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사법부가 던진 ‘파워 시프트’
2025년 8월 30일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발동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의 80% 이상을 위헌·위법으로 판결했다. 단순 관세 철회 이상의 의미다. 헌법이 규정한 조세권(세입 권한)을 행정부가 넘어섰다는 판단은 의회·행정부·사법부 3권 분립 구도에 균열을 예고하며, 향후 최소 5년간 미국 경제·증시·통화정책·글로벌 무역질서 전반에 지속적 충격파를 던질 변수로 부상했다.
1. 판결 핵심과 관세 연혁
- 적용 법령 무력화 : 연방법원은 1977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 포괄 관세’까지 위임한 적이 없다고 적시했다.
- 시간표 : 10월 14일까지 상고 기간을 열어두었으나, 대법원 역시 ‘조세입법권은 의회’라는 입장을 유지할 개연성이 높다.
- 관세 구조 : (도입 전) 2.3% → (트럼프 상호관세) 평균 15.2% → (판결 직후) 4.1%로 사실상 복귀 예상.
표 1은 2018~2025년 미국 주요 관세 정책 변천을 요약한다.
시기 | 근거 법령 | 주요 품목 | 평균 관세율 |
---|---|---|---|
2018.03 | 무역확장법 §232 | 철강·알루미늄 | 25~50% |
2019.09 | 무역법 §301 | 中 수입 3,700억달러 | 7.5~25% |
2025.04 | IEEPA(상호관세) | 전 세계 92개국 | 10~50% |
2025.08 | 연방순회항소판결 | 상호관세 대부분 무효 | 4.1%*예상 |
2. 장기 경제 파급: ‘3D(Demand·Dollar·De-risking)’
2-1. 수요둔화 vs 소비자 잉여 회복
관세 철회는 단기 물가 하락을 유도해 가처분소득을 소폭 늘리지만, 수입 대체 산업이 구축해 온 가격 지대를 약화시켜 설비투자 축소·고용 감축(특히 중서부 제조벨트)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 월가 컨센서스(2026E) 기준, 관세무효 시 PCE 디플레이터 –0.35%p, 실질 GDP –0.15%p 효과가 예상된다.
2-2. 달러·채권금리 경로 변경
관세는 암묵적으로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철회 이후 쌍방 보복 관세 리스크가 완화되면 무역 파트너의 달러 수요가 감소, 12개월 내 DXY –4%p 흐름이 점쳐진다. 동시에 수입물가 하방 압력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BEI)을 15~20bp 낮출 여지가 있어,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2026년 말 3.75%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이동할 시나리오가 우세하다.
2-3. De-risking 지형 재편
기업들은 2020~2024년 ‘리쇼어링·니어쇼어링’을 본격화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사라질 경우, 선진공정·AI·배터리·바이오처럼 보조금이 결합된 전략 산업을 제외하면 완전 리쇼어링 속도가 둔화될 전망이다. 이는 중장기로는 총요소생산성(TFP) 개선을 지연시켜 잠재성장률을 0.1~0.2%p 낮춰 ‘무역-친화적이지만 저성장’이라는 아이러니를 낳을 수 있다.
3. 증시 영향: 섹터 대이동 시나리오
3-1. 수혜 섹터(중-장기)
- 소비재·리테일: 관세 부담 이탈 → 마진 +40~60bp
- 반도체·IT 하드웨어: 글로벌 공급망 복원 → CAPEX 중복 투자 완화
- 해운·물류: 운임 스프레드 재확대, 물동량 회복
3-2. 타격 섹터
- 철강·알루미늄: §232 관세는 유지되지만 수입 대체 기대치 하향
- 태양광·배터리 미국 내 조립: IRA 보조금만으로는 가격 경쟁력 방어 한계
표 2는 ‘관세 무효→2026E EPS 민감도’를 요약한다.
섹터 | EPS 컨센서스 변화 | 주가 밸류에이션(2025 Q4) |
---|---|---|
경기소비재 | +5.2% | PER 24→26배 |
산업재 | –3.8% | PER 21→20배 |
소프트웨어 | +1.1% | PER 32→33배 |
원자재(금속) | –6.5% | PER 12→11배 |
4. 연준의 정책 함수 재정의
핵심 PCE가 2.9%로 반등한 가운데 관세가 무력화되면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이 추가된다. 그러나 연준은 ‘정책 신뢰도’ 훼손 우려와 국채발행 확대(재정 적자)로 인한 금리 상방 압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9월 FOMC가 예고한 ‘보험적 25bp 인하’ 이후 2026년 상반기까지 완만한 동결→점진적 인하 시나리오가 합리적이다.
5. 국제무역: WTO·FTA 시계열의 재가동
상호관세 무효는 미국·EU·아시아 사이 WTO 협의체 복귀를 자극할 전망이다. 특히 EU는 환경관세(CBAM)·디지털세를 둘러싼 불확실성 완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동남아 BMI 국가들은 미국 시장 접근성을 다시 최우선 전략자산으로 본격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중국·멕시코·캐나다는 §232를 여전히 적용받는다. 따라서 ‘부분적 블록화’는 유지되지만, 글로벌 교역량은 2024년 –1.2%에서 2026년 +3.8%(IMF 베이스라인+0.9%p)로 반등이 예상된다.
6. 세 가지 장기 시나리오
구분 | 대법원 결정 | 경제·증시·정책 후속 반응 |
---|---|---|
시나리오 A (확정 무효, 55%) |
상호관세 전면 폐기·보복 관세 철회 | 물가 –0.4%p S&P 500 +7%(12M) 리쇼어링 속도 둔화 |
시나리오 B (부분 인정, 30%) |
10% 기본관세 유지, 고율 관세 무효 | 물가 –0.2%p 경기·증시 중립 §232 의존↑ |
시나리오 C (행정부 승소, 15%) |
상호관세 유지, 의회·기업 강력 반발 | 물가 +0.3%p 경기 –0.5%p S&P 500 –10%(12M) |
7. 투자전략: ‘관세 디커플링 2.0’을 노려라
7-1. 섹터・테마
- GARP 소비재 ETF(XLY 계열): 원가율 하향 직격 수혜
- 해외 매출 비중 70% 이상 기술주(AAPL·AVGO): 이익 감익 위험 제한적
- 달러 약세 베팅 ETF(UDN): 12~24개월 전략
7-2. 옵션·파생 활용
• 3개월 ATM S&P 500 풋·콜 콜 스프레드는 변동성 비대칭을 활용한 헷지.
• §232 폐지 가능성을 모멘텀으로 원자재(철강) 풋 롱 전략 추천.
결론: “사법부 판결 한 줄이 글로벌 밸류체인을 다시 그린다”
트럼프발 상호관세는 ‘규모의 경제’를 일부 복원했지만, 동시에 미국 내 인플레이션 고착·동맹 불화·연준 신뢰 훼손이라는 부작용을 키워 왔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미국 경제는 무역친화적 저물가 환경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232·IRA·CHIPS법 등 전략산업 중심의 선택적 보호무역은 여전히 존속한다. 투자자는 ‘전면 개방’ 환상과 ‘블록화 고착’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물가 민감 섹터(소비재)·글로벌 공급망 회복 수혜주(해운·물류·반도체장비)를 선별해야 한다. 3권 분립 리스크 관리가 향후 5년간 미국 시장을 해석할 최우선 키워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견해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