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 대형 민간 디벨로퍼인 컨트리가든(碧桂园·HK:2007)이 2025 회계연도 상반기에 전년 대비 더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발표한 실적 예비 공시에서 2025년 1~6월 손실 규모가 185억~215억 위안(약 25억8천만~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 보고된 151억 위안 손실보다 최대 42%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컨트리가든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부채 문제 해결”
이라며, 채무 재조정 작업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3년 말 110억 달러 상당의 역외(오프쇼어) 채권을 디폴트(채무불이행)한 바 있으며, 이는 중국 부동산 업계 전반의 유동성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올해 8월 초에는 전체 역외 부채의 49%를 보유한 핵심 은행 채권단과 원칙적 합의에 도달해, 총 141억 달러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에서 추가 진전을 이뤘다.
주택 인도 물량 급감도 손실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회사는 상반기 동안 약 7만4천 세대의 주택을 인도했는데, 이는 2024년 같은 기간 15만 세대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 인도가 줄어들면 현금 유입이 감소하고 프로젝트 정산 규모도 함께 축소돼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컨트리가든은 “결산 규모 축소로 인해 부동산 개발 사업의 총이익률이 극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자산 손상차손(임페어먼트) 증가
회사 측은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프로젝트 임페어먼트 증가를 들었다. 이는 부동산 재고의 장부가치를 시장 가치에 맞춰 조정하면서 발생하는 회계상 비용으로,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수록 손실 규모가 커진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분양 재고와 개발 중단 프로젝트 등이 늘어나면서 손상차손이 전년보다 확대됐다.
‘오프쇼어 채권’이란?
오프쇼어 채권(offshore bond)은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싱가포르 등 역외 시장에서 달러화로 발행된 채권을 말한다. 국내 자본시장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대신, 달러 강세·글로벌 금리 변동에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지난 10여 년간 해외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오프쇼어 시장 의존도를 높여 왔으나, 미달러 강세와 부동산 경기 둔화가 겹치며 대규모 디폴트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기
컨트리가든은 한때 ‘완공·인도 능력’과 광범위한 지방 도시 네트워크를 앞세워 중국 1위 민간 디벨로퍼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2021년 헝다(恒大·HK:3333) 사태 이후 금융권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힌 다수 개발사처럼 자금 경색에 직면했다. 주택 구매 심리 위축과 ‘완공 위험’ 우려가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컨트리가든 역시 유동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향후 일정 및 시장 전망
회사는 공식 반기 실적 보고서를 8월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채무 재조정 세부안, 자산 매각 계획, 신규 자금 조달 가능성 등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상반기 실적보다 하반기 현금흐름 안정성이 더 큰 관건”이라며, 정부의 정책 지원 및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방 중·저가 주택 수요를 자극할지가 회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환율 변동성도 변수
이번 실적 예고에서 환율 기준으로 미 달러(USD)/중국 위안(CNY) 환율 1달러=7.1792위안이 적용됐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달러 표시 부채 상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 코멘트*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컨트리가든의 채무 구조조정 성공 여부는 중국 부동산 섹터 전반에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며 “협상 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다른 민간 디벨로퍼에도 긍정적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글로벌 투자자 신뢰 회복에는 완공 속도, 현금 유동성, 정부 정책 공조 등 다층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손상차손’(impairment) : 자산의 회수가능가치가 장부가치보다 낮아진 경우, 이를 장부에 반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비용화하는 회계 처리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