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지난 4월 8일 주기적 저점을 기록한 이후 28.1%나 상승하며 강력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이 같은 흐름은 견조한 기업 실적, 통화정책 완화 기대,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자의 지속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2025년 9월 1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보고서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MSCI AC 월드지수(MSCI All Country World Index)는 8월 한 달간 2.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본과 유럽 지역이 각각 6.9%, 3.2%의 월간 수익률을 올리며 상승세를 견인했고, 미국 증시는 1.8% 올라 상대적으로 완만한 상승 폭을 기록했다.
MSCI AC 월드지수는 전 세계 선진·신흥 47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85%를 포괄하는 대표적 종합 지표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전 세계 주식시장 체감온도계’로 불릴 만큼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회피 심리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섹터별 성과: 테크 하드웨어·소재 강세 대조, 소프트웨어·유틸리티 약세
8월 한 달 동안 테크 하드웨어(8.3%)와 소재(6.9%)가 글로벌 섹터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소프트웨어(-3.8%)와 유틸리티(-0.6%)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는 하드웨어 부문의 경우 AI 서버·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는 반면, 소프트웨어 섹터는 일부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본 업종별 압도적 선전
지역·업종별로는 일본 기업이 월등한 성과를 냈다. 일본 통신(19.0%), 일본 에너지(14.7%), 일본 유틸리티(14.2%)가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는 엔저(低円) 효과에 따른 수출 경쟁력 확대, 그리고 일본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맞물리며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일본 반도체(-6.3%), 유럽 소프트웨어(-5.7%),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헬스케어(-5.4%)는 두 자릿수에 가까운 약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 반도체는 전년 대비 급등 이후 차익 실현 매물과 글로벌 메모리 가격 조정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연초 이후(2025 YTD) 성과: 은행주 1위
2025년 연초 이후 기준으로는 은행 섹터가 26.6%로 글로벌 업종 1위에 올랐다. 특히 유럽 은행주는 57.6% 급등하며 성과를 견인했다. 뒤를 이어 통신(24.3%)과 반도체(23.0%)가 상위권을 형성했다. 반면 헬스케어(2.3%), 테크 하드웨어(2.4%), 소비재(5.0%)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주목할 만한 배경 요소
첫째, 금리 인하 기대가 자산 가격 레벨업을 촉진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 진전을 근거로 긴축 강도를 완화할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됐다.
둘째,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주와 실적 상향 조정으로 연결되면서 하드웨어·소재 업종을 직접 견인했다.
셋째, 유럽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비율 개선 및 배당 확대 기대가 부각되며 금융주 전반에 재평가(리레이팅) 흐름이 나타났다.
전문가 해설: ‘실적’과 ‘정책’의 교차점
시장 참가자들은 기업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한 동시에 통화정책 완화 시그널이 맞물린 것을 상승 재료로 꼽았다. 특히 AI 서클을 둘러싼 하드웨어 공급망 확충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 다만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섹터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도 공존한다.
BoA는 보고서에서 “현재의 위험자산 랠리는 실적·정책·테마(Theme)가 동시에 호응하는 ‘3중 추동력’에 기인한다”면서도 “상반기보다 속도가 둔화될 경우 차익 실현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MSCI AC 월드지수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전 세계 통합 주가지수다. ‘AC’는 All Country를 의미하며,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도 포함해 경제 규모·유동성을 가중 평균 방식으로 합산한다. 국내에서 흔히 ‘세계 지수’라고 부른다.
YTD(Year to Date)는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을 뜻한다. 예컨대 2025년 1월 1일부터 현재 시점(9월 1일)까지의 상승·하락 폭을 계산해 투자 성과를 비교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섹터 리레이팅(Sector Re-rating)은 업종 전반의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상향 조정되는 현상을 말하며, 대개 실적·배당 전망 개선이 동반될 때 발생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 관계자들은 9월 이후 글로벌 증시가 다음 세 가지 변수에 주목할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이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완화 기조를 이어가면 내년 초 인하 사이클이 가시화될 수 있다. 둘째, 3분기 기업 실적이다. 공급망 차질 완화와 AI 인프라 투자 지속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다. 공급망 분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상승과 수요 둔화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가치 지표 개선이 뚜렷한 금융주와 AI 인프라 수요 수혜가 지속되는 하드웨어·소재주에 대한 비중 확대가 유효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일부 성장주는 변동성 장세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결론적으로, 4월 저점을 기점으로 한 28.1%의 반등은 실적, 정책, 테마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향후 중앙은행의 스탠스와 AI 관련 투자 흐름이 지속성을 담보할지가 글로벌 주식시장의 다음 방향성을 규정할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