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S헬스, 길리어드의 신형 HIV 예방 주사제 ‘예즈투고’ 상업용 처방 목록에서 제외

CVS Health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신규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예방 치료제 ‘예즈투고(Yeztugo)’를 자사 상업용 보험 플랜에서 당분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최대 약국 혜택 관리자(PBM)인 CVS가 임상·재정·규제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CVS 대변인 데이비드 위트랩은 “임상적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예즈투고를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임상·재정·규제적 관점을 모두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예즈투고는 1년에 두 차례만 주사하면 되는 장기 지속형 예방요법으로, 미국 내 연간 약가가 2만 8,000달러를 상회한다*1. CVS 측은 높은 약가를 포함한 재정적 부담이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시사했다.

이어 위트랩 대변인은 “ACA(오바마케어) 예방 프로그램 편성에서도 예즈투고는 제외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CVS의 ACA 예방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HHS)의 권고와 법적 의무 사항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HHS 산하 미국 예방서비스 실무기구(USPSTF)의 HIV 예방 권고안에는 기존 3가지 구형 약물만이 등재돼 있다. 따라서 규제 측면에서 예즈투고가 자동으로 포함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이 최종 결론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로이터 취재에 응한 익명의 소식통은 “길리어드와 CVS가 여전히 보험 적용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비영리단체 AVAC의 미첼 워런 사무총장은 “이번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고 중요한 기회를 놓친 셈”이라며 “지나치게 높은 약가와 지속 불가능한 미국 의약품 가격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PBM·ACA가 무엇인가?

PBM(Pharmacy Benefit Manager)은 보험사·고용주를 대신해 약가 협상·처방 목록 관리·약국 네트워크 관리 등을 담당하는 미국 고유의 제도다. ACA(Affordable Care Act)는 2010년 제정된 일명 ‘오바마케어’로, 특정 예방 치료와 검진을 무(無)공동부담금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따라서 어떤 치료제가 ACA 예방 목록에 포함되느냐가 보험 적용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과 시장 파급효과

업계 전문가들은 예즈투고의 투약 편의성과 높은 예방 효과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보험 적용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2만 8,000달러 이상이라는 가격이 현 의료비 지출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미국 내 대형 PBM들은 “혁신 치료제와 재정 지속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며 가격 인하 압박을 강화하는 추세다.

CVS의 결정은 단기적으로 길리어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가격 협상이 타결될 경우 예즈투고가 보장성 확대와 함께 ‘블록버스터’ 예방요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즉, 보험 적용 여부가 제품 상업적 성공의 핵심 변수다.

현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매년 약 3만 8,000명이 새롭게 HIV에 감염되는 것으로 추산한다*2. 전문가들은 “연 2회 주사만으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보험 리스트에서 제외된다면, 공중보건 측면에서 큰 손실”이라고 지적한다.

예즈투고가 향후 정부 권고안에 포함될지, 그리고 CVS·길리어드 간 약가 협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번 사례는 고가 혁신 의약품과 보험 재정이라는 난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 2만 8,000달러는 제조사 제시 리스트 가격이며, 실제 거래 가격(리베이트 적용 후)은 이를 하회할 수 있다.
*2 CDC, 2024년 12월 발표 ‘HIV Surveillance Report’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