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 거래일, 중국발 AI 투자 열기에 글로벌 증시 엇갈려

글로벌 금융시장이 9월 초부터 복잡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시아 주요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한 반면, 낮은 금리 환경 속에서 풍부한 유동성이 몰리는 중국 본토 증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투자자 관심이 집중됐다.

2025년 9월 1일, 로이터 통신(Reuters)은 “미국 노동절 연휴 탓에 뉴욕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S&P 500 지수 선물은 보합권에 머물렀고, 유럽 주가지수 선물 또한 큰 변동 없이 개장했다”고 전했다. 통계적으로 9월이 주식시장에 불리한 달로 꼽히지만, 중국 A주(블루칩) 지수는 8월 한 달간 10% 넘게 상승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AI 대체 칩 개발 기대감이 랠리를 이끌었다. 시장에서는 “베이징 당국이 엔비디아(Nvidia)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독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이 지속될 경우 AI 인프라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며 대형주에 매수세를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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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이미지

대표적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그룹(Alibaba) 주가는 클라우드 부문 성장 기대감을 호재로 18.9% 급등하며 2022년 초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다른 현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 스타트업 DeepSeek이 차세대 대형언어모델(LLM) 학습용 칩으로 화웨이(Huawei)의 ‘어센드(Ascend)’ 시리즈를 선택했다는 소식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반면, 지난 3개월간 거의 50% 급등했던 일본 반도체 테스트 장비업체 어드밴테스트(Advantest) 주가는 차익실현 매물로 9.1% 하락했다. AI 관련 펀드를 다수 보유한 소프트뱅크 그룹(SoftBank Group)도 6% 떨어지며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2%가량 밀리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美 관세 정책, 법원 제동…향후 시나리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對中) 고율 관세가 법적 도전에 직면했다는 소식에도 주목했다. 연방항소법원은 해당 관세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결했으며, 관세는 2025년 10월경 대법원 심리 전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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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보수 성향이 우세한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측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면서도 “만약 상급심이 항소법원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다면, 이미 거둬들인 $1,000억(약 135조 원) 이상의 관세를 수입업체에 돌려줘야 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세 환급은 결국 미 재무부의 추가 국채 발행으로 이어져 미국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그간 관세를 가격에 전가해 온 수입업체들이 환급 후에도 상품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소비자 부담이 계속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세로 3조 달러 이상을 충당하겠다던 초기 청사진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라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주요 경제 이벤트 체크리스트

투자자들은 9월 1일 이후 예정된 유럽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최종치와 7월 EU 실업률 발표를 통해 경기 둔화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기업활동 확장·위축을 판단하는 대표 선행지표다.

또한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연설과 이사벨 슈나벨(Isabel Schnabel), 피에로 치폴로네(Piero Cipollone) 집행이사의 발언 역시 통화정책 방향성에 민감한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 해설: 왜 중국 시장에 ‘AI 프리미엄’이 붙었나

① 정책 모멘텀 –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립’을 국가전략으로 채택해 대규모 보조금·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로 글로벌 공급망이 양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수용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② 유동성 환경 – 미국·유럽의 정책 금리가 ‘고점’ 논쟁 속에 머무는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준비금률 인하·특별 국채 발행 등 완화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금리가 낮으면 투자자들은 보다 공격적인 성장주·테마주로 자금을 옮기는 경향이 커진다.

③ 대안 부재 – 중국 내에서 7나노 이하 첨단공정 능력을 가진 업체가 화웨이·SMIC 등으로 제한돼 ‘희소성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홍콩·본토 간 후강퉁·선강퉁(교차거래) 제도로 글로벌 자금 유입이 용이하다는 점도 강세장을 지지한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블루칩(Blue Chip): 시가총액이 크고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우량주’를 의미한다. 변동성이 비교적 낮아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선물(Futures): 특정 자산을 미래의 지정된 시점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이다. 가격 헤지(위험 회피)와 투기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PMI(Purchasing Managers’ Index):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신규주문, 재고, 고용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으로 해석된다.


결국 9월 증시는 중국발 AI 테마미국 통상정책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변동성이 증폭될 공산이 크다. 투자자들은 정책·법률 리스크에 따른 시나리오 플래닝에 집중하면서, 유럽 경제지표와 ECB 수장 발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