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ECB 총재 “유로존 어느 정부의 붕괴라도 우려스럽다”…프랑스 조기총선 가능성 부상

프랑스 국내 정치가 달아오르면서 유럽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National Rally·RN)이 조기 총선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현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내각 신임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프랑스 정국은 급격한 변동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2025년 9월 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당대표는 “국회 해산과 총선 재실시를 포함해 어떤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후보 공천 작업의 85%를 마무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열리는 당 전략 회의를 통해 전국 선거조직을 점검했으며, 프랑스 의회 전경 ©Unsplash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당 내부 자료에 따르면 RN은 이미 지역별 핵심 메시지와 선거공약 초안을 작성해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루 총리는 오는 8일 하원에서 예정된 신임투표(Confidence Vote)를 자청했다. 그는 2026년 예산 균형을 위한 대규모 지출 감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론 악화와 야당의 반발로 소수정부(minority government) 위치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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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임투표는 정부의 개혁 동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바이루 총리는 설명했지만, 야권은 이를 ‘정치적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정국 시나리오에 따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첫째, 즉시 새 총리를 임명하는 방안, 둘째 바이루 내각을 일정 기간 레임덕(임시) 체제로 존속시키는 방안, 셋째 국회 해산(dissolution) 후 조기 총선을 단행하는 방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미 조기 총선을 실시했으나, 이는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분열 의회’를 초래해 정치적 입지 약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ECB 본부 건물 ©Unsplash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경제는 견조하지만, 유로존 어느 나라에서라도 정부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면 이는 우려(worrying)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유로존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보유하고 있어 정치 불안이 단일통화권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크다는 진단이다.

야당의 연합 전선도 견고하다. 사회당(PS) 올리비에 포르 대표는 “바이루 내각 불신임 결정은 확정적(definitive)”이라고 전날 공언했으며, 공산당과 좌파 연대 ‘NUPES’, 우파공화당(LR) 일부 강경파까지 가세해 이미 과반수 이상이 정부 퇴진에 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신임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내각은 자동으로 총사퇴한다.

한편, RN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하원의원은 올해 3월 EU 예산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공직선거 출마가 금지됐다. 르펜은 항소 절차를 밟고 있으나, 최종 판결은 내년 여름 이후로 예상돼 가까운 시일 내 치러질 수도 있는 총선에 출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예의상” 바이루 총리와 2일 면담할 예정이지만, “기대하는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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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해설: ‘소수정부·신임투표·조기 총선’ 용어 정리

소수정부란 의회 의석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음에도, 협상이나 묵시적 동의로 행정부를 구성한 상태를 말한다.
신임투표는 내각이 의회 다수의 신뢰를 받는지 확인하는 절차이며, 부결 시 내각 총사퇴가 법적 의무다.
조기 총선(스냅 일렉션·Snap Election)은 통상 임기 중간에 국회를 해산하고 실시되는 선거로, 정치적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시장 반응 및 전망

바이루 총리의 신임투표 발표 직후 프랑스 CAC40 지수와 10년물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출렁였다. 그러나 1일 장 마감 기준 주가지수는 일부 낙폭을 만회했으며, 투자자들은 “정치 이벤트 대비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유로존 물가 및 금리 동향보다 프랑스의 정치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시장 가격에 더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메모를 고객에 발송했다.

향후 일정은 8일 신임투표, 9~10일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연설, 그리고 신임투표 부결 시 30일 이내에 조기 총선 일정이 공표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정치 일정이 겹겹이 쌓이면서 투자자들은 유럽중앙은행의 10월 통화정책회의가 아니라 프랑스 여당과 야당 간 협상 과정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요약하자면, 프랑스 소수정부가 존속 위기에 처했고 RN을 포함한 야권은 조기총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ECB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 전체 차원에서 정치 불확실성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파이낸셜 마켓은 단기 변동성을 보였으나, 향후 정치 일정과 야당 연합 구도에 따라 추가 조정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