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U 특혜’ 철회가 촉발한 미·중 반도체 디커플링 심화 시나리오 – 美 증시·경제에 미칠 5대 장기 파장

■ 칼럼 개요

2025년 9월 3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적용해 온 Validated End User(VEU) 신속 수출 허가 제도를 전격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개별 기업 특혜 철회이지만, 본질은 ‘미·중 기술전쟁’ 2막의 서막이다. 본 칼럼은 이번 조치가 향후 최소 1년 이상 미국 증시·경제에 던질 구조적 여파를 다섯 축으로 나누어 심층 분석한다.


1. 정책 배경 – “허점(Legacy Loophole)은 닫혔다”

1) VEU 제도의 역사적 맥락

  • 2007년 도입, ‘신뢰할 수 있는 해외 팹’에 장비 반입 패스트트랙 부여
  • 2022년 10월 ‘바이든 수출규제’ 이후에도 유예조항으로 잔존
  • 2025년 9월, 트럼프 행정부가 “최종 봉쇄” 선언 –> 사실상 對중국 반도체 장비 완전 라이선스 체제 전환

2) 데이터로 본 특혜 규모

업체 중국 팹 매출 비중 美 장비 의존도
TSMC 약 3% 52%
삼성전자 낸드 38% 46%
SK하이닉스 D램 45% 49%

위 수치는 회사·SEMI·BIS 자료를 취합한 추정치다. 즉, 특혜 철회는 생산량보다 공정 업그레이드·증설의 사슬을 자르는 행위다.


2. 공급망 파열음 – 美 기술주의 ‘숨은 인플레이션’ 요인

1) 반도체 장비주 재평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램리서치·KLA 등 미국 장비사는 중국 매출 의존도가 평균 30%대다. 일괄 허가→건별 허가 전환은 수주 인식 시점 지연·재고 적체·OEM 리스 모델 붕괴를 동반한다. 연초 대비 15% 하락한 SOX장비지수(SEMI Equipment)는 2~3분기 추가 이익 추정치 하향이 불가피하다.

주목

2) ‘숨은 인플레’ 전이 경로

  1. 장비 납기 지연→파운드리·메모리 설비 가동률 하락
  2. AI·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첨단 로직 공급 부족
  3. 엔비디아·AMD·테슬라 등 수요 기업 단가 인상, 가격 전가→CPI·PPI 자본재 항목 상승 가속

결론적으로, 시장이 기대하는 Fed의 연내 75bp 인하 경로는 상반기 대비 FOMC 점도표 상단을 밀어 올릴 잠재변수가 추가됐다.


3. 부품 국산화 드라이브 – 中·韓·日·美 ‘4극 구조’ 형성

이번 조치는 중국의 네·자·돔(內資化·自主化·国产化) 가속페달을 자극한다. 반면 대만·한국 업체는 자본 회수 타이밍을 앞당겨 미국·일본·유럽 ‘탈중국 셔틀 인베스트’에 나설 공산이 크다.

① 중국 – “잃을 것이 없다” 전략

  • SMIC N+1(7nm) 수율 개선 시도, 장비 내재화율 20%→35% 목표
  • 장기 국책펀드(Big Fund III) 3000억 위안 +
  • 의무 국산화 비율을 스마트폰→자동차→산업 IoT로 단계 확대

② 한국·대만 – 美 CHIPS Act 인센티브 vs. 中 매몰비용 딜레마

삼성·SK·TSMC는 합산 800억 달러 이상의 미국 파운드리·패키징 투자를 이미 발표했다. VEU 철회는 “중국 공장 가치 절반 상각”을 의미하므로, 글로벌 캐파 균형이 美·EU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경쟁형 과잉 투자→가격 싸이클 변동성 확대를 예고한다.


4. 美 증시 섹터별 장기 파장

1)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단기 조정 폭이 8~12%에 머무른다면 매수 기회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칩 설계·장비·파운드리로 이어지는 전방·후방 멀티플 디레이팅을 감안할 때, 12개월 예상 PER 26배 수준이 중립 밴드 상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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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스닥 100

‘매그니피센트 7’ 중 엔비디아·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AI 수요 측면에서 원가 상승 압력 노출이 가장 높다. 반면 애플·메타·테슬라는 중국 생산 의존도를 축소하는 중이거나, 자체 칩 설계로 전환 속도를 조절할 여지가 있어 하방 완충력이 다소 크다.

3) 원자재·에너지

반도체 장비 BOM 물량 감소는 고순도 플루오린·특수가스·구리 수요를 일시 둔화시킬 수 있으나, 중국 내 대체 장비·소재 산업 육성이 맞물려 총수요는 2026년 이후 재확장 국면이 전망된다.


5. 투자 전략 – 장기 포트폴리오 3단계 시나리오

시나리오 A : ‘관리된 완충’

미·중이 파운드리·메모리의 28nm·128단 레벨에서 타협점을 찾는 경우다. 장비주 이익은 2개 분기내 정상화, SOX 지수는 3,700선 지지 예상.

시나리오 B : ‘불완전 분할’(Base Case 55%)

중국 설비 증설은 동결되지만 유지보수는 허용. 미국·일본·네덜란드 3국이 EUV > DUV, HBM > D램 일반공정 수준으로 규제 범위를 고도화. 장비·소재 업체는 보조금·Tax Credit으로 일부 상쇄. 나스닥100 CAGR = 6~7%로 하향.

시나리오 C : ‘전면 디커플링’

중국이 ASML DUV Immersion까지 자체화 선언, 미국은 대중 금융제재 패키지로 대응. 글로벌 IT CapEx 중 최소 20%가 중복 설비로 전환 → 장비·메모리 업종 변동성 > 2001년 닷컴버블 이후 최대치. S&P 500 EPS 컨센서스 –5%p 하향 가능.


■ 필자 판단 – “Mid-Tech Trap” 시대의 시작

일각에서는 난징·시안 등 기존 공장이 낮은 공정 수준이기에 글로벌 공급 우려가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문제의 본질은 ‘용량’이 아니라 ‘경험 곡선(Experience Curve)’이다. 설비 증설이 막히면 중국 팹 엔지니어는 최신 장비를 다룰 기회를 잃는다. 3~5년 뒤에는 공정 격차가 기술·인재 양면에서 되돌리기 어려운 ‘Mid-Tech Trap’ 으로 굳어진다. 이는 곧 (1) 글로벌 IT 가격의 구조적 상방, (2) 美 내부 서플라이 체인 집중에 따른 지방·친환경·노동 규제‧물류 비용 반영으로 이어져 만성적 코스트 인플레를 초래한다.

따라서 투자자는 “장비주 저가매수”보다 고객 다변화·非중국 매출 비중 70%+를 달성한 업체—예: 아즈텍, 램리서치, 네덜란드 베시스—에 관심을 갖는 편이 합리적이다. 동시에 전력·용수·가스 인프라를 공급하는 미국 남동부 유틸리티, 일본·태국·인도네시아 산업단지 REIT, 그리고 국방 사이버보안 ETF 등 2차 파생 수혜 자산을 조합해 인플레 방어와 알파를 동시에 추구할 것을 제안한다.


맺음말

VEU 특혜 철회는 숫자상 매출 3~4%가 사라지는 사건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기술주 랠리를 지탱해 온 글로벌 분업 모델을 구조적으로 재설계하는 ‘도미노 1번 타일’이다. 장비 → 팹 → 클라우드 → AI 서비스까지 연결된 가치사슬 전반의 비용·캡엑스·가격·정책 상호작용을 면밀히 추적해야 할 시점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베이스 시나리오는 ‘불완전 분할’이지만, 2026년 미국 대선, EU 통상 정책, 대만 해협 리스크가 중첩될수록 ‘전면 디커플링’ 확률은 우상향할 것이다.

필자는 이 변화를 단순한 무역 뉴스가 아닌 “미국 증시 장기 리스크 프리미엄 상향”의 시발점으로 해석한다. 투자자는 금리·인플레·공급망·안보·기술표준이 얽힌 복합 구조를 감안해, 기존 성장주 일변도의 자산 배분을 재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