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요 3대 지수가 나흘 연속 약세를 기록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대형 기술주, 이른바 ‘매그니피슨트 세븐(Magnificent Seven)’의 동반 조정과 일부 대형 유통·소비재 기업의 실망스러운 실적 가이던스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2025년 8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0.30% 내린 5,231.44에, 다우지수는 0.12% 하락한 39,285.2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0.67% 떨어진 18,012.63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도 약세는 이어졌다. 9월물 E-mini S&P500 선물은 0.35%, 9월물 E-mini 나스닥 선물은 0.71% 하락 중이다. *E-mini 선물은 CME(시카고상품거래소)가 상장한 주가지수 소형 선물 계약으로, 레버리지 노출도와 유동성이 높아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장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① 기술 대형주·반도체주 동반 약세
투자자들의 집중 관심을 받는 매그니피슨트 세븐 가운데 엔비디아·테슬라·메타플랫폼스가 2% 이상 밀렸고, 알파벳·아마존·애플도 1%대 약세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0.05% 소폭 조정을 보였다. 반도체 섹터 전반도 부진했다. 인텔이 6% 넘게 급락하며 나스닥100 편입 종목 중 낙폭 1위를 기록했고, 마이크론·AMD·ARM이 2~3% 하락했다. 브로드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마벨테크놀로지도 1%가량 동반 약세를 보였다.
② 부정적 기업 뉴스
타깃은 연간 매출이 한 자릿수 초반대 감소할 것이라며 이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8% 넘게 급락, S&P500 하락률 1위에 올랐다. 에스티로더는 2026년 조정 EPS를 주당 1.90~2.10달러로 전망해 컨센서스(2.16달러)를 밑돌면서 3% 이상 하락했다. 가구업체 라지보이(-13%), 건축자재 기업 제임스하디(-33%) 등도 실적 부진으로 급락했다.
“어려운 거시 환경이 주택 시장을 짓누르고 있으며, 봄철 수요가 12년 만에 가장 부진했다”—제임스하디 경영진
반면 TJX(의류·생활용품 오프프라이스 리테일러)는 3분기 동일점포매출이 4% 증가해 예상치를 웃돌고, 2026 회계연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면서 5% 이상 급등했다. 아마존 오토 플랫폼에서 중고차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허츠도 5% 상승했다. 아날로그디바이스(+2%), 뉴뱅크(+2%) 등 일부 종목이 견조한 실적·투자 의견 상향으로 상승했다.
③ 거시경제 지표·정책 변수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8월 15일로 끝난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1.4% 감소했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평균은 6.68%로 전주 대비 0.01%p 상승했다. 주택 구매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금리 부담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관심은 이번 주 공개되는 7월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쏠려 있다. 연방기금 선물 가격은 9월 회의에서 25bp(0.25%p) 금리 인하 확률을 84%로, 10월 추가 인하 확률을 55%로 각각 반영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확대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그는 이미 오토바이·가구 부품 등 400여 개 소비재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확대 적용했으며, 향후 반도체에 최대 300% 관세를 예고했다. 반면 중국과의 관세 휴전은 90일 연장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될 경우 평균 관세율이 15.2%로 상승해 2024년 2.3% 대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외교적 논의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며, 유럽 각국은 영·프 병력 파견을 포함한 평화협정 로드맵을 논의하고 있다. 향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원유 가격, 무역 관세, 유럽 안보 구도가 크게 변할 수 있다.
④ 해외 증시·채권 시장 동향
유럽 Stoxx50은 0.09% 하락, 일본 니케이225는 1.51%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4% 올라 10년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9월물 10년 만기 미 국채선물이 2틱 상승, 이에 따른 10년물 금리는 4.300%로 0.6bp 하락했다. 같은 날 미 재무부는 200억 달러 규모 20년물 국채를 발행한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734%(-1.7bp),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4.696%(-4.4bp)로 하락했다.
영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시장 예상 3.7%를 상회, 1년 반 만에 최고치였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무역 불확실성 속에 유로존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⑤ 2분기 실적 시즌 총평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92%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82%가 순이익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2분기 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9.1%로 예상을 크게 웃돌아 4년 만의 최대 폭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 전반의 펀더멘털이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강화되는 관세 정책과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추가 상단을 제한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⑥ 용어 설명 & 투자자 팁
MBA 모기지 신청지수는 미국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를 주간 단위로 집계해 주택시장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표다. 매그니피슨트 세븐은 시가총액 상위 빅테크 7개사를 일컫는 신조어로, 개별 종목 변동이 지수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미국 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체이며, 의사록 공개는 연준 내부 논의 방향을 가늠할 단서가 된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와이오밍 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준 심포지엄으로,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가 암시되는 행사로 유명하다.
⑦ 기자의 관전 포인트
금리 인하 기대와 관세 인상이라는 상충 요인이 혼재하면서 시장은 방향성 모색에 진입했다. 빅테크의 차익실현 매물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적·가이던스가 뚜렷한 종목 위주의 ‘극단적 차별화 장세’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예정된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공급망 재편, 기업 투자 계획, 소비자 가격에 연쇄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에 대비해 분산 투자와 현금 비중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