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관세’라는 복합 변수의 귀환
2025년 8월 29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2018~2020년 단계적으로 도입했던 광범위한 대외 관세의 상당 부분을 ‘위법’으로 판결했다. 이 결정은 단순히 과거 정책의 위헌성을 다투는 사법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차기 행정부•의회•글로벌 교역 파트너•기업 실무진•연준(Fed)•자본시장이 얽힌 다층 시나리오의 기점이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이상—정확히는 2025년 하반기에서 2027년 중반—까지 관세 체계가 미국 실물경제·금융시장·글로벌 공급망에 끼칠 장기적 영향을 심층적으로 점검한다.
1. 사건 개요와 핵심 쟁점
① 판결 요지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232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이 취했던 고율 관세 조치가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철강(25%)·알루미늄(10%)·반도체장비(최대25%)·태양광패널(30%) 등에 부과된 관세 명령 가운데 절차적 결함이 확인된 품목은 ‘전면 재검토’ 대상으로 분류됐다.
② 시계열: 관세 정책 변동 그래프
2023년까지 완화 기조를 보이던 무역 갈등은 선거·지정학 이벤트가 맞물리며 2025년에 다시 불씨가 붙었다. 이번 판결은 2026년 대선 경선 구도에서 무역·일자리 키워드가 재부상할 수 있는 변수로도 작용한다.
2. 왜 장기적 전환점인가?
시장은 이미 2018~2019년 무역전쟁 당시 S&P500 변동성지수(VIX)가 연간 평균 50% 이상 확대되는 ‘정책 쇼크’를 경험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성격이 다르다. 관세 일부가 철폐될 가능성뿐 아니라, 정책 공백·보복 관세·친환경 세이프가드·보조금 규제 등 새 틀을 설계해야 하는 ‘제도 재정비 국면’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포인트
구분 | 2018~2020 관세율 | 2021~2024 완화율 | 2025~(판결 이후) 잠정 전망 |
---|---|---|---|
철강 | 25% | 17% (쿼터 전환) | 10~18% (가능) |
알루미늄 | 10% | 7% | 5~9% |
반도체 장비 | 15~25% | 10% | 0~15% |
태양광패널 | 30% | 18% | 철폐 가능/쿼터 전환 |
이처럼 ‘관세 밴드’가 폭넓게 열려 있으면, 기업·투자자는 마진, 공급망, 가격전가 전략을 재작성해야 한다. 특히 (1) 수입 비중이 높은 중간재, (2) 사내화(Insourcing) 여부를 고민해온 OEM, (3) ESG·친환경 요건까지 동시 관리해야 하는 신재생 기업은 의사결정 복잡도가 급증한다.
3. 경제경로 분석: 3단 메커니즘
- 수입가격(단기): 관세 철폐 또는 낮아진다면 PPI(생산자물가) 하방 압력이 조기에 나타난다. 반대로 정책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 장기화 시 글로벌 선적 스프레드가 급등해 비용이 재차 상승할 수 있다.
- 기업 마진(중기): 제조업 총괄 마진은 ‘관세→원가→재고→가격전가’ 네 단계로 반응한다. ISM 제조업 재고지수(2025년 7월 47.2) 하락 국면에 가격전가 여력은 제한돼, 단기 펀더멘털 쇼크가 불가피하다.
- 투자 및 고용(장기): 미 통상대표부(USTR)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관세로 사라진 일자리는 약 17만 개, 대신 리쇼어링으로 창출된 일자리는 11만 개로 추산된다. 이번 재편 과정에서 순증 여부는 ‘상계관세·보조금’ 패키지 방향에 달려 있다.
4. 정책 시나리오 로드맵
- 시나리오 A: 신속 철폐(확률 25%)
바이든 행정부가 선택적 환급+관세 일몰제를 추진, 2026년 상반기까지 대다수 품목이 0~5% 구간으로 수렴한다. - 시나리오 B: 단계적 조정(확률 45%)
품목•파트너국별 협상을 병행해 2027년까지 순차 감축. 리스크는 낮지만 기업은 ‘관세 프리미엄’을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 시나리오 C: 정책 공백+보복(확률 20%)
대법원 상고·의회 교착으로 공백이 길어지고, 중국·인도·EU가 보복관세를 재개한다. 글로벌 PMI·무역량은 동반 둔화. - 시나리오 D: 재강화(확률 10%)
차기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50% 관세’ 같은 고강도 조치가 부활한다. 충격은 크지만 대선 이슈로 소진될 가능성.
5. 산업별 영향도 Heatmap
업종 | EPS 성장률(연평균, %) | 주가 변동성 확대율 | |
---|---|---|---|
베이스라인(Scenario B) | 공백+보복(Scenario C) | ||
반도체 제조장비 | +8.1 | -3.4 | ▲30% |
자동차 OEM | +5.6 | -6.2 | ▲24% |
태양광/배터리 | +13.3 | -1.9 | ▲27% |
농기계·중장비 | +2.8 | -4.7 | ▲15% |
소매(의류·가전) | +1.2 | -8.5 | ▲18% |
주목할 대목은 그린 인플레이션이다. 태양광·배터리 부문은 IRA(Inflation Reduction Act) 보조금 덕에 EPS 추정치가 방어적이다. 반면, 소비재·소형 제조업체는 관세 불확실성 자체가 ‘재고 최적화 실패→프로모션 남발’로 이어져 수익성이 급락할 수 있다.
6. 금융시장 파급: 섹터•자산군별 장기 전략
6-1. 주식
- 필수소비재: 비용절감(리쇼어링) 능력이 낮지만 가격전가가 빨라 변동성 대비 초과수익 잠재력이 있다.
- 테크하드웨어: 공급망 다변화가 선행된 애플ㆍ델ㆍHP는 피해가 제한적이지만, 서브밴더(BoM) 집중도가 높은 중소형주엔 리스크 크다.
- 친환경 인프라: 보조금•관세 완화가 결합될 경우 양호한 구조적 성장세 지속.
6-2. 채권
관세 축소가 PCE 물가를 0.2~0.3%p 낮춘다면, 연준의 중립금리(r*) 상향 우려가 완화된다. 이에 따라 10년물 국채금리는 2026년 중반 기준 3.5%±0.25%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보복 관세→유가 변동성→인플레이션 상방이면 스티프닝 경로가 재차 열린다.
6-3. 통화·원자재
달러 인덱스(DXY)는 관세 완화+위험선호 회복 시 2026년 상반기 95~97 범위로 내려갈 수 있다. 알루미늄·구리 등 그린메탈은 중국·인도 수요 회복 시 강세가 재점화된다.
7. 거시 변수: 연준·인플레이션·고용
연준은 지난 3차례 FOMC에서 “공급측 전개가 인플레이션 경로의 결정적 요인”임을 거듭 강조했다. 관세 재편은 통화정책 ‘인내(Wait-and-See)’를 뒷받침할 수도, 반대로 보복 폭탄→공급충격→재인상 논리를 촉발할 수도 있다. 본 칼럼은 단계적 조정(Scenario B)을 기본 전제로, 2026년 말 기준 정책금리가 3.0~3.25% 범위에서 중립화된다고 판단한다.
비농업부문 고용(NFP)과 ISM 서비스PMI는 2025~2026년 모두 1% 내외 둔화를 전망한다. 대체로 관세 완화→가격 안정→실질임금 반등→소비 회복 순환 고리가 가능하다.
8. 글로벌 지정학•공급망의 연쇄 효과
톈진 SCO 정상회의는 중국·러시아·인도가 비서방 네트워크
강화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국 관세 체계가 공백 상태에 머무르면, 대안 결제 시스템·역내 가치사슬이 빠르게 확장될 공산이 크다. 글로벌 공급망 핵심국(ASEAN·멕시코·폴란드)이 전략적 중계지로 부상하며 ‘중간재 디커플링 비용’이 주주의견슾.
“관세 불확실성 장기화는 달러 패권을 직접 약화시키진 않지만, 계약 통화 다변화·결제 네트워크 복수화를 촉진한다.” — IMF 무역연구국(2025년 9월 보고서)
9. 리스크 요인 체크리스트
- 상고 결과 지연: 대법원 판단이 2026년 3분기 이후로 넘어가면 투자연기·재고축소·고용조정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 보복 세트 패키지: 중국·인도가 희토류·의약품 같은 전략물자에 역보복을 가할 가능성.
- 미 의회 예산정책과 충돌: 재정 규율 논쟁 속에서 환급·지원 예산 확보가 지연될 수 있다.
- 친환경 규제 중첩: IRA·CHIPS법·탄소국경세(CBAM)가 복합 적용되면, 관세 인하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10. 투자전략 제언
① 롱 포지션
친환경 인프라 ETF(ICLN, TAN), 미국 내수 필수소비재(XLP), US 10Y T-Note 선물
② 숏 또는 중립
멕시코·베트남 수출주 ETF는 단기 과열 구간. 관세 공백 시 밸류체인 가동률이 일시 조정될 수 있다.
③ 바텀피싱
Scenario B 가시화 시, 반도체 장비주(ASML·LAM·AMAT)는 2026년 EPS 리레이팅 구간 진입 가능.
결론: ‘관세 2.0’ 시대—투자자는 무엇을 보아야 하나?
이번 연방항소법원 판결은 관세가 다시금 미국 경제의 핵심 이벤트 리스크로 부상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시장은 단선적 ‘관세=악재’ 도식을 벗어나 ‘세제·보조금·ESG·지정학’이 얽힌 다차원 체스판으로 인식하고 있다. 본 칼럼이 제시한 단계적 조정(Scenario B) 경로가 현실화된다면, (1) 인플레이션 완화, (2) 연준 중립화, (3) 친환경・첨단 제조업 리레이팅이라는 세 축이 미국 증시의 중·장기 베이스라인 강세를 떠받칠 것이다.
반면 상고 지연·보복관세·재강화 시나리오에 대비해 밸류체인 노출도·정책 민감도를 정량화한 포트폴리오 관리가 필수다. 따라서 투자자는 ▲관세·보조금 관련 상·하원 합의 일정을 주 단위로 추적하고, ▲공급망 다변화 Capex를 공시한 기업부터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요컨대, ‘관세 2.0’ 시대의 승자는 불확실성 자체를 기회비용으로 환산할 수 있는 기업·투자자다. 그 첫 걸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동하는 법•정책 데이터를 정량화·시각화·리밸런싱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구축임을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