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지원 삭감이 동부 강진 대응 발목… 아프가니스탄 인도주의 위기 심화

카불/로이터아프가니스탄 지원 예산이 급감하면서 동부에서 발생한 강진 대응이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인도주의 단체 관계자들이 2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원조 삭감이 직격탄이 됐으며, 이미 수십 개의 보건 클리닉이 문을 닫았고 구호용 헬리콥터도 운항을 중단했다.

2025년 9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를 인용한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규모 6.0의 지진이 밤사이 동부 산악 지대를 강타해 마을이 무너지고 최소 사망 800명, 부상 2,800명 이상이 발생했다. 헬리콥터가 없어 도보로만 접근 가능한 오지에 긴급 의료진과 물자를 투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탈레반 정권과 구호 관계자들은 사상 최저 수준의 예산과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서 수천 명을 구조·지원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에 직면했다. 케이트 캐리 (Kate Carey)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아프가니스탄 부국장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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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산 삭감으로 현장 인력과 장비가 6개월 전보다 현저히 줄어 실제 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고 말했다.


■ 반복되는 재난 속 지원 절벽

2021년 탈레반 집권 이후 이번이 세 번째 대형 지진이다. 그 사이 분쟁·가뭄·홍수와 더불어 인접국에서 210만 명이 추방되며 인도주의 난제가 겹쳤다. 미국 정부는 이른바 “낭비성 지출 축소”를 명분으로 2025년 1월부터 USAID(미국 국제개발처)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이 여파로 세계 각지 원조프로그램이 줄줄이 축소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자지구·수단 등 다른 긴급 사태가 겹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이미 지원이 감소하던 중이었다. 특히 탈레반의 여성 인권 제한 정책에 대한 도너 정부의 피로감이 자금 흐름을 더욱 악화시켰다. 결과적으로 2022년 38억 달러였던 인도주의 예산은 올해 7억6,7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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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ID는 미국의 대표적 인도주의·개발 원조 기구로, 전 세계 보건·식량·교육 프로젝트에 자금을 집행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구호 항공 서비스를 운영하지만, 예산 삭감으로 올해 초 헬리콥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캐리 부국장은 “균열이 심한 보건 시스템이 건물 잔해로 다친 수천 명의 환자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예산 삭감이 남긴 상처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 숫자로 본 피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난가르하르·쿠나르 두 주(州)에서 올해에만 44개 보건 클리닉이 예산 부족으로 문을 닫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해당 시설들은 36만3,000명에게 필수 의료를 제공해 왔으며, 현재 환자들은 수십 km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헬리콥터로 의료진과 물자를 긴급 수송했지만, 올해 WFP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고립 마을까지 하루 이상을 걸어가야 한다. 이에 따라 골든타임이 지체돼 치명률이 높아질 우려가 크다.


■ 탈레반 “국제사회 지원 절실”

탈레반 정부는 주민 절반이 이미 긴급 인도주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유엔 추산을 인용하며 추가 원조를 호소했다. 압둘 라흐만 하비브 (Abdul Rahman Habib) 탈레반 경제부 대변인은 “식량·의료·이재민·기후재난 대응 예산이 모두 줄어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현재 탈레반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국가는 러시아가 유일하다. 일부 지도자에 대한 국제 제재로 은행 부문이 위축됐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중앙은행 자산 수십억 달러를 동결했다.

세계은행은 4월 보고서에서 “세수 확충 노력에도 급감한 원조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탈레반은 예산안을 공개하지 않지만, 관측통들은 공공서비스 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본다.


■ 여성 인권 제약이 자금 흐름 가로막아

UN·NGO는 탈레반 당국이 여성 직원의 근무를 원칙적으로 금지(보건·교육 등 일부 예외)한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복잡한 규제 환경에 부딪히고 있다. 탈레반은 여학생의 고등·대학 교육을 금지하고, 여성의 단독 이동을 제한하면서도 “이슬람 율법에 따른 여성 권리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반복한다.

셔린 이브라힘 (Sherine Ibrahim) 국제구호위원회(IRC) 아프가니스탄 국장은 “

우리는 신속 대응에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 재난이 전체 인도주의 대응 체계에 가중되는 부담이 매우 우려된다

”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예산 삭감 탓에 의료·식량·보호 서비스 전반에서 심각한 자금 공백이 발생했다”며 “추가 지원 없이는 피해 지역 주민의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고 경고했다.


■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지속적 자금 동원과 동시에 여성 참여 확대가 국제사회의 핵심 요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만약 탈레반이 여성 인권 제한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양자·다자 지원 모두 더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제한 완화와 투명성 강화 조치가 이뤄질 경우, 미국과 유럽 주요 도너의 부분적 자금 재개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은 정치·외교적 교착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결정은 지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