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설탕 수요 회복세에 선물가격 급등

뉴욕 및 런던 선물시장에서 설탕 가격이 다시 급등했다. 10월물 뉴욕 ICE 원당(#11) 선물은 전일 대비 1.59% 오른 0.26센트, 런던 ICE 백설탕(#5) 10월물은 2.47% 상승한 11.80달러를 기록하며 각각 마감했다. 특히 런던 백설탕 가격은 5주 만의 최고치다.

2025년 8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파키스탄 등 주요 소비국의 수입 증가가 가격을 밀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7월 설탕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76% 급증한 74만t을 기록했으며, 파키스탄 정부도 정제설탕 20만t을 긴급 입찰에 부쳤다.

앞서 18일(현지시간)까지만 해도 브라질 생산 확대 전망이 제기되면서 가격은 1주일 만에 저점을 찍었지만, 이틀 만에 공급 확대에 대한 우려보다 수요 회복 신호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코브리그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는 “브라질 설탕 공장들이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건조한 기후로 인해 수확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 생산 동향과 단기 변수

세계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의 사탕수수 수확량은 기상 여건 탓에 흔들리고 있다. 브라질 사탕수수산업협회(UNICA)는 7월 하순(16~31일) 중남부 지역 설탕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361만4,000t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25/26 마케팅연도 누적 생산량 역시 전년 대비 7.8% 하락한 1,926만8,000t으로 집계됐다.

다만 같은 기간 사탕수수 압착물 중 설탕용 비중이 54.10%로 작년 50.32%에서 확대됐다. 브라질 농업공급회사 코납(Conab)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2024/25 브라질 설탕 생산량을 전년 대비 3.4% 감소한 4,411만8,000t으로 추정하며 “가뭄과 고온으로 사탕수수 당도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인도·태국·글로벌 공급 전망

사탕수수 밭

두 번째로 큰 생산국인 인도 역시 가격 향방을 가르는 핵심 변수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 정부가 풍부한 몬순(우기) 덕분에 10월 시작되는 새 시즌(2025/26) 설탕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인도 기상청(IMD)에 따르면 8월 18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은 611.2㎜로 평년 대비 1% 많았다.

인도 설탕 및 바이오에너지 제조업협회(ISMA)는 2025/26 시즌 수출 허가량으로 200만t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 협동조합 설탕공장연맹(NFCSF)은 “재배 면적 확대로 2025/26년 설탕 생산이 3,500만t으로 전년 대비 19%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4/25 생산량은 5년 만에 최저치인 2,620만t으로 추정된다.

태국도 변수다. 태국 사탕수수위원회(Office of the Cane and Sugar Board)는 2024/25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000만t이라고 발표했다. 태국은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으로, 수출 물량 확대는 국제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 과잉 vs. 수급 균형 전망 엇갈려

시장은 공급 과잉수급 균형 전망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글로벌 상품 트레이더 차르니코(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전 세계 설탕이 750만t 초과 공급되며 8년 만에 최대 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7월 초 뉴욕 원당 가격은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 런던 백설탕 가격은 4년 만의 최저치를 각각 찍었다.

반면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 시즌 전 세계 설탕 공급 부족 규모를 547만t으로 상향” 조정하며 9년 만에 가장 큰 적자를 예상했다. ISO는 자체 생산 전망치를 1억7,480만t으로, 2월 대비 70만t 하향 조정했다.

설탕 원자재

미국 농무부(USDA)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글로벌 설탕 생산이 4.7% 늘어난 1억8,931만8,000t으로 사상 최대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소비량도 1.4% 늘어난 1억7,792만1,000t으로 추정됐으며, 재고는 7.5% 증가한 4,118만8,000t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FAS는 브라질이 2.3% 성장한 4,470만t으로 세계 최대 생산국 지위를 굳히고, 인도는 몬순 호조와 재배면적 확대 효과로 2,530만t에서 3,530만t(25% 증가)으로 점프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국도 2% 늘어난 1,030만t으로 추정됐다.


복잡한 선물 시장 구조: ‘#11’과 ‘#5’란?

#11(넘버 일레븐) 선물은 뉴욕 ICE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당(정제 전) 국제 기준 계약을 의미하며, 거래 단위는 112,000파운드(약 50.8t)다. #5는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백설탕(정제 후) 선물로, 50t 단위로 거래된다. 두 상품 모두 전 세계 설탕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원당(#11)은 브라질‧태국‧호주 등 원당 수출국의 공급 동향과 미달러 환율에 민감하며, 백설탕(#5)은 주로 소비국 정제용 수요와 에너지 가격(정제 과정의 비용)에 영향을 받는다.※거래소 규격 및 수수료는 각 거래소 공시 기준


전문가 시각 및 투자자 조언

“단기적인 가격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중국·남아시아 수요가 꺾이지 않는 한 하방 경직성이 유지될 것” — 국내 선물사 애널리스트 A씨

실제로 2개월간 이어진 원당 선물 하락세가 중국·파키스탄 수입 재개 뉴스 한 줄에 반전된 점은 설탕 시장이 얼마나 수급 뉴스에 민감한지를 방증한다. 투자자라면 생산국의 기후 모니터링과 함께 주요 수입국의 재고·관세 정책을 병행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설탕 선물 차트

또한 브라질 헤알화와 태국 바트화 환율 변동, 그리고 국제유가 흐름 역시 설탕 가격에 영향을 준다. 사탕수수는 바이오연료(에탄올) 생산원료이기도 해, 유가가 상승하면 에탄올 전환 수요가 늘어 설탕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유가가 약세면 설탕 공급이 늘어나며 가격을 압박한다.

마지막으로, 연말까지는 북반구 주요 축제 시즌(할로윈·추수감사절·성탄절)을 겨냥한 가공용 설탕 수요도 변수로 지목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코로나19 이후 회복된 외식·제과 수요와 건강 트렌드(저당 제품) 간 균형이 어떻게 나타날지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