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가자 리비에라’ 청사진 공개…10년간 미 신탁통치·200만 명 ‘자발적’ 이전 구상

이스라엘 접경에서 바라본 가자지구에는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파괴된 건물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2025년 7월 17일 촬영된 이 장면은 2023년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6만여 명이 숨진 참상의 현재 진행형을 보여준다.

2025년 9월 1일, CNBC뉴스 보도에 따르면 38쪽 분량의 기밀 문서가 공개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상한 ‘가자 리비에라(Gaza Riviera)’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고 있다. 문서 제목은 ‘가자 재건·경제 가속·변혁 신탁(Gaza Reconstitution, Economic Acceleration and Transformation Trust, 약칭 GREAT Trust)’이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10년간 가자지구를 신탁통치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도시 6~8곳을 조성해 관광·첨단산업 허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서는 가자 주민 200만 명 전원의 ‘일시적 혹은 영구적’ 재배치를 전제로 한다. 해외로 ‘자발적(voluntary)’ 이주를 선택할 경우 1인당 미화 5,000달러와 4년간 임대료·1년 식비를 지원한다. 반대로 가자 내부에 남는 주민은 임시 주거시설로 이동해 재건 기간을 보내게 되며, 자신의 토지를 신탁에 임대하는 대가로 디지털 토큰을 받는다. 이후 재건된 주택 소유권을 해당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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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rust는 가자 공공토지 약 30%를 최대 99년간 임차해 초기 자산으로 삼는다. 이로써 3,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가치와 ‘자가 생성 수익 구조(self-generating revenue streams)’가 마련된다고 설명한다. ‘일론 머스크 제조 허브(Elon Musk Manufacturing Hub)’를 비롯한 데이터센터, 전기차 공장, 고급 해변 리조트 건설도 포함돼 있다.

*용어 설명
‘신탁통치(Trusteeship)’란 특정 지역을 국제기구나 다른 국가가 일정 기간 통치·관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여러 식민지의 독립 과도기에 활용된 바 있으나, 최근 분쟁 지역에서 사실상 점령·재건 명목으로 추진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문서를 작성한 주체는 미·이스라엘이 지원하는 가자 인도주의 재단(Gaza Humanitarian Foundation·GHF) 관계자들로 알려졌다. 유엔(UN) 특별보고관들은 이 단체가 ‘국제법을 위반한 군사·지정학적 목적’에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백악관과 미 국무부는 CNBC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혀 양국 간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Trump video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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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서에 따르면 가자 재건으로 3,240억 달러(약 3240억 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주민 삶의 질도 대폭 개선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문서는 국제법, 팔레스타인 측 반대, 아랍권 국가들의 입장 등 핵심 쟁점을 전혀 다루지 않는다.

가자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약 1,200명이 사망하면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주거 시설의 92%가 파괴됐다는 유엔 추산이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이 ‘인종청소·집단학살’을 자행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한다.

하마스 정치국원 바셈 나임은 2025년 9월 1일 성명을 통해 “‘가자는 팔레스타인 전체 영토의 일부이며, 매매 대상이 아니다’”라며 계획을 거부했다. 그는 주민 대량 이전은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강제추방’이라고 강조했다.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은 2020년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바레인 등이 수교한 합의다. 문서는 최종적으로 가자를 ‘아브라함 협정 하의 자치체’로 두겠다고 밝히지만, 독립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여부는 명시하지 않는다.

이주를 선택한 가자 주민의 25%가 해외 정착을 택하고, 그중 75%가 영구 귀환을 포기할 것이라는 가정도 포함됐다. 문서는 이를 통해 “가자 내부에 남는 주민을 부양하는 것보다 1인당 2만3,000달러를 절감한다”라고 주장했다.

Gaza hospital

재원 조달 방식도 논란이다. 이 계획은 ‘연방정부 예산이나 기부금이 필요 없다’며 민관 투자와 부동산·관광 수익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스마트시티·데이터센터·럭셔리 해변 리조트 등이 ‘메가 프로젝트’로 열거됐다.

그러나 국제법 전문가는 ‘점령지 일방 개발’은 제네바협약 49조가 금지한 ‘강제이주’ 위험을 내포한다고 지적한다. 또 이스라엘의 ‘안보권 유지’가 계속된다는 조항은 실질적 자치·주권 회복과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전망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의회를 설득해 신탁통치 체제를 확립하려면 국내외 거센 정치·법적 저항을 돌파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동맹국들도 이미 공개적으로 반발한 상태다.

결국 ‘가자 리비에라’는 개발 구상과 국제정치, 인권·난민 문제, 중동 외교가 교차하는 초대형 지뢰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계획이 실행될 경우 가자는 고급 리조트와 스마트시티로 변모할 수도 있지만, ‘자발성’이라는 이름 아래 대규모 인구이동이 강제성을 띨 것인지가 결정적 쟁점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