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오방카 주주들, 바카 제네랄리 인수안 부결…몬테 데이 파스키 인수전 변수 해소

밀라노발 리포트—이탈리아 머천트 뱅크 메디오방카(Mediobanca) 주주들이 최고경영자(CEO) 알베르토 나젤(Alberto Nagel)이 제안한 바카 제네랄리(Banca Generali) 인수 계획을 부결했다. 이로써 양사가 합병될 경우 예상됐던 ‘이탈리아 최대 자산운용·웰스매니지먼트 그룹’ 탄생은 무산됐다.

2025년 8월 21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이번 표결에서 메디오방카 지분 약 30%를 합산 보유한 델 베키오(Del Vecchio)·칼타지오네(Caltagirone) 재벌 가문이 인수 반대 의견을 주도했다. 두 가문은 이탈리아 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주주로, 메디오방카의 중·장기 전략 수립 과정에서 사실상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왔다.

나젤 CEO는 바카 제네랄리(주요 사업: 프라이빗 뱅킹·자산관리)를 편입해 몸집을 키우면, 국영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Monte dei Paschi di Siena·MPS)가 추진 중인 메디오방카 적대적 인수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라가 ‘방어막’을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주주 총회에서는 “추가 인수로 위험만 증대된다”는 반론이 우위를 점했다.


주요 이해관계자—‘삼각 구도’ 집중 조명

메디오방카·바카 제네랄리·MPS의 지배구조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바카 제네랄리는 이탈리아 최대 보험사 제네랄리(Generali)의 자회사이며, 메디오방카·델 베키오·칼타지오네 세 축이 제네랄리 주요 주주로 자리 잡고 있다.”

인수 우군반대 세력이 동일 지배구조 안에 교차 배치된 셈이다.

나젤 CEO가 구상한 ‘바카 제네랄리 인수→메디오방카 가치 상승→MPS 인수비용 증가’ 시나리오는, 핵심 주주 설득에 실패함에 따라 좌초됐다. 이에 따라 몬테 데이 파스키의 메디오방카 인수를 가로막을 수 있었던 최대 장애물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증권가 안팎에서 제기된다.


머천트 뱅크란 무엇인가?

기사에 등장하는 ‘머천트 뱅크’는 기업 대상 금융 자문, 인수합병(M&A)·자금조달 등을 전담하는 특화 금융기관을 뜻한다. 전통 상업은행과 달리 개인 예금·대출보다 기업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업무가 설계돼 있는데, 메디오방카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반면 바카 제네랄리프라이빗 뱅킹—고액자산가를 겨냥한 자산관리 서비스—에 주력해 ‘이탈리아판 UBS’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인수전이 성사됐다면, 투자은행 기능(메디오방카)과 웰스매니지먼트 기능(바카 제네랄리)이 결합돼 비즈니스 시너지가 기대됐다는 해석이 많았다.


주주 총회 표결 결과의 함의

• 델 베키오·칼타지오네 가문은 “합병에 따른 복잡성·규제 리스크가 과도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두 가문은 각각 안경 브랜드 룩소티카(Luxottica) 창업가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가 세운 투자지주사, 건설·시멘트 분야로 성장한 칼타지오네 그룹을 통해 금융권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 나젤 CEO는 2008년부터 메디오방카를 이끌며 굵직한 M&A를 단행해 ‘합병 장인’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이번 반대표결은 그의 경영권 방어 전략에 적잖은 흠집을 남겼다는 평가다.

• 몬테 데이 파스키는 1472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하나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유화·구조조정 절차를 거치며 재매각을 추진해 왔다. 메디오방카를 흡수하려면 막대한 프리미엄을 제시해야 하는데, 바카 제네랄리 인수가 무산되자 인수가격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시장 반응 및 전망

현재로선 몬테 데이 파스키의 메디오방카 인수 시도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아진다. 다만 메디오방카는 여전히 안정적 배당·브랜드 가치를 무기로 독립 경영을 고수할 것이라는 시각도 남아, 인수전의 향배가 주목된다.

반대로 바카 제네랄리는 모회사 제네랄리 내부 전략에 따라 ‘단독 성장’ 또는 ‘타 전략적 파트너 물색’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금융업계 판도 변화가 연이어 예고되면서, 투자자들은 규제 당국 움직임과 주요 주주간 협상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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