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리 재설계 위해 구글 ‘제미니’ AI 도입 협상 중…블룸버그 보도

애플(Apple Inc.)이 자사의 음성 비서 시리(Siri)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 구글(Alphabet Inc.)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니(Gemini)’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8월 22일, 블룸버그 통신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구글과 접촉해 맞춤형 AI 모델 개발 여부를 타진했으며, 이는 2026년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시리 탑재를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애플은 일찍이 자체 AI 연구를 진행했으나, 대규모 언어 모델(LLM) 분야에서 구글이 보유한 기술적 우위를 결합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블룸버그 소식통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애플 주가는 나스닥장 오후 거래에서 추가 상승세를 나타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 역시 동반 상승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두 빅테크 간의 협업이 생성형 AI 상용화 경쟁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미니 AI란 무엇인가

제미니(Gemini)는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초거대 언어‧멀티모달 모델이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성, 코드 등 다양한 데이터 유형을 동시에 이해‧생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2024년 말 공개 이후 여러 업계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오픈AI의 GPT 시리즈와 견줄 만한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제미니는 Gemini Nano(모바일 탑재형), Gemini Pro(클라우드 API), Gemini Ultra(초대형 파라미터 모델) 세 가지 등급으로 구분돼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어느 등급의 모델을 채택할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기기 안에서 온디바이스(On-device) 방식으로 동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덧붙였다.


시리(Siri) 개편 배경

2011년 아이폰 4s와 함께 데뷔한 시리는 최초의 상용 음성 비서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그리고 최신 챗GPT 기반 서비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혁신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애플 내부 개발자들은 복잡한 코드 구조와 개인정보 보호 정책 탓에 시리의 ‘대화형 업데이트’가 지연됐다고 토로해 왔다. 이에 따라, 단순 명령 수행을 넘어 맥락 이해와 연속 대화가 가능한 차세대 음성 비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부 LLM 기술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주가 및 시장 반응

22일(현지 시각) 나스닥 시장에서 AAPL 주가는 전일 대비 상승폭을 확대했으며, GOOGL 역시 동반 강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애플의 생태계 견고성구글의 LLM 경쟁력이 합쳐질 경우, 음성 AI 시장의 판도가 재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규제 리스크와 독점 논란도 만만치 않다. 애플과 구글 모두 각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모바일 운영체제 및 앱스토어 독점’ 문제로 조사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양사 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반독점 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생성형 AI 경쟁 구도 속 애플의 전략적 선택

생성형 AI는 ‘클라우드→온디바이스’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Personal Data Privacy)와 배터리 효율, 지연시간(Latency)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중대한 과제다. 애플은 M-시리즈 칩과 뉴럴 엔진 등 자체 하드웨어 최적화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델 학습 데이터 규모와 응용 생태계 측면에서 구글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자체 AI 대신 구글 모델을 채택할 경우, iOS 사용자는 높은 성능을 즉각 누릴 수 있지만 서비스 종속(lock-in)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양사 협력은 iOS와 안드로이드 진영을 아우르는 크로스플랫폼 AI 시너지로 이어져, 스마트폰 시장 전체의 혁신 속도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제시됐다.


용어 설명

● 생성형 AI(Generative AI) :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텍스트‧이미지‧음성 등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 기술을 의미한다. GPT, 제미니, 클로드 등이 대표적이다.

● LLM(Large Language Model) : 수백억~수천억 개 이상의 파라미터(모델 가중치)를 보유한 초대형 자연어 처리 모델을 뜻한다. 대규모 연산 능력과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로 학습돼 사람과 유사한 문장 생성이 가능하다.

● 온디바이스 AI :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방식을 말하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줄이고 응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전문가 시선과 향후 전망

IT 전략 컨설턴트 박연우는 “애플이 구글 제미니를 도입할 경우,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3박자를 아우르는 애플 생태계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며 “다만, 자체 AI 주도권을 일정 부분 내어주는 셈이어서 언제든 전략 수정이 요구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퀄컴·MS·오픈AI와 손잡고 갤럭시 AI를 선보인 것처럼, ‘협력형 AI 전략’이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애플-구글 협력은 LLM 경쟁 구도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로서는 정식 계약 체결 여부와 조건, 독점 기간 등이 공개되지 않았으며, 양사 모두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답을 피했다. 향후 분기 실적 발표나 연례 개발자 회의(WWDC)에서 추가 내용이 발표될지 주목된다.


마무리

이번 협상은 스마트폰 기반 AI 주도권을 둘러싼 ‘빅테크 패권 경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구체적인 결과가 공식화될 경우, 소비자들은 더욱 자연스러운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경험하게 될 전망이며, 투자자들은 두 기업의 시너지가 미래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