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보락’, 가정용 로봇 가격 혁신 예고…수백 달러 시대로

BEIJING— 청소용 가정 로봇이 머지않아 대중의 손에 닿을 만한 가격으로 내려올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로봇청소기 업체 로보락(Roborock)이 앞으로 5년간 펼칠 전략의 핵심이 바로 가격 혁신이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2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로보락의 관강(Quan Gang) 사장은 “2030년이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간형 로봇이 다수 가정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로보락이 올해 출시한 AI 로봇팔 탑재 청소기 ‘Saros Z70’을 불과 수백 달러 수준으로 낮춰 대량 보급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IDC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로보락은 전 세계 스마트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1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실적에서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9% 급증했으며, 그중 약 절반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했다. 로봇올림픽 이미지


가격 인하가 절실한 이유

관 사장은 “프리미엄 제품만 고집한다면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 외에는 남는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로봇청소기의 가정 보급률은 아직 낮다.

유로모니터(Euromonitor)는 2025년 기준 중국의 로봇청소기 보급률을 5.6%, 미국을 22%로 추정

했으며, 2년 후에는 미국이 24.1%로 소폭 상승, 중국은 5.5%로 미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1월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는 로보락을 비롯해 최소 두 개의 중국 기업이 로봇팔 결합 청소기를 시연해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 로봇팔은 청소 경로의 장애물을 자동으로 치우는 역할을 한다.

현재 제품과 초기 평가

로보락만이 실제 판매를 시작한 모델 ‘Saros Z70’미국 아마존 판매가는 약 2,600달러다. 아마존 사이트에는 리뷰 141건, 평점 4.6점이 게재돼 있다. 미국 테크 매체 MashableWired는 가격 대비 성능에 아쉬움을 표하며, 전통적 모델인 ‘Saros 10R’(1,600달러)을 추천했다.

유로모니터의 진류(Jin Liu)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첨단 기술과 대중적 가격대를 잇는 제품을 개발해 시장 확산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 장벽, 관세와 공급망

로보락은 “미국 관세 때문에 Saros Z70의 가격을 1,899달러에서 700달러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베트남 협력업체와 손잡고 북미 주문을 전량 처리하고 있으며, 향후 자체 공장 설립보다는 글로벌 공급망 파트너십 확충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로보락은 조달 자금을 해외 시장 확대에 투입할 방침이다. 진출 분야도 청소기를 넘어선다는 설명이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

회사는 2025년 상반기에 연구·개발(R&D) 비용을 두 배 이상 늘리며 손실폭이 확대됐다. 관 사장은 올해에만 AI 전문가 약 2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 인력 중 상당수가 해외 학위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로보락은 2014년 창립 직후 상하이에 AI 연구소, 선전에 연구원을 설립해 데이터·알고리즘 고도화에 투자해 왔다. 관 사장은 “로봇팔의 원가 절감과 성능 개선하드웨어보다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관건”이라며, 고가의 엔비디아(Nvidia) 칩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말했다.


‘앱 스토어’식 플랫폼 구상

관 사장은 AI의 비중이 커질수록 로보락이 축적한 ‘청소 데이터 베이스’가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로봇이 청소를 하려면 로보락이 다년간 축적한 지식·모델·데이터·학습 결과를 통합해야 한다”며, 이를 ‘앱’처럼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가정용 휴머노이드가 테슬라든, 유니트리든 어느 회사 제품이든 청소 영역만큼은 로보락의 데이터에 의존하게 될 것”

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모건스탠리2050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5조 달러, 이 중 중국이 8,000억 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자동화협회(A3)의 제프 번스타인(Jeff Burnstein) 회장은 “로봇청소기는 가정에서 성공한 유일한 로봇”이라며, 휴머노이드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가격 대비 확실한 가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대의 휴머노이드가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야 진정한 차별화가 될 것”이라며, 기술 완성도는 아직 부족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면 단일 다기능 로봇이 가정 로봇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용어 설명

1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IT·가전 시장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기관이다. 여기서 말하는 ‘점유율 1위’란 출하량과 판매액을 모두 고려한 계산 결과를 의미한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기술로, 최근 로봇의 인지·판단 능력을 향상시키는 핵심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