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커피 가격이 다시 한 번 큰 폭으로 솟구쳤다. 22일(현지시간) 기준 12월물 아라비카 커피(KCZ25)는 전 거래일 대비 11.05센트(+3.03%) 상승한 파운드당 3.5개월 최고가를 기록했고, 9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 역시 74달러(+1.56%) 올라 3개월 만의 고점을 경신했다.
2025년 8월 22일, 바차트닷컴(Barchart.com)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3주 연속 상승세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은 브라질 주요 산지의 극심한 건조·한파 우려다. 민아스제라이스(Minas Gerais) 주는 브라질 아라비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민간 기상업체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8월 16일까지 일주일간 해당 지역에 강수량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기습 서리(frost) 소식은 이미 수확기에 접어든 커피나무에 추가 피해를 입혀, 투자자들의 공급 차질 공포를 자극했다.
“지난주 서리가 일부 농장을 강타하면서 가지‧잎이 검게 변한 나무가 보고되고 있다.” — 브라질 커피 협동조합 관계자
미국 내 공급 우려…관세 충격으로 계약 파기 속출
커피 시장의 또 다른 압박 요인은 미국 buyers(로스터·음료기업 등)의 신규 브라질산 생두 계약 취소다. 미국 정부가 브라질 커피에 최대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자, 수입업체들이 부담을 견디지 못해 물량을 줄이고 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생두의 약 3분의 1이 브라질산인 점을 고려하면 현지 재고는 빠르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브라질 경제부(Trade Ministry)는 8월 6일 발표에서 7월 미선적(선적 전) 아라비카·로부스타 합산 수출량이 전년 동월 대비 20.4% 줄어든 16만1,000t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민간 수출업체 연합체 세카페(Cecafé) 역시 “7월 그린빈(생두) 수출은 작년보다 28% 급감한 240만 포대(60㎏ 기준)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세카페 자료를 자세히 보면, 아라비카 수출이 21% 감소한 반면 로부스타 수출은 무려 49%나 줄어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또 1~7월 누계 수출은 22만2,000포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ICE 재고 1년 3개월 만에 최저…가격 지지
국제거래소(ICE)가 모니터링하는 아라비카 인증 재고는 8월 15일 72만6,661포대로 2024년 5월 이후 최저치를 찍은 뒤, 17일 72만9,829포대로 소폭 반등했을 뿐이다. 로부스타 재고도 6,642Lot(약 40㎏ 1,000포대 기준)로 한 달 최저치를 기록하며, 7월 28일 기록한 2년 최고치(7,029Lot)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재고(lot)·포대(bag)·MT 등 단위가 생소할 수 있다. 커피 원두는 국제시장에서 60㎏짜리 ‘bag’을 기준으로 거래된다. Lot은 ICE가 정한 선물계약 단위(아라비카 37,500파운드, 로부스타 10t), MT는 Metric Ton(톤)이다.
수확 막바지지만 가격 하락 ‘역부족’
브라질 사프라스&메르카도(Safras & Mercado)는 8월 20일 발표에서 2025/26년 수확률이 99%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로부스타는 이미 100% 끝났고, 아라비카도 98%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국내 최대 수출 협동조합 코옥수페(Cooxupé)는 8월 15일 기준 조합원 수확 진행률을 86.1%로 잡았는데, 이는 작황 규모·품질이 곧 확정된다는 의미다.
통상 수확 마무리는 가격 하락 변수로 작용하지만, 극심한 기상 위험·수출 차질·재고 부족이라는 삼중 압력에 시장은 ‘베어(하락) 트리거’보다 ‘불(Bull) 트리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공급 전망: 엇갈린 기관별 시나리오
국제커피기구(ICO)는 8월 6일 6월 세계 커피 수출이 7.3% 증가했다고 밝혔으나, 회계연도 기준(10월~6월) 누계는 0.2% 감소했다고도 덧붙였다. 공급 여건이 완전히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사점이다.
베트남의 가뭄 피해도 변수다. 국영통계총국(GSO)에 따르면 2023/24년 생산량은 전년보다 20% 줄어든 147만2,000t으로 4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1~7월 수출도 작년보다 6.9% 늘었지만, 2024년 전체 기준으로는 17.1% 역성장했다.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Vicofa)는 3월 전망에서 2024/25 생산량을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미국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6월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생산이 1억7,868만 포대로 사상 최대를 찍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라비카가 1.7% 감소해도, 로부스타가 7.9% 늘면 전체 공급은 2.5% 확대된다는 계산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브라질 생산은 6,500만 포대(+0.5%), 베트남은 3,100만 포대(+6.9%)로 제시됐다.
그러나 스위스 상업회사 볼카페(Volcafe)는 2025/26년 아라비카 시장이 850만 포대 적자로, 5년 연속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업계에서는 “USDA가 기상 리스크·물류 차질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 진단 및 투자 포인트
연속적인 엘니뇨·라니냐 전환이 남미·동남아 커피 벨트에 예측 불가능한 기후를 가져오고 있다. 본지 취재에 응한 원두 트레이더는 “물리적 공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옵션 비딩(콜옵션 매수) 증가까지 겹쳐 단기 급등 압력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위험 관리 차원에서 대형 로스터들은 ▲브라질·베트남 혼합 비중 조정 ▲저가 로부스타 비축 확대 ▲ICE 옵션 헤지 전략을 꺼내 들고 있다. 개인 투자자라면 가격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레버리지(차입) 비중을 낮추고 스프레드 전략 등 분산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공급 측 근본 개선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기상 뉴스와 현물 재고 지표가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