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텔, 정부에 10% 지분 양도 합의”…주가 6% 급등

[뉴욕=CNBC·블룸버그]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INTC) 주가가 22일(현지시간) 장중 약 6%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이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을 직접 인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직후 시장이 강하게 반응한 결과다.

2025년 8월 2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단 앞에서 “정부가 회사 지분 약 10%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텔의 시가총액은 약 1,000억 달러(약 134조 원)로, 10%면 대략 100억 달러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

그들은(인텔) 이에 동의했다. 그들 입장에서도 훌륭한 거래”

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CNBC에 “아직 최종 결정되진 않았다”면서 “리프-부 탄(Lip-Bu Tan)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명시적으로 서명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탄 CEO는 이날 오후 늦게 별도 회동을 가질 예정이며, 구체적 조건은 협의 중이다.


정부의 ‘산업 정책’ 급선회…지분 투입은 비(非) 의결권

이번 방안은 미국 정부가 국내 핵심 제조업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는 드문 사례로, 최근 산업 정책 기조의 변화를 상징한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같은 주 CNBC ‘스쿼크 온 더 스트리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CHIPS법 자금을 투입하는 대가로 지분을 받아야 한다”며 “※주: CHIPS법(Chips and Science Act) 은 2022년 제정된 반도체 육성법으로, 총 527억 달러 규모 보조금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루트닉 장관은 “우리 지분은 의결권이 없는(non-voting) 형태”라고 덧붙였다.

인텔은 이미 지난해 가을 CHIPS법에 따라 79억 달러(약 10조 6,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확정지었다. 의결권 없는 지분은 정부가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으면서 재정·안보 목적을 달성하려는 절충책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자금줄 ‘소프트뱅크’…2억 달러 아닌 20억 달러

같은 주 초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인텔에 20억 달러(지분 약 2%)를 투자하겠다고 발표, 정부·민간 동시 유치에 성공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속적인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위한 포석”으로 본다.

President Trump Says Intel Deal


‘실리콘 하트랜드’ 오하이오 공장…2030년 가동 목표

인텔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인근에 최대 8개 팹을 갖춘 초대형 캠퍼스를 건설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지역을 ‘실리콘 하트랜드(Silicon Heartland)’로 칭하며 첨단 제조업 부흥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7월 탄 CEO는 사내 메모에서 “이제 무제한의 수표(blank check)는 없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공사 속도를 늦추겠다고 밝혔고, 첫 라인의 양산 시점도 2028년에서 2030년으로 연기됐다.

미국 내에서 최첨단(2nm 이하) 칩을 생산할 역량을 갖춘 유일한 기업이 인텔이지만, 기술 수준은 여전히 대만 TSMC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TSMC는 애플·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IT기업의 칩을 위탁생산(파운드리)하며 선단 공정을 선도한다.


전문가 분석과 향후 관전 포인트

워싱턴 싱크탱크 ‘반도체정책센터’의 제시카 리 연구원은 “정부 지분 참여는 국가안보와 공급망 안정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라며 “의결권이 없다 해도 재무구조·투자계획 등에 간접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리 연구원은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투자자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면서 “비슷한 모델이 미국 내 다른 전략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인텔 간 최종 계약 조건, CHIPS법 추가 자금 배분, 그리고 TSMC·삼성전자 등의 글로벌 공장 증설 계획이 향후 주가에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용어 설명
CHIPS and Science Act : 미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고 연구·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2022년 제정한 종합 법률.
Non-voting share : 의결권이 없는 주식으로, 배당 등 경제적 권리는 있으나 경영 참여 권한은 제한된다.
Foundry(파운드리) :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 기업을 대신해 칩을 생산해 주는 전용 공장.


(CNBC의 데이비드 서처먼 기자가 본 보도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