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판결 한 줄이 30조 달러 경제를 흔들다
2025년 8월 29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중 발동된 광범위한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 대부분을 위법으로 판결했다. 이 결정은 2024~2025년 동안 인플레이션·달러 강세·공급망 재편에 시달려온 미국 경제에 또 다른 변수를 던졌다. 관세가 유지될지, 축소될지, 폐기될지는 결국 대법원(보수 대 진보 = 6 : 3)이 판단하게 된다.
■ 1. 사건 일지 & 핵심 법리
연도 | 주요 이벤트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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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 | 트럼프, IEEPA(국제비상경제권법) 근거로 ‘무역비상사태’ 선포 | 수입품 69% 대상 5~25% 관세 |
2018~2020 | 철강·알루미늄 232조·중국 301조 관세 추가 | 다각 관세 체계 완성 |
2024.12 | 재선 트럼프, 관세율 25→50% 상향(러‧中‧인도 2차 제재 포함) | ‘펜타닐 비상사태’ 명목 |
2025.08.29 | 연방항소법원 7:4, 관세 대부분 무효 판결 | 10월 14일까지 효력 유지 |
2025.09‒ | 행정부·의회·대법원 삼각 공방 | 최종 결론 2026년 상반기 전망 |
법리 핵심은 “IEEPA가 대통령에게 부여한 비상경제권이 의회의 과세권을 대체할 수 있는가”다. 하급심은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러나 행정부는 ①펜타닐·국가안보 긴급성, ②무역적자 1조 달러 심화를 근거로 대법원 뒤집기를 노린다.
■ 2. 거시지표가 말하는 관세의 장기 충격
- 소비자물가: 2018~2024년 누적 관세분이 CPI를 최대 1.8%p 상승시킨 것으로 연준 연구(2025.06)는 추정.
- 기업마진: S&P500 제조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관세 직전 12.1%→2024년 10.3%로 1.8%p 하락.
- 고용·임금: 관세 보복으로 수출 감소가 집중된 농산물·반도체 주에서 2020~2024년 연평균 고용 증가율이 0.6%p 둔화.
- 달러지수(DXY): 관세→경상수지 개선 기대→달러 강세(‘트럼프 달러 역설’). 2017~2025년 누적 12.7% 상승.
즉, 관세는 물가 ↑·마진 ↓·달러 ↑라는 3중 효과를 유발해 연준·기업·소비자의 이해를 뒤엉키게 한다.
■ 3. 산업별 ‘만약의 시나리오’
1) 관세 전면 폐지(대법원 기각)
• 소비재(WMT・TGT): 원가 3~5% 절감, 가격 전가 압력 완화 → 마진 50bp 반등 예상.
• 반도체(NVDA・AMD): 중국 매출 비중 20~40% 회복 여지 → 5년 EPS CAGR +2.1%p.
• 제조 노동시장: 보호막 해제→설비 해외 이전 가속→Rust Belt 일자리 순감 8만~10만.
2) 부분 유지(품목·국가 차등)
• 전기차: 美·中 상호 20~35% 관세 지속 시, Tesla Fremont 단가↑ vs. Mexico Giga 유치 압력.
• 농산물: 대두·옥수수 관세 철폐 땐 中 수출 12%↑, Midwest 농가 소득+4조 원.
3) 관세 이중 강화(대법원 뒤집기+의회 보복)
• CPI 추가 +1.2%p, Fed 금리 피크 6.5% 시나리오.
• 일부 가정용품/의류기업 해외 재고 차질→연말 쇼핑시즌 공급쇼크 재연 가능.
■ 4. 금융시장에 부는 3단 파장
① 채권: 핵심·식료품 CPI가 1%p씩 움직일 때 10년물 금리는 역사적으로 35bp 반응. 전면 유지 or 강화 시 4.8% 재돌파 위험.
② 주식: 패시브 펀드가 차지하는 S&P500 비중 17%→밸류에이션 충격 시 저가 매수 장치 약화.
③ 환율: 관세 폐지→경상수지 적자 확대→달러 3~5% 약세, 신흥국 위험 프리미엄 감소.
■ 5. 연준·의회·백악관: “누가 브레이크를 밟나”
연준은 관세‧재정‧노동시장 3대 공급충격을 ‘비화폐적’으로 분류, 명목금리 대신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추가 관세가 CPI에 매번 1%p 넘게 파고들면 파월 의장은 ‘고통 없는 디스인플레이션’ 메시지를 거둘 수밖에 없다.
의회는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친노동 보호무역’ 구호를 공유한다. 연준이 긴축, 행정부가 관세라는 ‘이중 프라이’ 정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은 패널티 관세를 ‘펜타닐·국가안보’로 프레이밍해 대중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 6. 필자의 장기 전망(2026~2035)
① 구조적 인플레이션 2.5% 고착
관세가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을 가능성이 70%로 보인다. 제조·서비스 할 것 없이 메이드 인 USA 프리미엄이 내재화돼 10년 평균 CPI는 연준 목표(2%)를 상회할 전망이다.
② 제조 ‘리쇼어링’은 질적 성공, 양적 한계
반도체・배터리 같은 전략 품목은 리쇼어링 균주로 자리 잡지만, 중저가 소비재는 멕시코·베트남+로봇 자동화 승자가 될 것이다.
③ 달러 지위 ‘조정’
관세·제재가 잦아질수록 SCO 개발은행·위안화 결제 같은 대안 시스템이 확대된다. 달러 패권이 멸망하진 않겠지만, 국제결제비중 60%→50%선 하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7. 투자전략 로드맵
• 6개월: 관세 불확실성 피크→방어주(헬스케어·유틸리티), 美 단기국채 ETF(BILS, SGOV) 비중 40%까지 확대.
• 1~3년: 달러 약세·리쇼어링 수혜→멕시코·베트남 ETF(EWW, VNM), 산업용 로봇 ETF(BOTZ) 분할 매수.
• 10년: 구조적 인플레 헤지→인프라 리츠, 리튬·구리·희토류 ETF로 실물 자산 비중 20% 유지.
■ 결론 — “법정은 재판 중, 시장은 이미 가격 책정 중”
사법부의 최종 판단은 2026년 초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장 메커니즘은 기다리지 않는다. 기업은 공급망을 옮기고, 소비자는 가격에 적응하며, 투자자는 달러·원자재·채권에 즉각 베팅한다. 결국 관세가 유지되든 폐지되든, 미국 경제는 ‘고비용 구조’로의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의 한 문장이 저물가·저금리 시대를 완전히 종언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데이터와 시나리오 기반 장기 전략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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