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 엘엑시(Tata Elxsi)가 스즈키(Suzuki)와 공동으로 인도에 ‘스즈키-타타 엘엑시 클라우드 HIL 센터’를 공식 개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센터는 클라우드 기반 HIL(Hardware-in-the-Loop)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즈키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oftware-Defined Vehicle, SDV)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스즈키는 SDV 분야의 가상 개발(virtual development)을 적극 추진 중이며, 이번 센터 설립은 그 전략의 일환이다. 스즈키는 평가 플랫폼 개발 및 검증 작업을 타타 엘엑시에 아웃소싱하며, 타타 엘엑시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HIL 시뮬레이션을 실행해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를 검증하게 된다.
개소식은 센터가 자리한 인도 케랄라주(州) 트리반드럼에서 열렸다. 이곳은 타타 엘엑시가 보유한 기존 연구개발 허브와 연계돼, 스즈키 모터 코퍼레이션(Suzuki Motor Corporation)을 위한 두 번째 개발 거점으로 기능한다.
SDV와 HIL, 무엇이 다른가
SDV(Software-Defined Vehicle)는 차량의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정의·제어·업데이트하는 차세대 자동차 개념이다. 전통적으로 기계 중심이었던 자동차 산업이 네트워크·클라우드·인공지능 기술과 융합되면서, 기능 개선이나 신규 서비스가 무선 업데이트(OTA·Over-the-air)로 제공되는 형태가 확대되고 있다.
HIL(Hardware-in-the-Loop)은 실제 ECU(전자제어장치) 하드웨어를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에 삽입해, 실차 시험과 유사한 조건에서 제어 알고리즘을 검증하는 기술이다. 클라우드 HIL은 이런 시뮬레이션을 온디맨드 방식으로 제공하며, 테스트 자원의 효율성과 개발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센터 설립의 의의와 파급 효과
타타 엘엑시는 이번 센터를 통해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설계·검증 노하우를 확장하며, 인도 내 자동차 기술 클러스터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즈키 역시 비용 효율적이고 확장성 높은 개발·테스트 인프라를 확보함으로써, EV(전기차)·커넥티드카·자율주행 플랫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타타 엘엑시 관계자는 “클라우드 기반 HIL 환경은 물리 장비 구입 없이도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동시 진행할 수 있어, 제품 출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인도(Digital India)’ 정책과 맞물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오프쇼어링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드웨어 중심 제조업이 클라우드·AI기반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되는 분수령”이라며 양사의 협력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 기자 해설
이번 프로젝트는 글로벌 자동차 OEM과 인도 IT서비스 기업 간 협력 모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도에 연구·검증 거점을 두면, 시차와 인프라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24시간 개발 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클라우드 네이티브 HIL은 ‘디지털 트윈’과 결합해 실시간 피드백 루프를 형성, 연속적 통합·배포(CI/CD)를 가능하게 한다. 스즈키가 향후 OTA 업데이트 주기 단축, 맞춤형 차량 기능 제공 등 사용자 경험(UX)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타타 엘엑시 입장에서는 스즈키 외에도 다양한 OEM에 클라우드 HIL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레퍼런스 사이트를 확보하게 됐다. 이는 인도 IT서비스 산업이 금융·통신을 넘어 자동차·모빌리티 영역까지 사업 다각화를 도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과제로는 데이터 보안·지적재산권 관리, 그리고 실제 도로 환경과의 상관관계를 높이기 위한 시뮬레이션 정확도 개선이 꼽힌다. 또한, 클라우드 사용량이 급증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운영비용(OPEX) 부담을 어떻게 최적화할지도 관건이다.
업계는 이번 센터가 성공적으로 운용될 경우, 글로벌 자동차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인도 개발 허브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타타 엘엑시와 스즈키가 보여 줄 차세대 SDV 협력 성과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