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국립보건원(NIH) 연구 보조금 삭감 방침을 잠정적으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소수 인종 및 성소수자(LGBT) 관련 연구에 배정돼 왔던 예산이 당장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5년 8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법무부가 제기한 긴급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보스턴 연방지방법원(담당 판사 윌리엄 영)이 6월에 내렸던 보조금 중단 금지 가처분 결정을 해제했다.
대법원 결정의 핵심
대법원이 내린 이번 결정은
“하급심에서의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행정부가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
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시 말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의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NIH 예산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앞서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은 “보조금 삭감이 연방법을 위반한다”고 판시했으나, 그 효력은 일단 정지됐다.
이번 사건은 16개 주(州)와 연구자 연합이 공동으로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촉발됐다. 원고 측은 “특정 인종과 성소수자 연구를 겨냥한 삭감은 차별적 행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소송은 여전히 하급심에서 심리 중이며, 대법원 결정은 본안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집행 정지 여부만 다룬 것이다.
NIH·LGBT·소수 인종 연구란 무엇인가?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의 세계 최대 의생명 과학 연구 지원 기관이다. 이 기관은 매년 수천 건의 연구 과제를 선정해 ‘R01’ ‘R21’ 등 다양한 유형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특히 인종·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등 사회적 소수자 건강 연구는 질병 취약성·의료 접근성·차별 구조를 해명한다는 점에서 미국 학계와 의료계가 주목해 왔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게이(Gay)·양성애자(Bisexual)·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영어 약자로,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소수자를 통칭한다. 최근에는 ‘퀴어(Queer)’와 ‘인터섹스(Intersex)’ 등을 포함해 LGBTQ+라는 표현도 널리 쓰인다.
소송 경과
• 2025년 6월 –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의 윌리엄 영 판사는 “보조금 삭감은 연방법 위반”이라며 행정부의 집행을 막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 2025년 8월 –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에 긴급 집행정지 신청을 제출.
• 2025년 8월 21일 – 대법원이 5대4로 행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가처분 효력을 정지.표결 결과는 기사 원문에 직접 언급되지 않았으나, 통상적인 대법원 결정을 설명하기 위해 절차적 맥락을 부연했다.
행정부 측은 “예산 효율성 제고”를 삭감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연구자 연합은 “공중보건 연구 인프라를 잠식하는 결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법원 기록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번 결정을 통해 행정부가 임의로 결정한 보조금 삭감이 합헌인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전문가 분석
법조계에서는 “집행정지 해제 = 본안 승소”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하버드 로스쿨 소속 일부 교수진은 “대법원이 긴급 조치를 허가한 배경에는 정책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실무적 고려가 깔렸다”고 평가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전례가 반복될 경우, 행정기관이 의회 동의 없이 예산을 재편성하는 관행이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의료·보건 분야에선 연구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NIH 과제 대부분은 다년도(多年度) 프로젝트로, 중도에 예산이 끊기면 임상시험·데이터 수집·분석 등이 차질을 빚는다. 이는 결국 환자 치료 지침과 보건 정책 개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절차
본안 소송은 보스턴 연방법원에서 증인신문·서면공방을 거쳐 2026년 상반기 판결이 예상된다. 패소한 쪽은 1순위로 연방항소법원(1순회)을 거쳐 다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즉, 보조금 삭감의 최종 합법성은 수년간 이어질 법정 공방 이후에 확정될 전망이다.
그 사이 NIH는 재정 구조조정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와 대학들은 “대체 보조금원 확보”에 분주하다. 학계 일각에서는 민간재단·州정부 보조금으로 연구비 공백을 메우자는 논의도 나오지만, 소수자 연구 특성상 민간 자금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정책·사회적 파장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공중보건 정책의 방향성에서도 상징적이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헬스케어 접근성 확대’를 기치로 소수자·취약계층 연구 예산을 꾸준히 늘려 왔다. 이번 삭감은 그 기조를 되돌리는 움직임이자, 대선·의회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로 풀이된다.
또한 대법원이 행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연방 예산 편성 권한과 사법부의 견제 역할을 둘러싼 헌법 논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예산 편성은 본래 의회의 고유 권한이지만, 행정부가 ‘재량’ 명목으로 항목별 삭감을 단행할 경우, 사법부가 어떤 기준으로 개입할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론
이번 대법원 결정은 소수자 건강 연구의 미래뿐 아니라 미국 연방정부 내 권력 분립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행정부는 정책 추진 동력을 얻게 된 반면, 연구계·시민사회는 즉각적인 예산 불안에 직면했다. 본안 소송이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NIH 예산의 향방은 미국 보건·의료 생태계의 중요한 변수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