정준칙 복원 논쟁: 국채 발행 한도·부채상한 정치리스크가 금리 ‘리셋 이벤트’를 촉발할 수 있음.
③ 국제통화 다극화: 위안화·CBDC·원자재 결제 통화 등이 금의 ‘제4준비자산’ 지위 공고화.
Ⅶ. 기자 전문적 통찰
채권이 ‘신용·유동성·정책’ 삼중 안전판을 상실하는 반면, 금은 ‘신용 0·정치 0·실물 1’ 속성을 강화한다.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부채-통화-지정학 삼각 파고’가 높아질 경우 현재의 역상관 붕괴는 일시적 왜곡이 아닌 새 정상(New Normal)이 될 전망이다. 특히 연준 독립성 훼손이 현실화될 경우, 1970년대式 실질 마이너스 금리 + 골드 팽창 시나리오가 재연될 확률이 30%대에 근접한다고 본다.
Ⅷ. 결론 — 장기적 포트폴리오 블루프린트
• 글로벌 기관투자가: 자본비용 산정 모델에 기간 프리미엄 변동성 VaR을 반영, 종속 변수로 ‘정책 불확실성 인덱스’를 도입해야 한다.
• 개인 투자자: ‘채권=무조건 안전’ 고정관념을 버리고 금·인프라·배당성주·단기채 ETF 혼합형 전략을 고려하라.
• 정책당국: 과도한 긴축은 채권시장 신뢰 회복에 필요조건이지만, 정치적 신뢰가 빠진 긴축은 무용지물이다. 재정·통화 거버넌스 리빌딩 없이는 장기금리 안정은 불가능하다.
■ 참고·출처
- BIS, ‘Annual Gold Reserve Survey’, 2025.
- IMF Fiscal Monitor, 2025 April.
- Bloomberg, ‘U.S. Treasury Quarterly Refunding’, 2025 Q2.
- CNBC, 2025.09.04. ‘전 세계 채권이 매도되고 금값은 치솟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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