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인더스트리얼 파트너스(American Industrial Partners, 이하 AIP)가 인터내셔널 페이퍼(International Paper, NYSE: IP)의 글로벌 셀룰로스 섬유(Global Cellulose Fibers, 이하 GCF) 사업부 전체를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회사 측이 밝혔다. 이번 거래는 2025년 4분기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사모펀드 운용사인 AIP가 자사 계열사를 통해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구조 재편을 가속화할 대형 딜로 평가된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정확한 거래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GCF가 2024 회계연도에 약 25억 달러(한화 약 3조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만큼, 수조 원대의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AIP는 성명을 통해 “
GCF의 고품질 흡수성 펄프 기술과 세계적인 생산·공급망은 헬스케어 및 개인위생 산업 전반에서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운용사답게 AIP는 제조 기업의 전통 자산을 디지털·친환경 경영 체계와 결합해 실적과 가치를 극대화해온 전력이 있으며, 이번 인수 역시 동일한 맥락으로 진행된다.
GCF 사업부 핵심 현황
GCF는 흡수성 플러프 펄프(absorbent fluff pulp)를 생산한다. 플러프 펄프는 여성 위생용품·성인 요실금 패드·영아용 기저귀 등에서 체액을 빠르게 흡수해 고체 형태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핵심 소재다. GCF는 미국 앨라바마·플로리다·사우스캐롤라이나, 캐나다 퀘벡, 폴란드 스타소바 등 총 6곳의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직원 수는 약 3,300명이다.
전 세계 개인위생용품 시장은 고령화·신흥시장 인구 증가·소득수준 향상에 힘입어 연평균 5~7%의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흡수성 소재 부문은 친환경·생분해성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품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다. AIP는 GCF가 오래전부터 축적해온 장섬유·단섬유 배합 기술과 저잔류 화학 공정을 활용해 신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수 배경과 전망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최근 2년간 포트폴리오 단순화를 위해 판지·포장재 중심의 핵심 사업에 집중해 왔다. 그 일환으로 GCF 매각을 추진해 왔으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가 래퍼런스 밸류를 제시했다는 업계 후문이다. AIP가 최종 낙점된 것은 투자 매력도와 생산 설비 현대화 계획을 동시에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Smithers는 “2028년 전 세계 흡수성 펄프 수요가 연간 900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3년 대비 약 25% 증가한 수치다. AIP는 이러한 성장세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GCF의 현재 10억 톤 규모 설비를 5년 내 30% 증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문가 시각
“전통 제조업과 사모 자본의 결합”이라는 관점에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딜을 2019년 AIP의 퍼시픽 앤 지펠(Pacific & Zephyr) 인수와 비교한다. 당시 AIP는 낙후된 항공기 부품 공장을 디지털화해 영업이익률 8%p 개선이라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따라서 GCF 또한 원가 절감·제품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마진 레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는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수자원 사용량이 큰 펄프 산업 특성상, 탄소배출·폐수 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AIP는 “2028년까지 생산 공정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고, 물 사용량을 2019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구체적 이행 로드맵을 제시하며 투자자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플러프 펄프란 무엇인가?
플러프 펄프(fluff pulp)는 길이가 긴 북유럽 침엽수 섬유를 화학 공정으로 가공한 뒤, 표면적을 극대화해 수분 흡수율을 높인 소재다. 1g당 최대 10~12g의 액체를 흡수하며, 가볍고 배수가 빨라 기저귀, 생리대, 의료용 패드, 애완동물 위생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최근에는 생분해성·친환경 인증 소재로 전환이 진행되고 있어, 규제 강화 국면에서도 성장 모멘텀이 견조하다는 평가다.
향후 일정
향후 AIP와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각국 공정거래위원회 및 환경 규제 당국으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2025년 10~12월 사이 클로징이 가능하다. AIP는 거래 종결 직후 사명을 GCF Holdings로 변경하고, 현 경영진을 상당 부분 유임해 연속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내셔널 페이퍼 측은 “GCF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패키징·재생섬유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주당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파급효과
이번 거래는 글로벌 펄프·제지 업계 M&A 트렌드가 전통 펄프에서 포장재·친환경 비목재 소재로 이동하는 구체적 사례로 주목받는다. 특히, 북미·유럽·아시아 제조사들이 전략적 제휴·지분 교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는 “전방 소비재 기업(기저귀·위생용품 제조사)의 수급 전략에도 영향을 미쳐, 장기 공급 계약 체결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결론
결국 AIP의 GCF 인수는 친환경·고부가가치 소재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진 행보로 풀이된다. 개인위생·의료 분야 수요 확대, ESG 규제, 설비 현대화라는 세 가지 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글로벌 펄프 산업의 권역별 재편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인수 절차와 설비 증설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GCF는 2030년 세계 흡수성 펄프 시장 점유율 15% 달성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