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의 선행지표 기능이 희미해졌다…‘S&P 495’가 더 정확한 시그널일 수 있다

뉴욕 월가에서 나스닥 대형 기술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나머지 종목들은 전혀 다른 경로를 걷고 있다. S&P500 전체만 보면 올해 증시는 강세장처럼 비치지만, 시가총액 상위 ‘빅7’을 제외한 이른바 ‘S&P 495’로 시야를 좁히면 경기 둔화 우려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8월 22일, CNBC 뉴스가 전한 바에 따르면,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메타 플랫폼스 등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 열풍이 인공지능(AI) 테마를 타고 확산되면서 S&P500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지수 내 시가총액 집중도를 심화시키고, 그 결과 S&P500이 전통적으로 수행해온 ‘경기 선행지표’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투자자와 전략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AI 테마의 총아인 다섯 개 대형 기술주만 집중해서는 증시를 경제 활동의 거울로 삼을 수 없다.”

Art Hogan(비 라일리 웰스 수석시장전략가)는 “동일가중 S&P500이나 ‘S&P 495’의 흐름을 보면 미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1. 시가총액 상위 7개 종목의 영향력

현재 S&P500 시가총액의 약 33%는 단 7개 기업에 집중돼 있다. 지수는 올해 들어 8% 이상 상승한 반면, 빅7은 평균 14%·중간값 20% 넘게 뛰었다. 나머지 493개 종목의 상승률은 평균·중간값 모두 5%대에 불과하다.

이처럼 극심한 양극화는 지수가 본연의 ‘디스카운팅 메커니즘(Discounting Mechanism)’—미래 수익과 경제 전망을 선반영하는 기능—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더 Bobby Molavi는 “시장 전체가 사실상 5개 종목, 3개 테마(인공지능·은행·방위산업), 1개 팩터(모멘텀)로 압축됐다”고 진단했다.


2. 경기 민감 섹터 vs. 기술주

월마트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 부담이 늘었다며 시장 기대를 하회했고, 타깃 역시 같은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두 기업 모두 수입 의존도가 높아 관세 정책 변화에 취약하다.

시장의 내부지표도 밝지 않다. S&P500 구성 종목 다수가 5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 머물러 있다. Hogan 전략가는 “단기 모멘텀 관점에서 보면, 기술주에 가려진 내부 약세가 경기 전망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3. ‘선행지표’로서의 S&P495

컨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는 10대 경기선행지수(LEI)에 S&P500를 포함한다. 그러나 변질된 지수 구조 탓에 투자자들은 동일가중 지수(RSP)나 ‘S&P495’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달 들어 RSP 하락률은 불과 0.1%로, 시가총액 가중 지수의 1%대 낙폭을 크게 상회한다. 보건·에너지·부동산 등 올해 부진했던 섹터가 이번 주 상대적 강세를 보였고, 러셀2000 소형주 지수도 8월 들어 2.5% 상승해 S&P500(<1%)을 앞질렀다.


4. ‘부(富) 효과’와 경기 연착륙 논쟁

리서치업체 루솟 그룹의 투자책임자 Doug Ramsey는 “주식시장은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s)을 자극해 소비와 투자를 확대시키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제공함으로써 경기 유지에 기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개월간 주가 급반등이 없었다면 약한 경제지표만으로도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자 해설: ‘부의 효과’란 주가 상승으로 가계 자산이 늘어나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중앙은행 정책이나 정부 재정과 별개로 실물경제를 떠받치는 심리적·금융적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집중도는 거품 붕괴 시 수천억 달러의 부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 된다.


5. 용어 설명

Leading Economic Index(LEI): 미국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10개 선행지표 합성지수다. 주가, 제조업 신규주문, 소비자 기대심리 등 미래 6~9개월 내 경기 방향을 가늠한다.
Discounting Mechanism: 증시가 기업이익과 거시 변수의 변화를 미리 가격에 반영해 ‘앞서서 평가(Discount)’한다는 이론적 기능을 뜻한다.

동일가중 ETF(RSP): S&P500을 종목당 0.2% 비중으로 동일하게 담은 상장지수펀드. 시가총액 상위주 편중을 해소해 시장 내부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6. 향후 관전 포인트 및 기자 의견

먼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가장 큰 변수다. 고금리 환경에서 타격을 입은 레버리지(부채 의존) 기업은 정책 완화와 동시에 투자·채무 재조정 여력이 생겨 지수 내 ‘495개’ 종목의 반등 폭을 키울 수 있다. 둘째, AI 열풍이 일시적 테마 장세로 귀결될지, 실질적 생산성 향상으로 귀착될지에 따라 빅테크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불가피하다.

기자는 S&P495의 흐름이 인플레이션 둔화·금리 피크아웃과 맞물려 내년 경기 ‘연착륙’ 또는 ‘소프트 패치’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잣대가 될 것으로 본다. 만약 소형·중형주가 향후 1~2분기 내 괄목할 만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현재의 ‘AI 주도 상승장’은 투자심리 한계를 드러내며 지수 차별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