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생산 증가 전망에 국제 설탕 선물가격 급락

[시장 개요] 10월물 뉴욕 ICE 원당 #11 선물은 전일 대비 1.34% 하락한 1파운드당 0.220달러(-0.22¢)로 마감하며 4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만기 런던 ICE 백설탕 #5 선물도 2.21% 밀려 톤당 11.10달러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브라질의 설탕 공급 확대 가능성브라질 헤알화 약세에 주목하며 매도세를 강화했다.

2025년 9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설탕산업협회(Unica)는 8월 상반월(1~15일) 중 남부·중서부(Center-South) 지역 설탕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361만5,000톤(MT)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탕수수 압착물 중 설탕 배정 비율이 작년 49.15%에서 55.00%까지 늘어, 제당공장들이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을 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2025/26 시즌 누적(4월 1일~8월 15일) 생산량은 2,288만6,000톤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7~8월 중 가뭄과 고온이 지속돼 수확 초기 수율이 낮았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주목

◇ 생산·통화 요인: 브라질 헤알화 약세
같은 날 외환시장에서 브라질 헤알화(USDBRL)는 1.5주 최저치를 경신했다. 통화 약세는 브라질 생산자들의 달러 기준 수익을 높여 해외 판매를 유도하는 만큼, 추가 수출물량 출회 우려가 커졌다.

◇ 민간 분석: Covrig Analytics
시장조사기관 코브릭 애널리틱스는 “건조한 날씨로 사탕수수의 당분(폴) 함량이 높아, 제당업체들이 에탄올 대신 설탕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확이 절정에 이르는 9~10월까지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수급 균형은 더욱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 글로벌 수급 전망

국제설탕기구(ISO)는 8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 연도 세계 설탕 공급 부족폭을 23만1,000톤으로 예측하며 “6년 연속 수급 적자“를 경고했다.

그러나 부족 규모는 전년도(▲488만톤) 대비 크게 축소됐으며, ISO는 동 기간 세계 생산량이 3.3% 증가해 1억8,060만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는 0.3% 늘어난 1억8,080만톤으로 전망됐다.

주목

브라질 정부 산하 농업통계기구 코나브(Conab)는 8월 19일 2025/26 브라질 설탕 생산 전망치를 종전 대비 3.1% 낮춘 4,450만톤으로 조정했다. 앞서 7월 발표에서 Conab는 가뭄·폭염을 이유로 2024/25 생산이 3.4% 감소한 4,411만8,000톤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 인도·태국 변수
시장 최대 ‘와일드카드’는 인도다. 블룸버그는 “우기(몬순) 강우가 평년보다 7% 많아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새 시즌에 설탕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인도 기상청(IMD)은 9월 2일 누적 몬순 강수량이 767.1mm(정상 대비 +7%)라고 밝혔다.

인도 사탕·바이오에너지 제조협회(ISMA)는 2025/26 시즌 200만톤 수출 허가를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전국협동조합제당연맹(NFCSF)은 “재배 면적 확대에 힘입어 내년 생산이 1,900만톤(+19% YoY)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4/25 시즌 5년 최저치(2,620만톤)에서 큰 폭으로 개선된 수치다.

세계 3위 생산국 태국도 5월 2일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SB) 자료에서 2024/25 생산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000만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USDA 해외농업국(FAS)은 2025/26 태국 생산을 추가로 2% 늘어난 1,030만톤으로 추정한다.


◇ 장기 전망: 공급 과잉 vs. 구조적 적자

전문상사 차르니코우(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 글로벌 공급이 750만톤 흑자, 8년 만에 최대 잉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USDA가 5월 22일 내놓은 “사상 최대 1억8,931만8,000톤 생산” 전망치와 궤를 같이한다. USDA는 같은 보고서에서 인간 소비용 설탕 수요를 1억7,792만1,000톤(+1.4% YoY)으로, 기말 재고를 4,118만8,000톤(+7.5% YoY)으로 제시했다.

즉, 공식 통계는 공급 과잉을, ISO는 소폭 적자를, 민간·현물 시장은 지역별 기상과 통화여건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예고한다. 현 시점에서 가격 방향성은 브라질·인도 수출 정책과 기상 리스크에 달렸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 용어 설명*
* 원당 #11은 뉴욕 ICE에 상장된 원당(정제 전 설탕) 선물로, 글로벌 벤치마크다. 백설탕 #5는 런던 ICE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흰 설탕(정제 설탕) 선물이다. MMT는 백만 톤(Million Metric Tons)을 뜻한다.

◇ 기자 관전평
금번 가격 하락은 헤알화 약세와 브라질 공급 회복이라는 전형적 조합에 기인한다. 다만, ISO가 6년 연속 적자를 예고한 만큼 단기 급락이 장기 추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결국 변수는 비정상 기후주요 생산국의 내수·수출 정책이다. 국내 식품·음료 기업들은 원가 헷지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