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관련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22일 홍콩과 본토 증시에서 반도체 공급망 전반이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Nvidia)의 ‘H20’ 인공지능(AI) 칩 생산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 내부 수요를 국내 기업이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H20 공급 차질 가능성은 ‘국산화 가속’ 시나리오를 자극하며 투자 심리를 개선했다. 특히 중국 당국이 최근 안보 차원에서 미·중 기술 전쟁의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자립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 시가총액 상위 파운드리 급등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중국 최대 파운드리 중국반도체제조국제(SMIC)(0981)은 10% 급등 마감했다. 중형 파운드리인 화홍반도체(Hua Hong Semiconductor)(1347)은 무려 18% 가까이 치솟았다. 파운드리(foundry)는 ‘주문형 반도체 생산 전문 기업’을 뜻한다. 설계와 제조가 분리된 팹리스·파운드리 구조에서, 파운드리는 다른 회사가 설계한 칩을 대량 생산한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는 AI 칩 설계사 캠브리콘테크놀로지(Cambricon)(688256)과 서버 프로세서 업체 하이곤정보기술(Hygon Information Technology)(688041)이 모두 20% 상한가를 기록했다. 특히 캠브리콘은 중국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위협할 잠재적 경쟁사로 꼽힌다.
“H20 공백은 국내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 펠릭스 리(Fhelix Lee) 모닝스타 애널리스트
한편 뉴욕 프리마켓에서 Nvidia 주가는 1.4% 하락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압박, 공급망 조정 가능성, 그리고 미국 수출 규제 등 복합 악재가 반영된 결과다.
■ H20 칩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H20은 2022년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춰 개발된 엔비디아의 ‘제한 규격’ AI 가속기다. 즉, 고성능 ‘A100’·‘H100’보다 연산 속도나 대역폭을 일부 낮춰 수출 규제를 우회하는 제품이다. 그러나 중국 규제 당국은 H20에 ‘원격 제어(backdoor)’ 기능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7월 말 엔비디아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에 착수했다.
21일(현지 시각) The Information은 “엔비디아가 특정 부품 공급사에 H20 생산 중단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우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고만 언급했다.
■ 중국 정부의 ‘기술 자립’ 드라이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규제 당국은 7월 대형 인터넷기업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주요 AI 기업에 대해 ‘H20 구매 보류’를 지시했다. 이는 안보 검토가 완료될 때까지 유통을 일시 중단하라는 의미였다. 8월 초에는 이들 기업에 H20 구매 배경과 사용 목적을 설명하라는 서면 보고도 요구했다.
아울러 버넌스틴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린칭위안(Qingyuan Lin)도 “수요가 유지된다면, 국내 파운드리는 낮은 수율(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생산 캐파(Capacity)를 늘릴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율은 생산된 칩 가운데 정상 동작하는 비율로, 보통 신공정을 도입하거나 장비가 낙후된 경우 낮아진다.
■ 전문가 시각: 단기·중장기 파급 효과
① 단기적으로, 엔비디아의 시장 공백은 중국 기업의 매출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본사의 서버 GPU 대신, 베이징·상하이·선전 기반 칩 설계사가 자국 클라우드 업체에 맞춤형 솔루션을 공급하는 사례가 늘 전망이다.
② 중장기적으로,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재차 강조하면서 R&D·설비투자 보조금, 세제 혜택, 국부펀드(대형 국영투자펀드) 지원 등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SMIC·Hua Hong·캠브리콘·린신(링신) 등 이른바 ‘중국판 아이언 트라이앵글’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다만, 글로벌 기술 격차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 3~5나노 공정, 첨단 패키징, EUV(극자외선) 장비 등 핵심 영역에서는 ASML·TSMC·삼성전자 등 해외 업체에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따라서 투자자는 ‘정책 모멘텀’과 ‘실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주시해야 한다.
■ 낯선 용어 해설
① H20 : 미국 수출 규제를 준수하도록 설계된 엔비디아 AI 가속기. FP16·INT8 연산 성능이 H100 대비 낮지만, 전력 효율을 개선해 중형 데이터센터에 적합하다.
② 파운드리(foundry) : 반도체 설계를 위탁받아 생산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공장 또는 기업. 대표적으로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등이 있다.
③ 백도어(backdoor) : 소프트웨어·하드웨어에 숨겨진 비인가 접근 통로. 공격자가 시스템을 원격으로 통제하거나 정보를 탈취할 수 있어 국가 안보 위험 요인으로 간주된다.
■ 향후 주목 포인트
• 엔비디아가 H20 생산을 공식 중단할지 여부 및 대체 모델 출시 일정
• 중국 규제 당국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시점과 내용
• SMIC·Hua Hong의 공정 미세화(7나노 이하) 진척 상황
• 캠브리콘의 차세대 AI 칩 로드맵과 효율성 지표
• 미국 상무부의 추가 수출 통제 가능성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본 기사는 투자의뢰가 아닌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시장 상황은 변동성이 크므로 투자 결정에 앞서 공시 자료와 전문가 조언을 확인하길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