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가격이 브라질 기상 악화와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또다시 급등했다. 12월 아라비카 커피(KCZ25) 가격은 전일 대비 +13.30센트(+3.64%) 오른 파운드당 3.5개월 최고치에서 마감했고, 9월 ICE 로부스타 커피(RMU25)는 +108달러(+2.27%) 상승하며 3개월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2025년 8월 23일,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이번 상승세는 3주 연속 이어진 랠리를 더욱 가속화했다.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생산지인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가 8월 16일 주간 동안 강수량 ‘0’을 기록했다는 소마르 메테오로지아(Somar Meteorologia)의 발표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지난주 발생한 서리(frost)가 일부 커피 농가에 피해를 줬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기상 리스크 프리미엄이 가격에 반영됐다.
미국 시장의 공급 불안도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 미국이 브라질산 생두에 50%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 수입업자들이 신규 계약을 취소하고 있어 실물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 미국이 수입하는 생두의 약 3분의 1이 브라질산임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대체 공급처를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브라질 현지 공급도 느슨하지 않다. 브라질 통상부는 8월 6일, 7월 브라질 생두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4% 감소한 16만1,000톤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브라질 커피 수출업체협회인 세카페(Cecafe)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그린커피(가공 전 생두) 수출은 -28% 감소한 240만 포대(60㎏ 기준)로 집계됐다. 세카페는 아라비카 수출이 -21%, 로부스타 수출은 -49% 급감했다고 밝혔다.
“1~7월 누적 커피 수출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2,220만 포대”세카페 8월 20일 자료
이러한 수출 부진은 국제 시장에서 ‘브라질 프리미엄’을 형성하며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ICE 선물·옵션 거래소(Intercontinental Exchange)의 재고 감소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ICE에 모니터링되는 아라비카 재고는 8월 21일 1년 3개월 최저치인 72만6,661포대까지 떨어졌다가 22일 소폭 반등해 72만9,606포대를 기록했다. 로부스타 재고 역시 4주 만의 최저치인 6,642랏으로, 7월 28일 찍은 2년 최고치 7,029랏을 크게 밑돌고 있다.
반면, 브라질 수확 진도는 호재가 아닌 악재
시프라스앤메르카두(Safras & Mercado)에 따르면 8월 20일 기준 브라질 2025/26 시즌 전체 커피 수확률은 99%로, 전년 동기(98%)보다 앞서 있다. 로부스타는 이미 100% 수확이 완료됐고 아라비카도 98%에 달한다.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 코옥수페(Cooxupe) 역시 회원 농가의 수확률이 8월 15일 기준 86.1%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기 수확 완료’ 소식은 공급 증가 기대를 키우며 가격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다.
국제커피기구(ICO)는 8월 6일 6월 세계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7.3% 증가한 1,169만 포대라고 발표해, 공급이 넉넉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을 낳았다. 다만 2024/25 회계연도(10월~6월) 누적 기준으로는 -0.2% 감소해 전반적 공급 압박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베트남, 가뭄 여파로 4년 만에 최소 수확량
세계 2위 커피 생산국 베트남은 2023/24 시즌 생산량이 가뭄 탓에 -20% 감소한 147만 톤(4년 내 최저)을 기록했다. 베트남 통계총국은 2024년 커피 수출이 -17.1% 줄어든 135만 톤이라고 발표했으며, 베트남커피카카오협회(Vicofa)는 2024/25 시즌 생산 전망치를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베트남 통계총국은 2025년 1~7월 수출이 +6.9% 증가한 105만 톤이라고 밝혀 최근 생산 회복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 농무부 해외농업국(USDA 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세계 커피 생산이 +2.5% 늘어난 1억7,868만 포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아라비카 생산은 -1.7% 감소(9,702만 포대)하고, 로부스타 생산은 +7.9% 증가(8,166만 포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FAS는 같은 기간 재고가 +4.9% 늘어난 2,281만 포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트레이더 ‘볼카페(Volcafe)’는 아라비카 시장의 2025/26 시즌 공급 부족이 -850만 포대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용어 설명
아라비카(Arabica)는 고급 커피 원두로 부드럽고 향이 풍부해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로부스타(Robusta)는 카페인이 높고 쌉싸름한 맛이 특징이며, 주로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드용으로 사용된다. ICE 재고는 뉴욕·런던 ICE 거래소에 등록된 창고에 실제 보관 중인 원두량을 뜻하며, 선물가격 변동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한편, 본 기사 작성자인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해당 종목에 대한 직·간접 보유 포지션이 없었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투자 조언이 아니다.
커피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기상 상황·수출 통계·재고 흐름 등 다층적인 변수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