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워싱턴 공동】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미국 국채시장에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단기물 금리는 가파르게 하락했고, 파월 의장이 암시한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에 투자자들은 앞다투어 금리 인하 베팅을 확대했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통해 “
실업률과 기타 노동시장 지표가 안정적이므로, 우리는 정책 기조 변경을 신중히 검토할 여유를 갖게 됐다
”고 밝혔다. 이 한마디가 단기물 국채 매수세를 촉발하며, 2년물 금리는 장중 최대 10bp(0.10%p)나 급락했다.
시장 반응과 수치*를 보면, 벤치마크 10년물 수익률은 4.25%로 내려앉아 일주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년물은 통상 연준 정책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금리선물과 스왑 시장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0.25%p) 인하가 단행될 확률이 85%로 치솟았다. 파월 연설 전에는 65% 수준이었다.
왜 중요할까? 연준은 지난해 12월 이후 기준금리를 4.25%~4.50% 범위로 동결해 왔다. 그러나 최근 고용‧임금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노동시장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파월 의장이 ‘노동시장 안정’을 언급한 대목은 침체 방어용 보험성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용어 풀이: 1
• bp(베이시스 포인트)는 0.01%p를 뜻한다. 금리 변동 폭을 세밀하게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 이자율스왑은 특정 만기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파생상품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향후 정책금리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투자자 시각에서 보면, 스왑시장은 연말 전까지 두 차례 인하 시나리오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단기채권 펀드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고, 달러화 강세 흐름은 잠시 주춤했다. 일부 스트래티지스트는 “노동시장 데이터가 추가 둔화될 경우 파월 의장은 9월뿐 아니라 12월에도 연속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첫째, 실업률이다. 파월 의장은 실업률이 조금씩 올라갈 여지를 언급했다. 4%선을 넘어서면 ‘고용안정 책무’가 금리 인하 정당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물가 경로다. 현재 소비자물가(CPI)는 3%대 중반으로, 연준의 2% 목표를 상회한다. 인하가 물가 재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연준의 고민이다. 따라서 PCE 물가지수가 추세적으로 둔화되는지가 관건이다.
셋째, 금융여건이다. 장단기 금리차가 완만해지면 은행의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들어 신용공급 여력이 개선된다. 이는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높인다.
해외 자금 흐름에서도 변화가 포착된다. 유럽과 아시아 채권시장에선 ‘미국발 인하→글로벌 완화’ 도미노 기대가 확산되며, 신흥국 통화 가치가 동반 상승했다. 다만 달러 실질금리가 여전히 높은 만큼, 모멘텀 강도는 미지수다.
필자의 시각Opinion: 파월 의장은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 기조를 고수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리스크 관리형 선제 인하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이는 1990년대 후반과 2019년의 ‘보험성 인하’와 유사하다. 시장은 이를 환영하지만, 2001년·2008년 사례처럼 경기 하강이 현실화될 경우 보다 공격적 완화를 요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9월 FOMC는 노동지표가 결정권을 쥐게 될 전망이다.
향후 체크리스트: ① 9월 초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 ② 9월 중순 CPI·PPI, ③ 잭슨홀 이후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다. 해당 지표·발언이 85% 인하 베팅을 확정지을지, 혹은 되돌릴지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시장에 명확한 ‘힌트’를 던졌다. 노동시장 완화 → 정책 여지 → 선제 인하라는 로드맵이 그려진 셈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재가속 리스크가 남아 있어, 연준은 ‘속도 조절’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은 ‘매파적 서프라이즈’와 ‘비둘기파적 전환’ 사이의 줄다리기를 예의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