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동향】 유럽 주요 주가지수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약세로 마감했다. 범유럽 STOXX 600 지수는 -0.1% 하락했으나, 주간 기준으로는 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독일 DAX 지수 역시 -0.2% 내려가며 장중 내내 약세 흐름을 보였다.
2025년 8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 심포지엄에서 파월 의장이 내놓을 통화정책 가이던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연준 위원들이 다음 달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냉담한 입장을 보여온 만큼, 시장은 새로운 단서를 얻기 전까지 보수적 태도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독일 성장률·산업 생산 부진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은 2025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잠정치보다 큰 -0.3%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제조업·설비투자 등 산업 생산이 기대보다 부진했던 점이 하향 조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럽 최대 경제국의 성장 둔화는 유로존 전반의 경기 둔화 우려를 한층 키우고 있다.
【정책·무역 이슈】 한편 유럽연합(EU)은 최근 성사된 무역협정에 따라 미국산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를 추진하며, 자동차·와인·증류주(spirits) 등 핵심 품목에 대해 8월 1일부로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EU 집행위는 “
수출기업의 비용 부담을 조기에 완화하는 것이 관건
”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은 EU 전체 수출에서 비중이 높은 전략 산업이다. 관세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독일·프랑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유럽 부품 공급망에도 긍정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와인·증류주에 대해선 관세 혜택이 ‘선별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일부 생산국 정부는 추가 협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 뉴스】 네덜란드 기반 글로벌 도료업체 악조노벨(AkzoNobel)의 주가는 +4.3% 급등했다. 스웨덴 행동주의 펀드 Cevian Capital이 네덜란드 금융시장감독청(AFМ)에 지분 3%을 새로 신고하면서 경영 개선 압박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Cevian은 과거 ABB·Telefonica 등 유럽 유수 기업의 지분을 확보해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해온 전력이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
악조노벨이 팬데믹 이후 도료 가격 인상과 공급망 정상화 효과로 실적 회복세를 보여왔지만 주가 할인율이 여전히 높다
”며 “행동주의 주주 유입이 지배구조 개선·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경 설명: 잭슨홀 심포지엄이란?】
잭슨홀 중앙은행 심포지엄은 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글로벌 경제 콘퍼런스로, 각국 중앙은행 총재·재무장관·학계 석학이 참석한다. 통상 8월 말 열리며, 연준 의장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는 자리로 유명하다. 2020년 팬데믹 당시 파월 의장이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한다고 밝혔던 무대도 여기였다.
【시장 전망 및 전문가 의견】 파월 의장이 ‘낮은 인플레이션·긴축 지속’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류 전망이다. ING의 카르스텐 브제스키 주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아직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연내 첫 금리 인하 시점이 12월 회의 이후로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수는 유가다. 최근 브렌트유가 배럴당 85달러 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이 추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연준의 통화완화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ING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는 한 금리 피봇 시그널을 서두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 파월 의장 잭슨홀 연설: 한국 시각 23일 새벽 11시 30분 (Live Webcast 예상)
• 유로존 8월 PMI 예비치: 경기선행지표 변화 주목
• 독일 IFO 기업심리지수: 제조업 경기 바닥 여부 관찰
• 악조노벨 3분기 실적 가이던스: Cevian 개입 이후 자본배분 전략 변화 여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파월 발언에 따라 위험자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포트폴리오 헤지(hedge)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유럽 증시 자체는 최근 3주 연속 상승분으로 기술적 과열 구간에 근접해 있어, 조정 시 매수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무리】 이날 유럽 지수의 하락폭은 크지 않았으나, 파월 의장의 한 마디가 올여름 증시 랠리의 연장선이 될지 혹은 숨 고르기의 계기가 될지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독일 경기 부진·EU 관세 협상·행동주의 펀드 개입 등 굵직한 재료가 동시에 부각되며, 투자자들은 주말 내내 글로벌 헤드라인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