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반도체】 중국 딥시크(DeepSeek)가 공개한 V3.1 모델이 글로벌 인공지능(AI)·GPU 생태계에 던진 함의가 커지고 있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이 모델이 미국계 GPU 강자를 즉각 대체하기보다는, 중국 내부 생태계를 AI 자립 방향으로 정렬시키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2025년 8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의 최신 발표는 기존 DeepSeek-V3와 DeepSeek-R1의 기능을 통합·개량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특징으로 한다. UBS는 이를 오픈AI의 차세대 GPT-5와 비교하면서 “혁명적이라기보다는 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 UE8M0: 새 부동소수점(FP8) 표준
이번 모델의 핵심은 UE8M0이라 불리는 FP8(8비트 부동소수점) 포맷 채택이다. 부동소수점은 AI 계산의 ‘숫자 언어’로, 데이터 저장·연산 방식을 결정한다. 기존 업계는 FP32나 FP16을 주로 사용해 왔지만, FP8은 속도·비용 절감을 위해 정밀도를 일부 희생하는 방식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FP32는 32비트, FP16은 16비트 부동소수점 형식
UBS 전략가 팀(순딥 간토리 등)은 “시장 우려와 달리 현 단계에서 딥시크의 새 표준은 중국 생태계 정합성 확보 차원”이라며 “미국계 GPU 업체 기술 우위에 도전한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전했다.
▶ 중국 AI 칩 생태계의 과제
중국 AI 칩 산업은 아직 성장 단계로, UE8M0을 전면 지원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중국이 전 세계 기술 시장의 20~25%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AI 연산 수요 지형이 바뀔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UBS의 시각이다.
▶ 투자 관점에서 본 영향
AI 연산(컴퓨트)이 전체 AI 자본지출(CapEx)의 약 6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독립 강화 움직임은 글로벌 GPU 수요에 중대한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 UBS는 반도체·소프트웨어·인터넷 섹터를 고르게 배분하되, 중국 테크 익스포저(노출)를 통해 자립 추진에 따른 수혜를 노릴 것을 제안했다.
▶ 용어 풀어보기
FP8(8비트 부동소수점)은 256단계(28)로 숫자를 표현하며, 기존 FP16·FP32 대비 메모리 및 연산 리소스를 크게 절감한다. 다만 지수(Exponent)와 가수(Mantissa)가 줄어들어 정밀도가 낮아질 수 있다. UE8M0는 이 FP8 규격을 변형해 ‘Exponent를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성능과 비용 간 균형을 꾀한 표준이다.
▶ 창업자 발언 및 전략적 함의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峰)은 “중국 AI 발전에도 이러한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며, 기술 커뮤니티 부재 탓에 국산 칩 개발이 지연돼 왔다”고 강조했다. 이는 서구 기업들이 로드맵·커뮤니티를 통해 경쟁력을 공고히 한 것과 동일한 전략적 과제를 시사한다.
▶ 기자의 통찰
V3.1이 당장 엔비디아·AMD와 같은 미국 GPU 공급망을 흔들지는 못하겠지만, ‘소프트웨어-우선’ 접근이 중국 내 표준화를 앞당기면 중장기적으로는 칩 설계·제조 투자 방향을 바꿔 놓을 수 있다. 특히 정부 지원이 집중될 경우, 중국 반도체 업체가 UE8M0 최적화 칩을 내놓는 속도는 시장 기대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미국·대만·중국 업체 간 밸류에이션 괴리를 점검하며, 변동성 헤지·구조화 전략 활용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