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와 금(金)이 동시에 강세를 기록하며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이 급락한 2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됐다. 특히 달러지수(DXY)는 0.63% 상승했고, 금 선물 가격은 무려 2.16% 급등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2025년 9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국 증시에서 나타난 대규모 위험 회피(risk-off) 흐름이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대거 자금을 이동시켰다. 여기에 10년 만기 미 국채(T-note) 금리가 오르며 달러 금리차가 확대돼 달러 강세를 거들었다.
반면 일본 정치권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엔/달러 환율은 한 달 만의 엔화 최저치를 기록했다. 집권 자민당(LDP)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자 확장 재정정책 기대가 확산됐고, 이는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1. 달러 강세 배경
달러지수(DXY)는 빅맥지수나 PPP(구매력 평가)와 달리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로, 글로벌 외환시장의 위험 선호·회피 심리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달러 강세를 이끈 주요 동인은 다음과 같다.
1)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선호 확대 2)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벌어진 금리차 3) 엔화·유로화 약세 등 상대통화 하락 효과
다만 달러 상승폭은 미국 경기 지표 부진이 일부 제한했다. 8월 ISM 제조업지수는 48.7로 전월 대비 0.7p 상승했으나 시장 예상(49.0)에는 미치지 못했고, 7월 미국 건설 지출은 세 달 연속 감소하며 전월 대비 0.1% 줄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경기 둔화 신호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92%로, 10월 28~29일 회의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을 51%로 반영하고 있다.
용어 풀이: 연방기금선물은 시장 참가자들이 연준의 정책금리를 예상해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암묵적 금리 전망치를 실시간 가격에 반영한다.
2. 유로·엔 약세 심화
유로/달러(EUR/USD)는 0.64% 떨어졌다. 유로존 8월 CPI가 전년 대비 2.1%, 근원 CPI가 2.3%로 예상치(2.2%)를 웃돌았지만, 달러 강세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ECB 집행이사회 슈나벨, 이사회 멀러 위원이 “다음 주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독일 국채금리가 상승, 완충 역할을 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유로 약세 재료다. 독일 메르츠 총리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외면하는 제3국 기업에 2차 제재를 주장했고, 푸틴·젤렌스키 회담 가능성이 낮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엔/달러(USD/JPY)는 0.82%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모리야마 간사장 사임설로 확장 재정 경로가 열릴 수 있다는 견해가 강하게 반영됐다. 일본은행(BOJ) 히미노 부총재가 “조건이 허락되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지만 구체적 일정 부재에 따라 엔화 수요는 줄었다.
3. 금·은 사상 최고 랠리
뉴욕상품거래소(COMEX) 12월 금 선물은 전일 대비 76.10달러(2.16%) 오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 선물 역시 0.869달러(2.13%) 상승하며 14년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급락으로 세이프 헤븐(safe-haven) 수요가 급증한 것이 1차 요인이다. 동시에 글로벌 재정적자 확대 우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사 쿡 Fed 이사 해임 시도로 촉발된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 프랑스 바이루 총리의 신임투표 요구에 따른 정치 리스크가 겹치며 금 수요를 부채질했다.
펀드 자금 유입도 가파르다. 금 ETF 보유량은 전날 2년 만의 최고치를, 은 ETF는 3년 만의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4. 연준 독립성 논란과 자본 유출 우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움직임은 연준의 정치적 예속화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에서는 쿡 이사 해임이 현실화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미 달러 자산 신뢰를 잃고 비달러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퍼져 있다.
“만약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달러는 더 이상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당연히 누릴 수 없다” — 익명을 요구한 월가 채권 애널리스트
다만 현행 연준법상 대통령이 Fed 이사를 자의적으로 해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연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거세질수록 통화정책 전망은 불투명해지고, 이는 금과 달러라는 상반된 안전자산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묘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5.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바차트(Barchart)의 리치 애스플런드 애널리스트는 기사 말미에서 “본인이 언급한 종목에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일부 스트래티지스트는 “경기 침체 신호가 본격적으로 확인되면 달러·금 강세가 동반되기보다는 금만 강세, 달러는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통상 달러와 금 가격이 동반 상승할 때 해외 ETF·선물·환헤지 전략이 복잡해진다. 달러 인덱스 ETF로 환차익을 노리는 동시에, 금 현물 ETF를 분할 매수해 변동성을 분산하는 전략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편집자 주: 이미지 링크는 제공된 원문 URL을 시각화 목적에 맞춰 삽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