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미국 연방대법원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국보건연구원(NIH)의 소수 인종 및 성소수자(LGBT) 관련 연구에 지원해오던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도록 허용했다.
2025년 8월 2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보스턴 소재 연방법원(윌리엄 영 판사)이 6월에 내렸던 “보조금 중단은 연방법 위반” 결정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수행을 우선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DoJ)가 요청한 “즉시 집행정지 해제” 신청이 받아들여졌으며, 연구자 16개 주 정부가 제기한 본안 소송이 하급심에서 계속 진행되는 동안에도 보조금 삭감은 곧바로 적용된다.
주요 결정 내용 및 배경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다양성·형평성·포용(DEI) 프로그램과 트랜스젠더 인권 정책을 대대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번 NIH 보조금 중단은 그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소수 집단에 대한 특혜적 연구 지원은 불필요한 예산 낭비”
라는 행정부 설명이 반영됐다.
DEI·LGBT 관련 용어 설명
DEI는 Diversity, Equity, Inclusion의 약자로 다양성·형평성·포용을 의미한다. 미국 대학·기업·공공기관은 이 개념에 따라 인종·성별·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을 줄이고자 별도 예산을 투입해왔다. 또한 LGBT는 레즈비언(Lesbian)·게이(Gay)·양성애자(Bisexual)·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약어로, 성소수자 전체를 포괄하는 표현이다.
법적 쟁점
6월 보스턴 연방법원은 행정절차법(APA)을 근거로 “행정부가 사전 예고·의견수렴 없이 보조금을 중단해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에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현 단계에서는 정부 손을 들어주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단심 결정을 내렸다.주: 대법원은 본안 판단이 아니라 임시 조처 여부만을 결정했다.
하급심에서는 연구자 단체와 16개 주—캘리포니아·뉴욕·매사추세츠 등—가 “보조금 삭감은 학문적 자유와 공중보건을 훼손한다”며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영 판사는 50여 쪽 분량의 결정문에서 “소수 집단 건강 연구는 질병 예방과 치료법 개발의 필수 요소”라고 밝혔으나, 그 효력은 당분간 정지된 상태다.
연구·보건계 파장
NIH는 연간 약 450억 달러 규모 예산으로 6만 건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이번 삭감으로 영향권에 들어가는 인종적·성적 소수자 관련 프로젝트는 약 2,100건으로 추산된다.NIH 내부 통계.
하버드 의대의 한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적 근거보다 정치적 계산에 치우친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단체 “헤리티지 파운데이션”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공정한 연구 자금 배분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적 의미와 향후 전망
연방대법원이 6 대 3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된 뒤, 행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판단을 잇달아 내리는 모양새다. 이번 사례는 대법원이 사회·문화 현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 법원’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안 소송은 2026년 상반기까지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때까지 DEI 및 LGBT 연구는 장기적 재정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진단
경제학자들은 NIH 보조금이 생명과학 스타트업 투자, 대학 연구 인프라, 지역 일자리에 파급효과를 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삭감으로 창업·고용 생태계가 위축될 경우 지역경제 성장률이 0.2~0.3%p 하락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비공개 연구 메모.
반면 정부 측은 “예산 절감으로 확보된 재원을 감염병 대응 등 ‘국가적 우선순위’에 재투자할 계획”이라며 재정 건전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결론
이번 결정은 과학 연구의 사회적 가치와 정치적 이념 충돌이 대법원에서 맞부딪친 대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소송 당사자들은 “최종 판결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으며, 향후 차기 행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방대법원의 이번 조치는 그 자체로 법적 선례가 되면서, 향후 다른 연방 보조금 사업과 DEI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공중보건과 학술 생태계가 새로운 전환점에 놓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