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974억 달러 오픈AI 인수 추진 과정에서 저커버그에 동참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로이터 통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컨소시엄은 올해 초 974억 달러(약 129조 원) 규모로 오픈AI를 인수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메타 플랫폼스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끝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내용은 오픈AI가 2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확인됐다.

2025년 8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오픈AI 측은 “머스크가 인수 작업과 관련해 저커버그와 잠재적 자금 조달·투자 구조를 협의했다”고 법원에 진술했다. 이 같은 사실은 머스크가 선서 하에 진행된 interrogatory 과정(배심원 출석 전 서면질의 응답)에서 직접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자신의 새로운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통해 오픈AI와 경쟁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해당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로이터는 머스크 및 xAI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정규 업무시간 외에는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이번 소송에서 미국 연방법원에 메타가 보유한 모든 관련 문서와 내부·외부 커뮤니케이션 자료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오픈AI 인수 또는 구조조정(restructuring)·재자본화(recapitalization) 가능성’에 관해 논의된 자료 일체를 요구했다.


오픈AI는 “메타가 다른 입찰자들과 나눈 교신이나, 머스크와의 논의가 반영된 내부 메모를 통해 인수 제안의 동기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서 “머스크와 메타는 현재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두 경쟁자”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메타는 같은 서류에서 “오픈AI가 필요한 자료는 머스크 개인 혹은 xAI에서 직접 확보하면 된다”며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을 기각해 달라고 요구했다. 메타는 “오픈AI 구조조정과 관련된 당사의 내부 문건은 이번 소송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8월 초 Yvonne Gonzalez Rogers 연방판사는 머스크가 ‘언론 발표·소셜미디어 게시물·법적 주장·가짜(sham) 인수 제안’ 등을 통해 오픈AI에 피해를 줬다는 주장을 심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머스크는 배심원 재판에 서게 될 전망이다.

머스크와 오픈AI의 법적 갈등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머스크는 2024년 오픈AI가 비영리 조직에서 영리 모델로 전환한 것을 문제 삼아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는 2024년 4월 맞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고, 배심원 재판은 2026년 봄으로 예정됐다.

전문가 해설에 따르면 재자본화(recapitalization)란 기업이 자본 구조—즉 부채와 자본의 비율—를 재편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절차를 의미한다. 특히 AI 스타트업처럼 자본 집약적 산업에서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 투자와 고급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자금 구조 조정 여부가 기술 경쟁력에 직결된다.

시장 분석 및 전망을 보면, 테슬라·스페이스X에 이어 xAI까지 거느린 머스크는 최근 생성형 AI 분야에서 오픈AI·메타·구글 등과 초격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만약 머스크의 인수 시도가 성사됐다면 글로벌 AI 생태계에 큰 지각변동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메타가 협상 테이블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딜은 첫발조차 떼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오픈AI·메타·xAI의 3자 경쟁 구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머스크의 ‘가짜 인수 제안’이 소송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샴(sham) 입찰’은 경쟁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투자자를 혼란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된 조건을 내세우는 행위를 뜻한다. 미국 증권법은 이러한 행위를 ‘시장 교란’으로 간주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향후 배심원단은 머스크 측 제안이 실체 있는 인수 시도였는지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이번 쟁점은 단순한 기업 간 인수전을 넘어, 생성형 AI 지배권을 둘러싼 거대 기술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픈AI와 메타는 각각 ChatGPTLlama 계열 모델을 통해 AI 생태계 영향력을 키우는 중이며, 머스크의 xAI 역시 ‘Grok’이라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공개해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아울러 규제 리스크도 더해졌다. 미국 의회와 유럽연합(EU)은 AI 기업 간 합종연횡이 사용자 개인정보·콘텐츠 안전성·시장의 독점 구조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오픈AI를 인수하려 했다면 미·EU 양대 규제 당국의 심층 심사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법정 공방은 AI 패권 경쟁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머스크·저커버그·샘 올트먼이라는 거물들이 맞부딪치는 과정에서 기술 혁신·규제·자본이 어떻게 얽히고설킬지, 2026년 배심원 재판 결과가 글로벌 AI 시장의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