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8월 29일(현지시간) 기술주 매도 압력에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S&P500지수는 ‑0.64% 떨어진 5,010.34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20% 내린 39,130.28로, 나스닥100지수는 ‑1.22% 하락한 17,352.46으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9월물 E-미니 S&P 선물은 ‑0.68%,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31% 미끄러졌다.
2025년 9월 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장 약세의 주된 배경은 반도체와 컴퓨터 하드웨어 업종의 급락이다.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 주가는 18% 넘게 폭락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하락을 이끌었고,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역시 8% 이상 급락하며 관련 업종 전반에 부담을 주었다.
지표 부진과 인플레이션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8월 MNI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1.5로 전달 대비 5.6포인트 급락해 시장 예상치(46.0)를 크게 밑돌았다. 이어 발표된 미시건대 소비심리지수(8월 확정치)는 58.2로 하향 조정됐다. 같은 날 공개된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9%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연준 목표(2%)를 상회했다.
연준(Fed)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PCE는 개인들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하고 측정된다.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는 늦춰질 수 있다.
다만 **소비지표는 견조**했다. 7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5% 증가해 넉 달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했으며, 개인소득도 0.4% 늘었다. 같은 보고서에서 미시건대 1년·5-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각각 4.8%, 3.5%로 하향 수정돼 물가 전망을 다소 완화했다.
연준 인사들의 비둘기파적(완화적) 발언도 주목받았다.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연준 이사는 9월 FOMC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지지하며 “향후 3~6개월 내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메리 데일리(Mary Daly)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머지않아 통화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88%, 10월 28~29일 회의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을 55%로 반영했다.
글로벌 증시·채권시장 동향
유럽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로 Stoxx 50은 2주 만에 최저치로 ‑0.83% 하락 마감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37% 상승, 일본 닛케이225는 0.26% 내렸다.
채권시장은 물가상승 압력에 따라 수익률이 상승(가격 하락)했다. 9월물 10년물 미 국채선물은 2.5틱 하락,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2.4bp 올라 4.227%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9bp 상승한 2.724%, 영국 10년물 길트금리는 2.2bp 상승한 4.722%였다.
독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1%로 예상치(2.0%)를 소폭 상회했고, 실업자는 오히려 9,000명 감소해 노동시장이 견조함을 드러냈다.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5% 감소해 거의 2년 만에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관세(타리프) 리스크
무역정책도 시장에 부담을 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IT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디지털 서비스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대해 반도체 및 첨단 기술 수출 제한과 새 관세를 경고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소비재 400여 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 평균 관세율이 정책 시행 시 15.2%로 높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주요 종목별 등락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마벨 테크놀로지가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14억9,000만 달러)이 전망(15억2,000만 달러)을 밑돌았다는 이유로 18% 급락했다. 램리서치는 4% 넘게, 브로드컴·엔비디아·AMD는 3% 이상 밀렸다. ASML·Applied Materials·KLA·인텔·온세미·마이크론도 2% 이상 하락했다.
컴퓨터 하드웨어 업종도 약세였다. 델 테크놀로지는 AI 서버 부문의 이익률 축소로 8% 넘게 떨어졌고, 슈퍼마이크로컴퓨터와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도 각각 5%, 2% 이상의 낙폭을 기록했다.
비(非)필수소비 업종에서는 울타 뷰티가 견조한 2분기 매출에도 소비 위축 경고로 7%대 급락했다. 캐터필러는 연간 관세 부담이 최대 18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3% 이상 하락, 다우 구성 종목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암호화폐 관련주도 비트코인 가격이 7주 만에 최저치로 밀리자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갤럭시 디지털은 4% 이상, 코인베이스·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1%대 하락했다.
반면 오토데스크는 2분기 매출 17억6,000만 달러로 예상을 웃돌고 3분기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9% 이상 급등했다. 앰바렐라는 조정 EPS가 예상치(0.06달러)의 두 배를 넘긴 0.15달러로 나오며 16% 급등했다. 어펌 홀딩스는 10%대, 센티넬원과 셀시어스 홀딩스도 각각 6%, 5%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헬스케어(Managed Care) 업종은 방어적 매력에 힘입어 상승했다. 모리나 헬스케어가 3%, 엘레번스 헬스·센틴은 2% 이상 올랐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2% 넘게 올라 다우지수 상승 종목 중 선두에 섰다.
향후 실적 일정
9월 2일에는 아카데미 스포츠&아웃도어스(ASO), 헬스에퀴티(HQY), 시그넷 주얼러즈(SIG), 즈스케일러(ZS) 등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용어 풀이
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는 개인소비지출을 뜻하며,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PCE’가 연준의 공식 물가지표다. PMI(Purchasing Managers’ Index)는 제조·서비스업 구매관리자를 대상으로 경기 확장·축소 국면을 가늠하는 지표이며,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경기 확장, 이하는 수축을 의미한다. bp(basis point)는 금리 단위를 나타내며, 1bp는 0.01%포인트다.
이처럼 주요 경제지표·기업 실적·정책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뉴욕증시는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경로와 연준의 금리 결정, 그리고 무역정책 리스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