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 따른 숏커버링으로 뉴욕 코코아 선물 상승

코코아 선물 시장이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9월물 뉴욕 코코아(CCU25)는 전일 대비 +222달러(+2.99%) 급등한 반면, 9월물 런던 코코아(CAU25)는 -6파운드(-0.11%) 하락해 4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2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뉴욕 코코아 가격은 5주래 최저치에서 급격히 반등했다. 특히 미국 DXY 달러지수가 3주 반 만의 저점으로 떨어지자 숏커버링(공매도 상환)이 대거 유입된 것이 직접적인 촉매가 됐다.

투자자들은 통상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 표시 상품인 원자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고 판단해 매수세를 늘린다. 이에 따라 뉴욕 코코아 선물에는 단기적인 공매도 청산 물량이 몰렸고, 가격이 빠르게 회복되는 ‘숏 스퀴즈’ 현상이 나타났다.


재고 감소가 추가 지지 요인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내 코코아 재고는 8월 21일 기준 2,191,730포대로 2.7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재고 감소는 공급 타이트닝(공급 긴축) 우려를 키워 가격을 뒷받침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재고가 속절없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단가 방어 차원에서 적극적인 매수로 돌아섰다.


서아프리카 기상 여건이 변수

코코아 주산지인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차주(8월 23~30일) 유익한 강우가 예보됐다. 이는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주요 수확)의 수율 회복 기대를 높여 가격에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 7월 17일부터 8월 15일까지 30일 동안 강수량이 4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탓에, 꽃·꼬투리 탈락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아가 코코아 품질 악화에 대한 우려도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단위로 반입되는 원두 중 5~6%를 저품질로 분류해 반송하고 있는데, 이는 주수확기(메인 크롭) 평균 1% 대비 5~6배 높은 수치다. 글로벌 농산물 리서치사 라보뱅크(Rabobank)는 “우기 지연 탓에 2025년 중간 수확(mid-crop) 예상량이 40만t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측면: 초콜릿 시장 부진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업체 린트 & 슈프륭글리(Lindt & Sprüngli)는 7월 중순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벨기에 기반 세계 최대 벌크 초콜릿 제조사 배리 칼러보(Barry Callebaut) 역시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전망을 하향하며 3~5월 분기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5% 줄어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시아·유럽·북미 지역의 2분기 코코아 그라인딩(분쇄) 통계도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럽 코코아협회(ECA)는 y/y -7.2%(-5% 예상), 아시아 코코아협회(CCA)는 y/y -16.3%(8년 만의 최저), 북미는 y/y -2.8%를 각각 발표했다. 이는 원부자재 가격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면서 초콜릿 수요가 위축된 결과다.


공급 사이드: 나이지리아·가나·코트디부아르

세계 5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의 코코아협회는 2025/26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줄어든 30만5,000t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나이지리아의 6월 코코아 수출은 y/y 0.9% 증가한 1만4,597t을 기록했다.

반면 2위 생산국 가나는 코코아위원회(Cocobod)가 2025/26 작황 전망을 65만t(+8.3% y/y)으로 상향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10월 1일~8월 17일까지 누적 선적 물량이 178만t으로 y/y +6%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까지 기록한 +35% 성장률과 비교하면 둔화된 흐름이다.


장·단기 밸런스: ICCO 통계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3/24 시즌 -49만4,000t 적자를 60여 년 만의 최대치로 추정했다. 세계 재고/분쇄 비율(Stocks-to-Grindings)은 27%로 46년 만의 최저다.

ICCO는 2024/25 시즌부터는 14만2,000t 규모의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이는 생산량 7.8% 증가(4,840,000t)를 전제로 하지만, 실제로는 기상·병충해·물류 차질 등 변수가 많아 적자 폭 축소에 그칠 공산도 있다.


용어 풀이

숏커버링은 선물·주식 등에서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매수하는 행위다. 가격이 예상과 반대로 상승하면 손실을 줄이려는 매수세로 이어져 단기간 급등을 유발한다.

그라인딩은 코코아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 케이크·버터로 가공하는 과정이다. 이 수치는 실제 소비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사용된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글로벌 원자재·금융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선물거래소다. 뉴욕·런던 코코아 선물 역시 ICE 플랫폼에서 거래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뉴욕 코코아의 1톤당 8,000달러 재탈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다만 유럽·아시아 초콜릿 소비가 회복되지 않는 한 수급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기상 리스크가 반복된다면 코트디부아르·가나 등 주산지 생산량이 재차 하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 그렇더라도 가나의 공격적 생산 확대 계획, 나이지리아 정부의 농업 인센티브, 그리고 ICCO의 흑자 전망은 중장기 가격 상승폭을 어느 정도 제어할 요소로 평가된다.

결국 원재료 상승 압박을 초콜릿 소비자가 얼마나 감내하느냐가 핵심 변수다. 원두 재고가 고갈되고 공매도 청산 랠리가 반복된다면, 향후 수개월간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