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아—브라질 연방경찰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앞으로 작성된 정치적 망명(political asylum) 요청 서한을 확보했다고 연방대법원(Supremo Tribunal Federal·STF) 제출 문서가 22일 공개했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서한은 자이르 볼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실제로 아르헨티나 측에 전달됐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STF에 제출된 수사 기록에 따르면, 서한에는 볼소나루 전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이유로 아르헨티나 정부에 정치적 보호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서에는 전달 경로·수신 여부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아, 볼소나루 측이 실제로 밀레이 대통령에게 발송했는지는 추후 수사에서 규명될 전망이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이번 서한 확보와 더불어, 볼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의 장남 에두아르두 볼소나루 하원의원을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 혐의로 공식 기소했다. 수사 당국은 두 사람이 ①대법원 주도로 진행 중인 ‘2022년 대선 패배 후 쿠데타 모의’ 사건 재판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려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 용어·배경 설명
정치적 망명은 ‘자국 내 정치·사법적 박해를 피하기 위해 타국이 제공하는 보호 제도’를 의미한다. 브라질 연방헌법 4조 8항과 1951년 제네바 난민협약에 근거하며,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피난처 국가의 재량에 달린다. 아르헨티나는 역사적으로 라틴아메리카 전·현직 정치인의 망명지를 자주 제공해 왔다.
한편, ‘사법 방해’는 형사절차법(브라질 형사소송법 344조 등)에서 규정된 중대 범죄로, 중대한 사건의 수사·재판을 방해하거나 증거를 은폐·조작했을 때 적용된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8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 수사 및 정치적 파장
현재 STF는 볼소나루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 패배 직후 군 수뇌부·정치권 인사들과 선거 결과 무효화 및 비상령 선포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심리 중이다.
수사 관계자는 “서한의 존재는 피의자가 ‘해외 도피’ 가능성을 실제로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서한이 공개됨에 따라, 볼소나루 전 대통령이 향후 아르헨티나 또는 우호적 보수 정권이 집권한 국가로의 출국을 시도할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전문가 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가톨릭대학교(PCU)의 마리아 페르난다 모우라 국제정치학 교수는 “아르헨티나가 전직 국가원수에게 망명을 허용할 경우 양국 외교 관계가 심각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브라질 정부는 법치주의 수호 차원에서 국제적 협조 요청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법무·인권 연구단체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KAS) 브라질 사무소는 별도 논평에서 “서한의 진정성·발송 여부와 별개로, 정치적 망명 논의 자체가 브라질 민주주의에 대한 대내외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 향후 일정
STF는 연방경찰 수사 종결 보고서를 검토한 뒤, 볼소나루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포함한 사법적 절차를 결정할 예정이다. 에두아르두 볼소나루 의원에 대한 면책특권 적용 범위도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볼소나루 측 변호인단은 “정치적 박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실체적 증거 없이 진행되는 ‘정치재판’”이라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브라질 외교부 역시 “해당 사안은 사법적 영역”이라며 논평을 자제했다.
브라질 국내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2026년 차기 대선 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우파 진영이 볼소나루 전 대통령 후임 리더십을 놓고 신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