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이 ‘거대한 가격 재조정’ 국면에 돌입했다. 2025년 9월 초 30년 만기 미 국채(디스커버리 물량 기준) 수익률은 5%를 돌파했고, 영국 길트·일본 JGB·독일 분트까지 동반 급등하며 장단기 금리차(기간 프리미엄)가 10여 년 만의 최고치로 벌어졌다. 동시에 금가격은 온스당 3,600달러 선을 연일 갱신하며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 금리는 오르고, 무이자 자산인 금도 오르는 비정통적 관계 역전이 현실화된 것이다.
Ⅰ. 데이터로 본 ‘채권 매도·금 급등’의 현주소
구분 | 2024년말 | 2025.09.04 | 연중 변동폭 |
---|---|---|---|
미 국채 30년물 | 3.98% | 5.02% | +104bp |
영국 길트 30년물 | 4.56% | 5.72% | +116bp |
독일 분트 30년물 | 2.07% | 3.01% | +94bp |
일본 JGB 30년물 | 1.71% | 2.77% | +106bp |
금(현물·$/oz) | $2,390 | $3,578 | +49.6% |
*자료: Bloomberg, Yardeni Research, 2025.09.04 종가
채권 가격이 빠지면 안전자산 선호가 약화되고, 따라서 금가격은 약세를 보여야 한다는 교과서적 상관관계가 무색해졌다. 시장은 왜 정반대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고 있을까?
Ⅱ. 구조적 요인 5가지
- ① 쌍둥이 적자 폭증
미국 연방재정적자는 2025회계연도 1~10개월 누적 기준 1조6,4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무역수지 적자도 7월 기준 777억 달러로 14개월 만의 최대치다. 채권 공급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채권 흡수 주체(해외 중앙은행·은행·연기금)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 ② 통화·재정 간 컨플릭트
연준이 9월부터 ‘선제 완화’를 시사했지만, 동시에 재무부 발행물량(Treasury Quarterly Refunding)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양적긴축(QT)→발행증가→금리상승→재정이자비용 확대의 악순환이 탄성을 얻는 구간이다. - ③ 정치적 리스크,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관세권·연준 인사 교체 카드로 통화정책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워싱턴에 경고장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 ④ 달러 패권 흔들기
BRICS+ 확대,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수(올해 1~7월 390t, 사상 최대 페이스), 이란·사우디의 원유 위안화 결제 시험 등은 法貨(달러)의 신뢰 훼손→실물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한다. - ⑤ 은행·보험 ALM 변화
2023년 SVB 사태 이후 미 은행권은 장기채 듀레이션 축소를 서둘렀다. 생명보험사·연기금 또한 5%대 확정금리를 ‘락인(lock-in)’했다는 이유로 추가 매수 여력은 제한된 반면, 금에 대한 전략적 편입(최대 2~3%) 비중 확대는 진행형이다.
Ⅲ. ‘채권→금’ 자금 이동의 메커니즘
다음 다이어그램은 주요 기관투자가(은행·연기금·헤지펀드·ETF) 시각에서 리밸런싱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도식화한 것이다.
- Step 1. 기간 프리미엄 급등 → 장기채 평가손 확대 → 듀레이션 컷
- Step 2. 채권 매각대금의 60~70%는 1~3개월 T-Bill, 나머지 30~40%가 GLD·PHYS·금 현물로 이동
- Step 3. 금ETF 유입 → 금 스팟·선물 백워데이션 완화 → 가격 탄력도 상승
- Step 4. 실물·ETF 간 차익거래가 스프레드를 좁히며 랠리를 증폭
Ⅳ. 장기(≥1년) 전망 시나리오 가중치
시나리오 | 핵심 요인 | 10Y UST | Gold | S&P500 | 가중 확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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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연착륙·절제 재정 | 재정지출 동결, 75bp 인하 | 3.50% | $2,800 | +12% | 25% |
B. 스태그플레·재정경직 | GDP 1%대, 실질금리 정체 | 4.40% | $3,300 | -5% | 35% |
C. 정책 실패·채권신용 쇼크 | 부채한도·관세 충돌 | 5.50% | $4,200 | -18% | 40% |
본 칼럼은 C 시나리오(정책 실패)의 발생 확률을 40%로 가장 높게 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정치 리더십 공백 — 셧다운·관세·연준 독립성 훼손 등 동시다발 위험
② 통화·재정 믹스 왜곡 — 초기 인하가 재정조달비용 상승을 상쇄 못함
③ 글로벌 신뢰도 저하 — 외국인 채권보유 비중 31%→28%(3년)
Ⅴ. 투자전략·포트폴리오 제언
1) 국채—듀레이션 바이트(Byte) 전략
- 3M T-Bill: 레포대상, 5.32% 수익률 유지
- 2Y UST: 4.25~4.40% 구간 분할매수, 채권/금리컷 헷지
- 20Y+ 스트립스(Strips): 6% 이상만 부분 트레이딩, 장기 보유 지양
2) 금—코어 자산화
포트폴리오 내 금 비중 5→10% 확대 권고. ETF(GLD) 60%, 나머지 40%는 금광주(GDX)·선물 롤오버로 균형화. 3,200~3,250달러는 중기 매수 구간, 4,500달러 초과 시 일부 차익실현.
3) 주식—Quality Factor & Dividend Growth
- 순부채/EBITDA 1.5배 이하, FCF 마진 10% 이상 종목
- 배당성장 ETF(VIG·SCHD) 활용, 이익 품질로 채권 대체
4) 통화—달러 편중 축소, 엔·금 기반 스왑 포지션
EUR·JPY·CHF 대비 달러 지수(DXY)는 105~110 상단 근접. 엔화 145엔 이상선에서 달러→엔 통화스왑 개시, 금과 엔 공간을 동시 보유해 ‘안전자산 바스켓’ 구성.
Ⅵ. 경제·정책 제언
1. 재정 규율 복원
단순한 지출 삭감이 아닌 지속 성장 가능한 세입 기반 확충이 필수다. 탄소세·디지털세 등 신규 재원 논의가 지연될수록 ‘채권 할인율’은 더 크게 뛴다.
2.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재설계
‘데이터 디펜던트’라는 모호한 레토릭 대신 장·단기 정책금리 분리 운영을 명문화해야 채권가격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3. 국제 통화협력 강화
IMF SDR 바스켓 재편, 美·EU·日이 공동 국채 스와프 라인을 제도화해 투명성·유동성·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Ⅶ. 결론: ‘안전자산 체계’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
국채는 그 자체로 ‘부채(負債)의 약속’이며, 금은 채무자가 필요 없는 실물 가치 저장소다. 2025년의 시장은 이 진실을 냉혹하게 반영 중이다. 장기금리 5% 시대는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라 안전자산 패러다임 전환의 서막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는 이제 ‘채권=리스크 프리’라는 공식을 수정해야 한다. 신용창출 기반 금융자산과 실물 자산 간 균형, 그리고 듀레이션·유동성·통화 위험을 통합 관리하는 전환적 사고가 요구된다. 본 칼럼이 제시한 듀레이션 바이트·금 코어화·품질 주식 편입·통화 다변화는 그 첫걸음이다.
향후 12개월, 정책 당국이 재정·통화·정치 리스크 중 하나라도 구조적으로 완화하지 못한다면, 금 4,000달러·10년채 5.5%·S&P500 10%-조정 시나리오는 결코 비관적 과장이 아닐 것이다.
안전자산을 재정의하라. 그리고 그것을 포트폴리오 중심에 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