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가 말하는 ‘관세발 물가 상승’이 지갑을 압박하기 시작할 시점

【요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5일부터 일괄 10% 상호(리시프로컬) 관세를 발효했고, 추가 관세가 오는 8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아직까지 소비자 물가는 급등하지 않았지만, 이는 공급망 내 재고 소진·금융 여건 등에 따른 ‘시차 효과’일 뿐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2025년 8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민간 경제조사기관 ITR 이코노믹스로런 사이델-베이커 이코노미스트는 GOBankingRates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충격이 점진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것이며, 2025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24년 대비 2.8%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이델-베이커는 “관세가 부과됐다고 해서 가격이 하루아침에 10% 오르지는 않는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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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업자들이 비용 일부를 흡수하거나, 관세 발표 이전에 확보해 둔 저가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는 가격 전가가 지연된다”

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류·가전·완구 등 일부 품목에서는 ‘선취입(import rush)’ 현상이 나타나면서 단기적인 물가 압력이 완충되고 있다.


■ 왜 아직 물가가 급등하지 않았나

첫째, 수입업자의 비용 흡수다. 관세가 붙으면 기업은 ▲가격 인상 ▲마진 축소 ▲원가절감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소비자 수요 탄력성이 높은 품목일수록 초기에는 마진을 깎아 버틴다. 둘째, 재고 시차다. 미국 기업들은 2024년 하반기부터 관세 가능성을 의식해 재고를 평균 3~6개월가량 앞당겨 들여왔다. 셋째, 거시통계의 한계다. CPI는 에너지·식품·임대료·서비스까지 포괄하므로, 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 재화 가격 변동이 지수 전반을 즉각 끌어올리기 어렵다.

※ 용어 설명: M2 통화지표는 현금·당좌예금(M1)에 저축성 예금·단기 금융상품을 더한 지표로, 시중 유동성을 판단할 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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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지갑이 두꺼워질까

ITR 이코노믹스는 관세 효과가 2025년 중반~2026년 본격화될 것으로 봤다. CPI 상승을 재촉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1) 통화 공급 확대: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동결·인하 기조로 전환하면서 M2 실질 통화량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2) 재정 부양: 인프라‧방위산업 예산 확대가 재화·서비스 수요를 밀어 올리고 있다. 3) 완화된 금융 스트레스: 시카고 연은 국가금융여건지수(NFCI)가 ‘-0.40’ 수준으로, 2024년 말 대비 0.1포인트 개선되며 가계·기업의 차입여건이 넉넉해졌다.

사이델-베이커는

“금융여건 완화와 관세 부과가 겹치면, 2026년 중반까지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누적될 것”이라고 분석

했다.


■ 얼마나 더 내야 하나

2025년 CPI 2.8% 상승이라는 숫자는 평균값이다. 재화별 격차는 훨씬 클 전망이다. 예컨대, 가전제품·가구·완구와 같이 중국·멕시코 등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최대 5~8%, 반대로 국내 조달 비중이 높은 식료품·주거 서비스는 1~2% 추가 상승에 그칠 수 있다.

ITR 이코노믹스는 ‘가계 지출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소득 7만 달러 가구 기준 연간 추가 비용이 약 1,150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월평균 96달러의 ‘보이지 않는 세금’에 해당한다.


■ 전문가 시각: “쇼핑 전략이 관건”

사이델-베이커는 “선제적 구매와 대체재 탐색이 관세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현실적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가령, 장기 보관이 가능한 내구재·문구류·생활용품 등은 가격 반영 전에 미리 비축하고, 의류·전자기기는 관세 부과 대상국이 아닌 제3국 브랜드를 고르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직구(해외 직접구매)’보다 FTA 체결국 온라인 몰을 이용해 관세 부담을 회피할 수 있다. 다만, 구매액이 일정 금액(예: 800달러)을 넘으면 별도 관세가 적용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관세·통화·재정이 만드는 인플레이션 삼각지

이번 관세는 보호무역주의 재점화라는 정치적 성격도 강하지만, 실물경제에는 비용 상승과 수요 확대라는 이중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세수 대체 효과를 통해 소득세 인하 여력을 만들 수 있다”고 보면서도, 저소득층 실질구매력 위축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 참고: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는 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동일하게 부과하는 방식을 말한다.


■ 기자 해설

관세발 인플레이션은 ‘시간차 충격’이라는 점에서, 물가 데이터를 통해 감지되기 전 시장 심리재고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특히 소매재고/판매비율(ISR)이 빠르게 하락할 경우, 가격 전가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으므로 투자·가계 모두 선제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서비스 물가의 후행성이다. 재화 가격이 오르면 임금·운송비 상승을 통해 서비스 부문에도 비용 압력이 전가된다. 이는 정책당국이 기대하는 ‘일시적 물가 상승’보다 지속 기간을 연장시킬 위험 요인이다.


■ 결론

현재까지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미국 물가가 2025~2026년부터 관세·통화·재정 세 요소의 집합적 작용으로 상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투자자·정책당국 모두 ‘점진적 상승’이라는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