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푸틴과의 정상회담, 러시아의 방해로 무산 위기”

키이우발(發) —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러시아 측의 조직적인 방해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잠재적 회담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NATO) 사무총장 마르크 뤼터와 함께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위한 실제적 의지가 없다는 점을 재차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려는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는 추가 제재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을 러시아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대화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면, 선택지는 압박 강화 외에 없다”

고 그는 말했다.


나토식 안전보장 요구

젤렌스키와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 안전보장을 집중 논의했다. 젤렌스키는 나토 조약 5조(Article 5)에 준하는 수준의 다자 안보 메커니즘을 요구하며, “하나의 국가에 대한 공격은 곧 모든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는 원칙이 우리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참고 나토 조약 5조는 1949년 채택된 북대서양 조약의 핵심 조항이다. 회원국이 외부 공격을 받을 경우, 다른 모든 회원국이 집단 방위에 나설 의무를 규정한다. 실제로 발동된 사례는 2001년 9·11 테러가 유일하다. 한국 독자들에게 낯설 수 있는 개념이지만, 이는 사실상 ‘공격 억지력’으로 작동하며, 가입국 군사력이 하나로 묶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추가 제재 촉구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금융·에너지·무역 전반에 걸친 포괄적 제재를 신규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제재가 유효성을 확보했으나, 러시아가 회담을 거부하는 순간 제재 강도를 즉각적으로 높이는 ‘자동 트리거’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요구는 합리적이며, 나토는 회원국 수도, 정치적 현실, 그리고 국제법적 한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군사 개입 여부에는 언급을 피했다.


국제사회 반응과 향후 전망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및 미국 국무부는 이날 회견 직후 “러시아가 실질적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추가 제재 옵션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별도 브리핑에서 “젤렌스키가 회담을 원한다면 러시아에 먼저 평화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책임을 우크라이나 측에 돌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전투 현황에서 단기간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는 이상, 회담 자체를 지렛대 삼아 시간을 벌려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전황 악화 시 방어선 강화를 위해서라도 나토 수준의 보장이 절실하다. 이와 같은 ‘제재 압박 vs. 시간 끌기’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자 해설

이번 발언은 회담 자체가 더는 ‘외교적 수사’가 아닌, 전쟁 지속 여부를 가르는 직접 변수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제재 수위가 올라가고, 제재가 강화되면 러시아는 경제·재정적 압박을 체감한다. 그러나 실제 군사적 판세가 바뀌지 않는 한, 제재만으로 종전을 끌어내긴 어렵다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다만 젤렌스키가 ‘나토 5조’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국제사회의 피로감이 커지는 국면에서 ‘우크라이나 방어가 곧 유럽 방어’라는 프레임을 다시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향후 G7, EU, 나토 회의 등 다자 무대에서 이 사안이 거듭 강조될 것으로 보여, 한국 등 비(非)유럽 국가들의 외교적 선택지도 좁아질 수 있다.

결국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2025년 하반기 국제 제재 체계는 더 정교해지고, 에너지 공급망·원자재 시장·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참가자들은 정치 일정과 전선(前線) 상황을 동시에 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