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법원, 트럼프 관세 ‘불법’ 판결…미 정부가 거둬들인 수십억 달러 관세 환급될까

[글로벌 무역]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상당수 관세(tariff)불법이라고 판단하면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가 기업들에게 환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5년 9월 2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인해 백악관이 체결해 온 다수의 무역 합의가 흔들리고 있으며, 물류·해운 업계는 여전히 혼란 속에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법원이 10월 14일까지 집행정지(stay)를 내린 탓에, 현재로서는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ITS 로지스틱스 글로벌 공급망 부문 부사장 폴 브라셔(Paul Brashier)는 “현 시점에서 실제 적용되는 변화나 공식 통보는 없었다”며 “대부분의 화주들이 대법원(Supreme Court) 상고 결과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관세 발효를 피하려는 ‘프런트로딩(front-loading)’ 현상으로 이미 대량 수입이 이뤄졌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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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크레인 작업 모습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9월 1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대법원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플랜 B’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도 “대법원에 신속한 판결(expedited ruling)을 요청하겠다”고 언급했다.

세계적 포워더 C.H.로빈슨의 마이크 쇼트(Mike Short) 글로벌 포워딩 사장은 “고객사들로부터 환급 절차와 대법원 전망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캐나다·멕시코·중국산 마약성 의약품 관련 관세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 제품에 적용되는 ‘상호주의 관세’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설명했다.

국제 통상 전문 로펌 아킨(Akin)의 조쉬 테이텔바움(Josh Teitelbaum) 선임 고문은 “기업들이 현재의 소싱 전략을 섣불리 바꿔선 안 된다”며 “설령 대통령 권한 초과로 판단되더라도, 백악관은 다른 법률을 활용해 새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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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기업 OL USA의 앨런 베어(Alan Baer)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10월 입항 예정 화물선이 항해 중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엇갈린 시그널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으로부터 6~9개월간의 ‘특별관세 권한’을 부여받거나,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품목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백악관이 매달 300억 달러 이상의 세수를 포기하리라 보지 않는다.” – 앨런 베어, OL USA CEO

미 재무부 8월 31일 기준 통계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들어 미국 정부는 총 1,420억 달러의 관세 수입을 얻었다.

관세 환급 절차는?

쇼트 사장은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확정하더라도, 소급(refund)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환급이 결정되면, 관세청(CBP)이 자동으로 처리할지 통관 브로커가 별도 신청을 해야 할지에 따라 업무 부담이 배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 컨설팅 기업 Trade Partnership Worldwide의 댄 앤서니(Dan Anthony) 사장은 “IEEPA 전용 코드로 일괄 환급하면 간단하지만, 개별 청구 방식을 택하면 수입업체가 큰 행정적 장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법 관세를 만든 쪽은 정부이므로, 절차 복잡성을 이유로 동정을 받을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IEEPA 관세는 90여 개 국가, 11,000개가 넘는 HTSUS 코드 가운데 약 95%에 적용된다. 특히 펜타닐(fentanyl) 관련 관세는 캐나다·멕시코·중국산 모든 제품이 대상이며,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 있는 경우만 예외다.

이에 반해 섹션 232 관세는 비교적 좁게 설정돼 있지만, 알루미늄·구리·철강 외에도 800여 개 HS 코드가 포함돼 있어 영향 범위가 만만치 않다.

펠리시아 풀럼(Felicia Pullam) 전 미 세관국(CBP) 무역관계국장은 “환급 작업이 간단치는 않지만 정부가 의지를 보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환급이 이루어질 경우, 자금이 다시 나가기 때문에 미 연방 재정적자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소규모 기업이 UPS·FedEx·DHL 같은 제3자 물류업체를 ‘수입자 기록자(importer of record)’로 지정했을 경우, 환급금이 물류업체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기업이 돈을 받기까지 상당한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법적 대응 마감 시한과 추가 관세 리스크

수입업체는 화물이 통관된 날로부터 314일 안에 항의를 제기할 수 있다. 2월부터 집중된 ‘프런트로딩’ 물량을 감안할 때, 올해 12월 말이 실질적 마감 시한이라는 분석이다.

풀럼 전 국장은 “IEEPA 관세가 법적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조속히 다른 관세 툴(tool)로 전환하는 편이 국가적·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이번 판결이 기존 무역 합의를 무효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관세가 철회돼도 즉시 대체 관세가 시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클랜드항 입항 선박

쇼트 사장은 “관세 변동성은 이미 ‘뉴노멀’이 됐다”며, 목재·의약품·가구·항공·트럭·어업·핵심 광물 등 광범위한 섹터에서 진행 중인 섹션 232 조사가 언제든 새로운 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7월 구리(copper) 품목이 추가된 전례가 있다.

리드 스미스(Reed Smith) 로펌의 마이클 로웰(Michael Lowell) 파트너는 “이번 판결이 불확실성을 더 키웠을 뿐, 기업들은 여전히 관세가 지속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용어 설명

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는 1977년 제정된 미국 법률로, 국가비상사태 선포 시 대통령이 무역·금융 제재를 발동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을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해 IEEPA를 적용한 것이 적법한지였다.

섹션 232는 1962년 통상확장법에 따른 조항으로, 특정 수입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행정부가 관세 또는 수입 제한을 부과할 수 있다.


전문가 분석: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법적 문제가 아니다. 대선을 앞둔 정국에서 관세 환급은 재정·정치·외교 세 축에 복합적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1,420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 수입이 환급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 온 ‘무역 협상 성과’와 재정 흑자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 반면 대체 관세가 즉시 발효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기업들은 근본적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 결국 무역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환경에서, 공급망 다변화와 실시간 관세 모니터링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