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역사적 스트리밍 서비스 출범…그러나 가입자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

CNBC Sport 원문 번역

미국 스포츠·미디어 산업의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받는 ESPN의 통합 스트리밍 서비스가 8월 21일(현지시간) 공식 출시됐다. 이번 출시로 소비자는 미국 케이블 TV 묶음(이하 ‘페이 TV 번들’)에 가입하지 않아도 ESPN 프로그램을 단독으로 시청할 수 있다. ESPN은 이날을 ‘National ESPN App Day’라 명명하며 새로운 시대를 선포했다.

2025년 8월 2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서비스는 월 29.99달러도입가로 제공된다. 가입자는 1년간 디즈니+훌루(Hulu)의 광고 지원 버전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ESPN 측은 “케이블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든 ESPN 전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신규 기능도 대폭 강화됐다. 화면 주변 탭에는 사용자가 참여 중인 ESPN 판타지리그의 실시간 선수·팀 통계와 ESPN Bet*1 베팅 정보를 연동해 보여준다. 온라인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된 주(州)의 이용자는 경기 시청과 동시에 베팅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분석: “역사적”이지만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

시장 조사기관과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출시가 상징적으로는 거대하지만, 단기 수익·가입자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라이트셰드(LightShed)의 리치 그린필드 애널리스트는 “2025년 말 가입자 200만 명에 그칠 것”이라 내다봤다. 울프리서치의 피터 수피노는 “올해 175만 명, 2026년 말 300만 명”을 예상했다.

이는 기존 ESPN+ 가입자 2,400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케이블로 ESPN 채널을 이미 시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이들에게 추가 요금 없이 새 앱 인증 권한을 부여해 “케이블 번들을 유지하도록 유도”한다.

“우리는 소비자가 ‘코드를 자를’(Cord-cutting) 동기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찌감치 인식했다.” — 지미 피타로 ESPN 사장

따라서 ESPN+는 ‘ESPN 셀렉트’로 격하되며, 브랜드는 점차 사라진다. 케이블 인증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ESPN+ 단독 가입자는 해지 가능성이 높아져 순감 가입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매출 전망과 전략적 의도

모펫네이선슨(MoffettNathanson)은 올초 “첫해 3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전망했으나, 이후 WWE 프리미엄 라이브 이벤트(PLE) 편입·폭스 스포츠(FOX One)와의 39.99달러 번들 발표 등 변수가 생겼다. 루프캐피털은 “스포츠 스트리밍 전환은 2회초(Second inning) 단계이며, ESPN 신사업은 56억~6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평가했다.

케이블 사업자와의 인증 연동 협상도 속도를 낸다. 현재 챠터, 다이렉트TV, 버라이즌 Fios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안에 컴캐스트·콕스·유튜브TV와도 갱신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는 “앱 무료 인증”을 제공해 줄 ‘당근’이 필요한 케이블사와 ESPN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ESPN은 월 29.99달러라는 상당한 가격을 책정해, 신규 코드커터·코드네버(애초 케이블 가입 경험이 없는 세대)의 대규모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는 “케이블을 지키며 스트리밍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절충으로 해석된다.


MLB 중계권 협상…새 번들의 핵심 퍼즐

CNBC 보도에 따르면 ESPN은 MLB.TV(리그 공식 ‘타지역 경기 패스’)를 ‘인수’가 아닌 ‘라이선스’ 방식으로 확보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또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콜로라도 로키스·미네소타 트윈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5개 구단의 지역 중계권에도 관심을 보인다.

추가로 ESPN은 일요일 밤 경기권을 NBC에 넘기고, 대신 평일 중반(화·수·목) 전국 생중계 패키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MLB와 논의 중이다. NBC는 일요일 경기와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스트리밍 서비스 Peacock으로 독점 중계할 방침이다.


스포츠 용어·서비스 설명*2

*1 ESPN Bet: ESPN이 펜 인터랙티브와 제휴해 운영하는 온라인 스포츠베팅 플랫폼. 현재 미국 20여개 주에서 합법적으로 서비스된다.
*2 타지역(out-of-market) 경기: 거주 지역이 아닌 팀의 경기를 뜻하며, 현지 케이블·지상파 중계가 불가한 시청자를 겨냥한다.


기자 해설: 왜 ‘역사적’인데도 조심스러운가

ESPN은 세계 최대 스포츠 네트워크로서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케이블 수신료로 벌어들인다. 디즈니가 스트리밍 후발주자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시청 행태가 모바일·OTT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스트리밍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다만 ESPN은 넷플릭스·디즈니+처럼 “폭발적 가입자 유치”보다, 케이블 기반 고이익 모델을 지키며 소비자 선택권을 확장하는 ‘단계적 이중모델’ 전략을 택했다. 월 29.99달러라는 가격 설정과 케이블 인증 무료 제공은 이 같은 계산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1) 케이블 이탈 속도를 늦추고, (2) 고가 스트리밍 요금제에 ‘충성 고객’을 유치하며, (3) WWE·MLB 같은 프리미엄 라이브 스포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향후 2~3년은 ESPN이 ‘케이블-스트리밍 공존’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