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주·글로벌 공급망·투자전략까지 바꿀 ‘관세의 일상화’
미국 증시가 다시 한 번 보호무역이라는 이름의 구조적 지진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재취임 후 단행한 추가 관세는 이미 2018~2020년 1차 무역전쟁을 능가하는 범위와 강도를 보이고 있다. 평균 관세율은 15.2%로, 1940년대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무엇보다 이번 관세는 ‘일시적 압박 카드’가 아니라 ‘국가 상시 정책’으로 제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막대하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이상—정확히는 트럼프 2기 첫任기 전체—관세가 미국 기업·주식시장·글로벌 공급망·투자전략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다층적으로 짚는다.
1. 관세 패러다임이 ‘솔로몬 왕칼’에서 ‘상시 안전벨트’로 전환되다
트럼프 1기(2017~2021년) 관세는 분명 공격적이었지만, 기본적으로 협상용 무기였다. 그러나 2기 관세안은 ‘국가 안전·산업안보 상비책’을 표방한다. 미 무역확장법 232조·1974년 무역법 301조가 모두 관세율 연례 갱신을 허용하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는 이를 “세제와 유사한 반(半)영구 과세 체계”로 정의한다. 즉 관세는 더 이상 협상 종료로 자동 소멸되지 않는다.
- 2018~2020년 : 평균 관세율 8.6%, 세율 조정 빈도 3개월 단위
- 2025~현재 : 평균 관세율 15.2%, 세율 재검토 주기 1년 단위
연간 1,600억 달러로 추산되는 관세 수입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국방증액 재원을 일부 충당한다. 이처럼 재정계정에 반영된 관세는 정치적 폐지 비용까지 높인다.
2. 대형주 vs. 소형주—규모의 경제가 만드는 ‘승자 독식’ 지형
2-1. 대형주의 협상력·CAPEX 여력
대기업은 ①글로벌 조달망 다변화, ②정부 로비 네트워크, ③대규모 현금흐름을 무기로 관세 충격을 최소화한다. 애플이 1,000억 달러 미국 투자계획을 제시해 iPhone 핵심부품 97종을 면제받은 사례, 엔비디아·AMD가 중국 수출 허가를 조건부 확보하며 “중국 매출 15% 로열티”로 거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항목 | 대형주(시총 ≥ 200억달러) | 소형주(러셀2000 구성) |
---|---|---|
평균 해외매출 비중 | 46% | 19% |
해외 생산거점 수 | 12.1개 | 2.3개 |
로비지출/매출 비중 | 0.18% | 0.02% |
현금및현금성/총자산 | 14.7% | 5.2% |
따라서 장기적으로 관세 환경이 고착화될수록 대형주의 상대가치는 재평가(멀티플 리레이팅)된다.
2-2. 소형주의 삼중고 : 비용 전가·대체투자·자금조달
- 매출원가 급등 — 중국·멕시코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지만 로비·면제 창구가 좁다.
- 가격전가 한계 — 대기업과의 브랜드·규모 경쟁에서 가격결정력 부족.
- 고금리 조달 부담 — 관세수지 악화 → 국채증가 → 금리상승 → 중소기업 차입비용↑
결국 관세 상시화는 ‘규모의 역설’을 강화하며, 러셀2000 대비 S&P500 초과수익률 확대 구간이 2026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3. 공급망 리셋—“차이나플러스원”에서 “지오메트릭 멀티허브”로
대기업들의 응답은 단순 탈중국을 넘어 ‘다각 라우팅(거점의 다중화 + 모듈화)’로 진화한다. 예시를 들면 :
- 애플 : 베트남·인도 → 동시에 텍사스 오스틴·애리조나 칩 패키징 라인 신설
- 월마트 : 멕시코 마킬라도라 → 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의류 OEM 25% 확대
- GM : 북미 ‘FOCUS hub’ 전략—미시간 엔진·켄터키 배터리·멕시코 조립을 하나의 관세 최적화 체계로 재배치
이 과정에서 반도체 장비, 물류·창고 자동화, 공장 IT(OT) 보안 같은 산업이 중장기 수혜 섹터로 부상한다.
4. 거시 변수 : 관세 + 高금리 + 高재정적자 트리플 미스매치
4-1. 인플레이션 경로 재상승
경제분석국(BEA)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관세율 15% 고착 시, 2026년 PCE 디플레이터는 기본 시나리오 대비 0.45%p 높아진다. 이는 연준의 2% 목표 달성을 3~4분기 지연시켜 실효금리(r*) 상승 압력을 동반한다.
4-2. 재정·채권시장 파급
관세 수입(약 1,600억 달러/년)은 감세법(‘Tax Cuts Forever’)으로 인한 연평균 3,300억 달러 세수 감소를 상쇄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10년물 국채 발행 확대 → 장기금리 상방 고착 → 성장주 DCF(할인현금흐름) 밸류에이션은 부담. 그러나 대형주는 자사주 매입·높은 마진으로 금리 리스크를 흡수할 여지가 있다.
5. 투자전략 로드맵 : “BIG & BOUNDARY-LIGHT”
이중석 필자는 다음 5단계 포트폴리오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 Core : 미국 초대형주 — AI·클라우드·헬스케어·소비 Staples 중 관세 탄력성이 높은 기업.
- 예: MSFT, AAPL, UNH, COST
- Buffer : 北美 인프라·에너지 허브 — 관세로 상승할 제조·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대응.
- 예: ET, ENB, CCI, AMT
- Satellites : 중국외 아시아 OEM — 베트남·인도 상장 수혜주 + 한국·대만 장비주.
- 예: VNM ETF, TSMC, 삼성전자, ASML
- Hedge : 미 장단기금리 스티프너 — 10y T-Note 매도 + 2y 매수, 혹은 FRA-OIS 스프레드 확대 베팅
- Optional : 달러 강세 역이익 — 글로벌 ETF 환헤지(H-class) 또는 달러 인버스ETF 비중 축소
이 전략은 관세-발 인플레 + 금리 고착 + 대형주 초과수익이라는 3대 전제를 깔고 움직인다.
6. 정책·규제 모니터링 체크리스트
월 | 이벤트 | 잠재 영향 |
---|---|---|
9월 | FOMC 금리 결정 | 인하 연기 시 밸류에이션 재압축 |
10월 | 백악관 관세 연례 보고서 | 품목별 추가 인상 여부—소형주 추가 타격 |
11월 | G20 정상회의 | 동맹국 ‘맞춤형 면제’ 발표 가능성 |
’26 1Q | 의회 중간평가 보고 (감세 vs 관세 재원) | 적자 확대 시 국채 발행→금리상승 |
7. 결론—“관세 상시화는 결국 대형주의 장기 승자 시나리오”
관세가 미국 주식시장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경우, 대형·다국적 기업의 구조적 우위가 도드라지는 반면 소형주의 상대적 수익률은 장기간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는 증시 내부 순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정책 구조 변화에 맞는 자산배분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AI·에너지·인프라·클라우드 등 정책 보호막과 수요 구조 변화를 함께 품은 영역이 실제 3~5년 초과 수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반면 공급망 재편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여력이 부족한 기업, 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레버리지가 높은 중소기업은 가치 함정(value trap)이 될 위험이 커진다.
이중석은 끝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관세 시대의 승부처는 ‘규모·현금·정책 수혜’다. 규모가 작다면 공급망 혁신이나 틈새기술로, 현금이 없으면 전략적 제휴로, 정책 수혜가 없다면 ESG·친환경·지역 일자리 창출 같은 정책 연계 스토리로 무장해야 한다. 다가올 12개월은 그 생존력을 증명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