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내 파운드리 ‘VEU 특혜’ 전면 철회…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뒤흔들 5대 장기 파장

■ 칼럼 개요

미국 상무부가 2025년 9월 3일자로 대만 TSMC·한국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이 중국 공장에서 향유해 온 ‘VEU(Validated End-User) 신속 수출 허가’ 특혜를 전격 취소했다. 단 한 줄짜리 연방관보(Federal Register) 공고지만, 그 파급력은 단순 기업 실적을 넘어 미·중 기술패권·글로벌 공급망·자본 흐름·지정학 리스크를 송두리째 재편할 만큼 장기적이다. 본 칼럼은 해당 조치가 ①공급망 지형 ②장비·소재 밸류체인 ③국가별 산업정책 ④자본시장 프리미엄 ⑤기술혁신 속도라는 다섯 축에 어떤 구조 변화를 야기할지 1년 이상 타임라인으로 심층 진단한다.


1. VEU 제도와 ‘철회’의 의미

1) VEU란 무엇인가
VEU는 미 상무부 BIS가 2007년 도입한 ‘검증된 최종사용자’ 프로그램이다. 지정 기업은 개별 라이선스 없이 미국산 장비·소프트웨어를 수입할 수 있어 통관 기간이 평균 6~8주 → 5일 이내로 단축된다. 이 특혜가 사라지면, 중국 난징·시안·우시에 위치한 12·14·28nm급 들은 ▲증설 장비 ▲스피어계 측정장비 ▲EUV 관련 부품을 도입할 때마다 건별 허가를 새롭게 취득해야 한다.

2) 왜 지금인가

주목
  • ① 2024.11 미 대선: 트럼프 캠프의 ‘대중 기술차단 2.0’ 공약 수용
  • ② 2025.7 美·네덜란드·日 삼각 공조: 노광장비 전면 목록화
  • ③ 中 3나노 양산 로드맵 가시화: SMIC∙화홍의 공정 포트폴리오 확대
  • ④ 반도체 보조금법(CHIPS Act) 재승인 로비: 국회 예산 청문회 압박

결국 ‘하드웨어 차단 → 인재·자본 → 소프트웨어·AI 모델’로 이어지는 멀티 레이어 통제의 첫 단추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 장비·소재 밸류체인 재편

1) 미국 장비社

기업 중국 매출 비중(’24) 리스크 헤지 전략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33% 美 텍사스 ‘에픽’ 캠퍼스·인도 방갈로르 연구소 투자 가속
라미리서치 27% 말레이·한국 듀얼 소싱, 보조금법 세액공제 활용
KLA 24% EUV 미세 측정 장비를 ‘우선 허가 품목’으로 지정 요청

2) 일본·네덜란드 굴지 장비社
ASM·도쿄일렉트론·ASML은 중국 신규 수주 공백을 인도·베트남·미국 신규 팹 투자 러시로 채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부품 인증 절차 장기화 ▲현지 숙련인력 부족 ▲운송·관세 비용 상승 등으로 단기 비용구조가 악화될 전망이다.


3. 공급망 지형 변화와 ‘팹 위치 지오메트리’

1) 한국·대만 팹 전략 수정

주목
  • TSMC: 난징 28nm 라인은 현상 유지, 첨단 공정 장비는 대만·애리조나로 집중. 3년 내 중국 매출 비중 10%→5% 하향 목표.
  • 삼성전자: 시안 V낸드 공장 2라인 증설 계획 6개월 유보, 텍사스 테일러 2나노 라인으로 캐파 전진배치 검토.
  • SK하이닉스: 우시 D램 EUV 전환을 필라델피아 신공장으로 이관, 중국 공장은 Legacy DRAM에 한정.

결과적으로 선단 공정=아메리카·대만·한국, 레거시 공정=중국·말레이 구도로 캡티브화가 빠르게 진전될 공산이 크다.

2) 중국의 대응 시나리오
① SMIC·화홍: 40nm 이하 공정 국산 장비 비중 25→40% 확대
② 中 국무원: ‘제6차 반도체 대책’(약 4500억위안) 가시화
③ 국산 장비(중미반도체·북중미세): 2026년 CSS·PR 전공정 공급 목표

다만 글로벌 파운드리 고객(퀄컴·브로드컴·AMD)이 중국산 칩 채택을 주저하면서 ‘공정 자립’이 판매 자립을 보장하지 못하는 모순이 노정될 수 있다.


4. 자본시장 프리미엄과 주가 밸류에이션

1) 美·EU 증시

  • 장비社 EV/Sales 멀티플: 2023년 5.2배 → 2026년 전망치 4.1배로 하향 안정화
  • 선두 팹리스(엔비디아·퀄컴): 중국 매출 디스카운트 10~15% 이미 반영, AI 수요가 상쇄

2) 韓·台 증시
한국 KOSPI 반도체 지수는 2025년 저점 대비 28% 반등했으나, 시안·우시 캐파 모라토리엄 불확실성으로 PER 12배 수준에서 상단이 눌리는 ‘밸류에이션 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 TSMC는 애리조나 공장 원가 급등(재료비+26%, 인건비+18%)이 주당이익 희석 변수가 되지만, 서플라이 체인 다변화에 대한 전략 프리미엄이 덧붙어 20배 초반 PER 방어가 가능할 전망이다.


5. 혁신 속도와 ‘기술 디커플링 2.0’

1) AI·고대역 메모리
HBM4 이후 규격 경쟁에서 미국·한국 동맹과 중국 진영의 인터페이스 표준이 분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R&D 비용 이중화로 이어져 양 진영 모두 단기 자본 효율이 저하되지만, 5년 뒤 기술 스택 간 상호운용성이 사실상 단절될 위험이 있다.

2) 반도체 장비 진입 장벽의 상대적 완화
ASML·AMAT가 중국 수출을 제한받으면, 중·대만·한국 2차 벤더가 염화드라이식 식각·프론트엔드 CMP 부문에서 니치마켓을 공략할 기회가 생긴다. 장기적으로는 ‘모듈 단위 혁신’이 증가하고, 2030년께 장비 퀀텀 점프가 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6. 정책·거버넌스 시사점

① 미국CHIPS Act 2.0: R&D Tax Credit 25→35%, ‘China-plus-2’ 투자 시 상계공제 검토
② EUEuropean Chips Act: ASML 대중(對中) 출하 승인권을 네덜란드→EU집행위로 승격
③ 한국 – 용인•평택 메가클러스터 가속, 소재·부품 국산화율 30→50% 목표
④ 대만 – ‘담수·전력 백업 여력’ 규제 완화, 美·日 합작 R&D 허브 유치
⑤ 중국대외의존도 30%룰 제정, 국산화 지표를 세액공제·조달 우선순위에 연동


7. 투자 전략 로드맵

단기(6~12개월)

  • 장비社: 오더백로그 감소 → 실적 눈높이 하향, 주가 변동성 확대 구간
  • 메모리社: 단가 반등+캐파 제한으로 스프레드 개선 기대, 낸드보다 D램 우위
  • 팹리스: AI·자동차용 ASIC 수주 견조, 중국 수요 공백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EMS로 이전

중기(1~3년)

  • 미국 내 선단 공정 양산 안정화 여부가 기술주 Risk-Premium 스프레드를 좌우
  • 공급망 재배치 CAPEX→산업재·건설·부품 소재 전달 파급, 경기순환적 기회 요인

장기(3년 이상)

  • ‘디커플링 지수(Decoupling Index)’* 상승 속도에 따라 글로벌 IT 가치사슬 2극화
  • * 미국 선단 공정 캐파 ÷ 중국 선단 공정 캐파를 지수화해 추적, 2024년 1.3→2030년 2.7 전망

8. 결론 및 기자 견해

VEU 특혜 철회는 단순한 장비 통관 절차 변경이 아니다. 이는 ①반도체 지오컨트롤(Geo-control) 강화 ②공급망의 물리적 단선화 ③자본의 정치적 할인율 확대를 동시다발로 유발하는 구조 변화다. 향후 1년간은 장비주·팹주 실적 하향, 메모리 가격 반등, CAPEX 재배치가 교차하며 변동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5년 스코프에서 미국·동맹국 집중형 선단 공정 클러스터가 안정화되면, 기술혁신 효율은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 단, 글로벌 표준이 양분되는 ‘인터페이스 장벽’이 현실화될 경우, 혁신의 스필오버 효과가 축소되어 기술 총요소생산성(TFP)이 둔화될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라면 ▲장비주 바텀피싱은 2026년 전후 실적 바닥 확인 후 분할 접근 ▲메모리업체는 CAPEX 축소→ASP 반등 시그널에 주목 ▲팹리스·IP 기업은 중국 매출 비중을 지속 점검하며 ‘중국 매출 디스카운트’ 감안을 권고한다. 궁극적으로는 ‘디커플링 한계선’을 가늠하는데 필요한 거시·정책 지표(미 금리·재정 적자·동맹국 투자 인센티브)를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는 지금,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거대한 위상 이동을 막 통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