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10 공개행사의 진짜 주인공은 하드웨어가 아닌 전략적 AI였다

브루클린(미국 뉴욕주)=알파벳 산하 구글이 야심 차게 선보인 픽셀10(Pixel 10) 시리즈는 단순한 스마트폰 발표가 아니었다. 이번 행사에서 구글은 제미니(Gemini)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소비자용 AI 시장에서 OpenAI·Perplexity 등 경쟁사에 맞설 전략적 무기를 공개했다.

2025년 8월 2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브루클린에서 열린 ‘Made by Google’ 행사에서 픽셀10·픽셀10 프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무게 중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능에 있었다. 특히 제미니 기반 기능으로 소개된 ‘매직 큐(Magic Cue)’, ‘카메라 코치(Camera Coach)’, 실시간 통화 번역 등은 스마트폰 사용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평가된다.

Made by Google 2025 행사

매직 큐는 사용자가 명령하지 않아도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탐색해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한다. 카메라 코치는 사진 구성·노출·프레이밍을 실시간으로 조언해 ‘완벽한 한 컷’을 유도하고, 통화 번역 기능은 국제 전화 장벽을 크게 낮춘다.

전문가 진단
“이는 소위 ‘에이전틱 AI(agentic AI)’—즉, 사용자의 의도를 미리 파악하고 다단계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초지능형 비서—의 청사진을 보여준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파트너)

‘에이전틱 AI’는 명령형(chatbot)에서 한 단계 진화해 다수의 앱·데이터·센서를 통합해 복합 임무를 처리하는 AI를 뜻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픽셀 생태계를 통해 이를 실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 안드로이드의 30억 대 기회
구글은 세계 30억 대 이상의 기기에 탑재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는 “구글은 방대한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활용해 제미니의 배포·통합·피드백 속도를 경쟁사 대비 뛰어넘는 ‘플라이휠 효과(flywheel effect)’로 가속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플라이휠 효과란 초기 사용자 기반이 늘수록 서비스 품질과 데이터가 고도화되고, 이는 다시 신규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의미한다. 이번 픽셀10에 탑재된 AI 기능은 안드로이드 라이선스 기업—삼성전자, 샤오미 등—에 이식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구글은 소수의 픽셀 판매만으로도 전 세계 스마트폰 AI 플랫폼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다.

2) 하드웨어 점유율 0.3%의 역설
국제데이터공사(IDC)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픽셀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0.3%에 불과했다. 삼성(23%)·애플(11.8%)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그럼에도 구글이 픽셀을 출시하는 이유는 ‘쇼케이스(showcase)’ 전략이다. 자신들이 구현하고 싶은 소프트웨어·AI 경험을 가장 먼저·가장 완성도 높게 선보여, 파트너사가 이를 벤치마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3) 아이폰 공백기의 기회
쿠퍼티노에 본사를 둔 애플은 AI 전략 부재로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는 “애플이 AI를 제대로 구현하면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구글과 안드로이드 진영이 ‘골든 타임’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주요 의문은 ‘구글이 AI 서비스를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다. 검색 광고 매출에 의존해 온 구글로서는 AI 어시스턴트가 검색 트래픽을 분산시키면 오히려 수익이 감소할 수도 있다. 구글은 아직 구체적 과금모델을 밝히지 않았으며, 이는 주주·시장·규제당국 모두가 지켜보는 대목이다.


제미니(Gemini)란?
제미니는 GPT-4 등과 경쟁하는 구글의 초거대 언어모델(LLM)이다. 텍스트·음성·이미지·코드를 아우르는 멀티모달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스마트폰 온디바이스(on-device) 경량 모델과 클라우드 기반 대형 모델이 병행 적용됐다.

에이전틱 AI(agentic AI) 설명
일반 챗봇은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반응형 시스템이다. 반면 에이전틱 AI는 사용자 데이터·콘텍스트를 선제적으로 분석해 ‘할 일 목록 작성 → 일정 등록 → 이메일 발송’ 등 다단계 태스크를 연속적으로 수행한다. 이는 스마트폰·웨어러블·스마트홈 기기 등 생태계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만 구현 가능한 차세대 기술이다.

시장 영향
만약 구글이 이번 전략을 통해 AI 어시스턴트 표준을 선점한다면, 검색·광고·클라우드·하드웨어를 관통하는 시너지가 창출될 전망이다. 반면 실패할 경우, 제미니는 막대한 연산 비용을 유발하며 구글의 수익성에 압박을 줄 수 있다.

기자의 시각
필자는 구글의 접근법을 ‘플랫폼 레버리지’ 전략으로 평가한다. 하드웨어 판매량에 연연하지 않고 OS·서비스 생태계의 결합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다만, 개인정보·저작권·광고 모델 등 다층적 규제·윤리 이슈를 풀어내지 못하면, 방대한 사용자 기반이 오히려 규제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스마트폰은 ‘가장 광범위한 소비자 기기’라는 사실이 변함없다. 구글은 픽셀10을 통해 스마트폰 AI 패러다임을 한발 앞서 제시했고, 이는 향후 OpenAI·Perplexity·애플 간 플랫폼 주도권 경쟁의 방아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