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환경·사회·지배구조(ESG) 친화적 금융 서비스를 표방해온 핀테크 스타트업 애스퍼레이션 파트너스(Aspiration Partners Inc.)의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 멤버였던 조지프 샌버그(Joseph Sanberg)가 투자자와 대출기관을 상대로 한 2억4,800만 달러(약 3,320억 원) 규모의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2025년 8월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샌버그는 미 연방검찰(법무부)과의 협상 끝에 전신(前身) 기업명이 ‘Aspiration Partners Inc.’였던 해당 핀테크 회사와 관련해 전자통신 사기(wire fraud) 2건에 대해 유죄를 받아들였다.
“피고인은 각 혐의당 최대 20년, 총 40년의 실형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미 법무부 성명 중
법무부는 공식 성명에서 이렇게 밝히며, 샌버그가 자발적으로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예상 형량 산정 및 추징·배상 절차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헐리우드 스타들이 지지한 ‘친환경 뱅킹’의 추락
애스퍼레이션은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 상쇄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워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스타 파워’가 결합된 대표적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 사례로 꼽혔다. 회사 측은 “고객들이 카드 한 장만 써도 탄소를 심는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이번 사기 사건은 그 친환경 이미지를 근본부터 흔들었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클라우드 기술 등을 통해 전통 금융기관보다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가리킨다. 그러나 규제 공백과 거버넌스 취약성이 종종 지적돼 왔으며, 이번 사건은 그러한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된 대표 사례로 해석된다.
‘전자통신 사기’란 무엇인가?
전자통신 사기(미국 형법 18 U.S.C. §1343)는 전화·인터넷·팩스 등 통신 수단을 이용해 금전·재산적 이익을 편취하거나 획득하려는 사기 행위를 말한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막대한 벌금, 손해배상 명령까지 병과될 수 있다. 특히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는 투자유치 과정에서 허위 재무정보를 제공하거나 대출 한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범죄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법무부 공소장에 따르면, 샌버그는 투자자·대출기관에게 허위·과장된 자료를 제출해 회사의 자본·수익·현금흐름을 실제보다 부풀렸으며, 이를 바탕으로 2억4,800만 달러를 끌어모았다. 사기금액 산정에는 직·간접 피해뿐 아니라 기회비용 손실도 포함됐다.
시장·투자자에게 던지는 신호
이번 사건은 ESG·임팩트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이 ‘선한 의도’와 ‘친환경 명분’만으로 투자유치에 성공했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며 “투명한 지배구조와 실적 검증이 필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샌버그가 법정에서 공모를 인정함에 따라 애스퍼레이션은 추가 민사소송과 집단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 상장(IPO) 계획은 없었지만, 이번 사건이 핀테크 업계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촉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사를 후원했던 유명 인사들 역시 명예 훼손 리스크에 노출됐다. 다만 로이터는 “배우 두 사람은 해당 사기 행위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명시했다.
향후 절차 및 전망
형량 선고는 통상 유죄 인정 이후 수개월 내 열리는 공판에서 확정된다. 검찰은 피해액 규모, 피고인의 책임 정도, 피해회복 노력 등을 고려해 연방 양형기준에 따라 의견을 제출한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실형·집행유예·벌금·몰수·의무적 배상 등을 결정한다.
시장 관점에서 이번 사건은 스타트업 거품과 후속 자금조달 경색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특히 ESG 분야는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 논란에서 한층 강화된 회계·정보 공시 요구를 맞닥뜨릴 전망이다.
로이터 외에도 다수 미국 경제 전문지들은 “투자자들은 실제 탄소 저감 효과와 투명한 회계를 갖춘 기업만을 선별하는 ‘옐로카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코멘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경제학과의 리사 골드만 교수는 “‘선한 의도’를 앞세운 스타트업이라도 견고한 내부통제 없이는 시장이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은 핀테크·ESG 시장 전반에 위험 감수 성향 재조정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본 사안과 별개로 추가적인 민사 제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혀, 규제기관 간 공조 수사가 예상된다.
향후 판결 결과는 핀테크 규제 정책 및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 논의에 직접적인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