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동부 규모 6.0 지진…사망 812명·부상 2,800명, 험준한 지형에 구조 난항

【카불발 재난 속보】 아프가니스탄 동부 쿠너르(Kunar)·낭가르하르(Nangarhar) 주(州)를 강타한 규모 6.0의 지진으로 최소 812명이 숨지고 2,800명 이상이 다쳤다고 탈레반 과도행정부가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험준한 지형과 악천후 탓에 구조대는 여전히 고립 지역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9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현지 시각 자정 무렵 발생했으며 진원의 깊이는 10km로 분석됐다. 진앙지 인근에는 점토와 짚으로 지은 전통 가옥이 밀집해 있어 피해가 더욱 컸다.

아프간 보건부 대변인 샤라파트 자만(Sharafat Zaman)은 “국제사회가 즉각적인 의료·구호 물자를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집과 생명을 잃은 주민이 너무 많다”며 “외부 지원 없이는 대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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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기상 악재가 겹친 구조 현장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케이트 캐리(Kate Carey) 담당관은 “최근 24~48시간 동안 이어진 집중호우로 산사태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도로 상당수가 유실돼 모바일 통신이 끊긴 산악 마을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프간 국방부는 40회 헬기 수송을 통해 사상자 420명을 이송했다고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보안군·의료진과 함께 손으로 잔해를 걷어내며 임시 들것으로 부상자를 나르고 있다.

이곳 누르갈(Nurgal) 지구 마자르다라(Mazar Dara) 마을은 완전히 파괴됐다. 어린이와 노인이 잔해에 갇혀 있다.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 ― 한 피해 주민


무너지는 자급 체계…탈레반 행정력 시험대

2021년 미군 철수와 동시에 집권한 탈레반은 국제 원조 절벽, 난민 대량 송환 등 다중 위기와 싸우고 있다. 올해 아프간에 배정된 인도적 지원 예산은 7억 6,700만 달러로, 2022년 38억 달러 대비 급감했다. 여성 인권 억압과 구호 활동 제한이 기부국의 ‘지원 피로’를 키웠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참고로 국제기구는 정치적 기구를 우회해 직접 식량·의약품을 전달하고 있지만, 현지 여성 구호 인력 고용 금지 방침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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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반응 및 지원 상황

아프간 외교부는 “현재까지 어떤 외국 정부도 공식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아프간 수요와 중국 역량 범위 내에서 구호 물자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인도 정부도 동참했다.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Subrahmanyam Jaishankar) 외교장관은 “카불에 가족용 텐트 1,000동을 전달했고, 식량 15t을 쿠너르로 수송 중”이라고 밝혔다. 2일부터는 추가 구호품이 인도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는 “유엔 아프간 특파단(UNAMA)을 동원해 피해 지역 지원을 준비 중”이라며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 레오(Pope Leo) 역시 애도를 표했다.


반복되는 지진…힌두쿠시 단층의 숙명

아프가니스탄은 인도판(板)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힌두쿠시(Hindu Kush) 산맥 전역에 자리해 있어 지진이 잦다. 2022년 동부 지역 규모 6.1 지진으로 1,000명이 숨진 데 이어, 이번 참사가 탈레반 집권 이후 세 번째 대규모 지진이 됐다.

힌두쿠시 산맥은 파키스탄·타지키스탄·아프간에 걸쳐 있으며, 최고 해발 7,000m가 넘는 고산 지대로 알려져 있다. 판이 맞물리며 축적된 에너지가 한순간에 분출될 때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다.


기자 해설: “잊힌 위기”가 남긴 과제

이번 사태는 ‘국제 뉴스의 피로도’를 다시 드러냈다. 취재 현장에서는 “우크라이나·가자 등 전 세계 분쟁이 언론 의제를 잠식하면서 아프간 위기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공통된 우려가 나온다. 사망·부상자 집계는 접근 불가 지역이 많아 상당 기간 가파르게 늘어날 여지가 있다.

현재로선 조난자 치료와 2차 감염 방지가 시급하다. UNOCHA가 언급한 동물 사체 처리 작업이 지연될 경우, 식수 오염과 전염병 확산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 구호 자원 배분 효율화와 정치적 신뢰 회복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지원금이 줄어든 현 상황에서 재난 대응은 결국 주민들의 ‘자조(自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판단과 분리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주장한다. 이번 지진이 국제사회가 고립된 아프간에 다시 손을 내밀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