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 목돈을 손에 넣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다. 직장에서 승진을 거머쥐었든, 복권에 당첨됐든, 혹은 부업이 대박을 터뜨렸든 간에 은행 계좌에 갑자기 거액이 찍히는 순간 심장은 요동치고 머릿속에는 수많은 계획이 맴돈다. 그러나 그 짜릿한 순간이 올수록 한 발 물러서 신중해야 한다. 경제적 터치다운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1야드에서 공을 떨어뜨리는 ‘펌블’만은 반드시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전 NFL 라인배커이자 금융 전문가인 브랜드런 코플랜드(Brandon Copeland)는 ‘뜻밖의 거금(windfall)※’을 마주한 사람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네 가지 실수와 그 대처 전략을 공개했다. 코플랜드는 선수 시절 억대 연봉 계약을 직접 경험했을 뿐 아니라 동료 선수들의 ‘돈 관리 실패 사례’를 지켜보며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그는 현재 금융 교육 스타트업 ‘코플랜드 미디어(Copeland Media)’와 선수 권익 단체 ‘애슬리츠닷오알지(Athletes.org)’를 창립·운영하며, 저서 『Your Money Playbook』을 통해 재정 문맹 해소에 힘쓰고 있다.
※ Windfall란 본래 ‘바람에 떨어진 과실’을 뜻하는 영단어로, 노력 대비 과도하게 큰 행운, 즉 예상치 못한 목돈을 가리킨다. 한국어로는 ‘뜻밖의 횡재’, ‘우발적 거금’ 정도로 풀이된다.
실수 1 : 돈 공부를 뒤로 미루는 것
코플랜드는 다섯 살 아들과 공을 주고받을 때마다 ‘연습 없는 완벽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기 시작한 뒤에야 재정 지식을 익히려 든다”라며 “연습하지 않은 분야에서 실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재정 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이는 고등학교 미식축구 코치였다. 코치는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이기도 했고, 코플랜드에게 인턴 기회를 제공하며 실제 투자 환경을 체험하게 했다. 이후 그는 펜실베이니아대(UPenn)에서 ‘재정 문해력(금융 리터러시)’ 강의를 개설했고, 부인과 함께 비영리단체 ‘비욘드 더 베이직스(Beyond the Basics)’를 설립해 청소년 대상 금융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실수 2 : 과소비 본능에 휘둘리는 것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트릿 유어셀프(나를 위한 보상)’ 문화는 강력하다. 새 차, 명품 시계, 부모님 집 장만 등 오래된 욕망을 한꺼번에 실현하고 싶은 유혹이 몰려온다. 그러나 코플랜드는 “돈이 들어오자마자 흥분 상태에서 지갑을 여는 것은 가장 빠른 파산 루트”라고 경고한다. 그는 ‘단기적 이기심’을 통해 ‘장기적 이타심’을 가능케 하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다시 말해, 저축과 투자로 견고한 재무 기반을 구축한 뒤에야 타인과 나눌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생략할 경우, 1~2년 만에 통장 잔고가 바닥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수 3 : 잘못된 사람을 신뢰하는 것
거액을 손에 넣으면 주변에 ‘우리(We)가 해냈다’며 달려드는 사람이 늘어난다. 코플랜드는 “새벽 5시에 함께 체육관에서 땀 흘린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당신의 돈을 당신만큼 소중히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 전문가를 선정할 때 ‘다섯 명의 검증된 조언자’에게 각자 어느 질문을 던질지 자문해 보라고 권한다. 이는 시야를 넓히되 과도한 정보에 압도되지 않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코플랜드는 “표면적으로 잘나 보이는 이들이 실제로는 부실한 재정 상태일 수 있다”며 ‘숙제(듀 딜리전스)’의 중요성을 거듭했다.
실수 4 : 자신만의 가치관을 잃어버리는 것
거액을 보유한 순간, 진짜 시련은 ‘마음의 나침반’을 지키는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코플랜드는 매년 자신의 ‘추도사(eulogy)’를 직접 작성하며 삶의 방향성을 다진다. 그는 이를 ‘북극성(North Star)’으로 부르며, 건강·조화·행복·열정 네 영역으로 목표를 구체화해 월별 자가 점검표를 만든다. 나아가 기부나 가족 부양 역시 ‘죄책감’이 아닌 ‘재정적 강인함’ 위에서 이뤄질 때 지속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신이 주신 축복이 항상 모두와 공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분별한 도움은 상대를 망칠 수도, 결국 자신을 잃게 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경고다.
“돈은 시작점일 뿐이다. 진짜 일은 그다음부터다.” — 브랜드런 코플랜드
기자 해설 : ‘단숨에 부자’의 그림자
필자가 취재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자산가들은 ‘돈을 잃는 속도는 버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입을 모아 강조한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급등기나 부동산 급락기마다 일확천금과 졸부 전락 사례가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세금 계획, 분산 투자, 리스크 관리라는 세 가지 ‘사전 방어막’ 구축을 권한다. 또한 ‘흥청망청’이 아닌 ‘흥미롭고 창의적인’ 소비 설계를 통해 소비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재정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고금리·고물가 환경에서는 거액 일시 수입이 오히려 가계세(所得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세무 전문가들은 “연도별 분산 수령, 개인형 퇴직연금(IRP)·연금저축을 활용한 과세 이연 전략”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복권 당첨자의 70%가 5년 내 파산한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산하 연구 결과도 ‘준비 없는 횡재’의 위험을 뒷받침한다.
결론
뜻밖의 거금은 축복이자 책임이다. 숨 고르기를 통해 스스로의 재정 청사진을 설계하고, 검증된 전문가와 팀을 꾸리며, 개인적 가치관을 돈보다 우위에 둘 때 비로소 ‘일시적 행운’을 ‘평생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것이 코플랜드가 강조하는 ‘머니 플레이북’의 핵심이며,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도 변치 않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