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DXY00)는 20일(현지 시간) -0.05% 하락하며 1주 만의 고점에서 내려왔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이하 T-노트) 금리가 약세를 보이자 달러도 동반 약세를 기록했다. 아울러 정치적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맞물리면서 달러 매도 압력이 가중됐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가 두 건의 개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관련 수사 대상이 된 점을 거론하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 산하 윌리엄 풀테 국장은 캐멀라 본디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쿡 이사가 ‘은행 서류 및 부동산 기록 조작을 통해 유리한 대출 조건을 얻었다’는 혐의가 형사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는 장 초반까지는 강세였다.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유로존 성장세 둔화’를 언급하자 유로/달러(EUR/USD)가 1주 최저치까지 밀리며 달러 강세를 거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일부 달러로 유입됐음에도, 결국 T-노트 금리 하락이 달러의 상단을 제한했다.
지난 7월 29~30일 FOMC 회의록은 ‘노동시장은 견조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다’며 물가 상방 위험을 더 크게 평가했다. 이는 달러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84%로 반영하고, 10월 28~29일 회의에서 두 번째 인하가 단행될 확률도 55%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유로·엔 동향 및 ECB·BOJ 정책 기대
EUR/USD는 결국 +0.08% 반등으로 마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쿡 이사 사퇴’ 발언으로 달러가 다시 밀리면서 유로가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라가르드 ECB 총재가 ‘미·EU 무역협상에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평가하자, ECB의 9월 11일 회의에서 25bp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스왑 시장에서 8%로 낮게 반영되는 등 통화정책 경로는 아직 유동적이다.
USD/JPY는 -0.28% 하락했다. 달러 약세와 더불어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1.621%로 16년 최고치를 찍으며 엔화 금리 매력이 강화됐다. 일본 6월 기계수주가 전월 대비 +3.0%로 예상 외 호조를 보였으나, 7월 수출은 전년 대비 -2.6%로 4년 반 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는 점은 엔에 혼재된 재료다.
정치·지정학 리스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조기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평화안’의 일환으로 영국·프랑스군 파병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국제유가·관세뿐 아니라 유럽 안보 지형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안전자산 귀금속, 정치 불확실성에 반등
12월물 금 선물(GCZ2)은 +0.89%(+29.80달러), 9월물 은 선물(SIU2)은 +1.18%(+0.441달러) 상승 마감했다. 달러 약세와 T-노트 금리 하락이 핵심 배경이다. 더불어 ‘리사 쿡 의혹’이 점화한 연준 독립성 흔들기 논란이 안전자산 수요를 키웠다. 금 ETF 보유량이 지난주 2년 만의 최고치를, 은 ETF 보유량이 사흘 전 3년 최고치를 각각 경신하면서 펀드 수요도 견고하다.
다만 우크라이나 휴전 논의 진전, 영국 7월 소비자물가(CPI)가 전년 대비 +3.8%로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해 영란은행(BOE)이 인하를 미룰 수 있다는 점은 금·은 가격에 일시적인 하방 압력이다.
용어·배경 설명
T-노트는 만기 2~10년 사이의 미국 국채를 의미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무위험금리’ 지표로 활용된다.
연방기금선물은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 정책금리를 미리 예측해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FOMC 회의 결과에 대한 기대를 실시간 반영한다.
달러 인덱스(DXY)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가중 평균한 지수다.
기자 관점·전망
연준 위원에 대한 정치적 공세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민감도가 높다. 특히 9월 FOMC 이전에 관련 논란이 확대될 경우, 금리 인하를 둘러싼 연준의 ‘데이터 의존적’ 접근이 정치 변수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유럽의 지정학 해법이 실제 관세·에너지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원유·가스 가격이 이미 고점권에 있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인플레이션 압력’ 시나리오가 재부상할 여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